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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 PD의 파리와 연애하기 - 파리를 홀린 20가지 연애 스캔들
김영섭 지음 / 레드박스 / 2008년 12월
평점 :
누구나 시간이 나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하고 싶은 일이 있을 것이다.
한적한 곳에서 쉬고 싶기도 하고, 낯선 곳을 헤매이고 싶기도 하고, 혹은 집에 콕 박혀서 뒹굴거리고 싶기도 할 것이다.
사실 나는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집에 틀어박혀 있거나, 조용한 곳에서 쉬고 싶다.
내가 이렇게 집안 지향적인 사람이란 것을 나는 이제야 알았다.
(혹, 나이들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다. 나는 젊은 시절에도 여행을 두려워 하는 편이었다. 짐 싸는 게 너무 싫어서^^)
젊은 시절엔 시간이 없어서 여행을 못 다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곰곰 따져보니 그것은 핑계인 것 같다.
이제 인정한다. 나는 낯선 곳에서의 저녁을 두려워 한다. 오늘밤 잠자리를 정하는 일도 번거롭고 내일 아침 먹을 것 걱정하는 삶도 그리 원하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버스 타는 것을 싫어한다. 버스뿐 아니라 남이 운전하는 차는 다 별로다. 어딘가로 가야할 일이 있을 때, 어지간하면 나는 차를 가져간다.
그러면서도 늘 어딘가를 그리워한다.
그곳은 멋진 도시 뉴욕일 수도 있고, 고요하고 차가운 사하라일 수도 있다.
이 책 <김영섭 PD의 파리와 연애하기>에서는 그 곳이 파리일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파리 시민보다 여행자가 더 많은 그 곳, 예술의 메카, 패션의 도시인 파리는 이 세상 누구라도 가고 싶은 곳이다.
그 곳에 가면 누구나 사랑에 빠지고 싶다고 한다.
김영섭PD는 그 곳의 사랑이야기를 전한다.
긴 세월 동안 파리에서 만나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제 장소의 사진과 더불어 생생하게 전달한다.
나는 각각의 그 이야기들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장면으로 내게 다가와서 깜짝 놀랐다. 그 생생함들은 그들의 사랑 속에 나를 들어가게 했다. 나는 앨런이 되어 미키와 함께 에펠탑에 올랐고, 벨라가 되어 샤갈의 그림 속 환상에 살았다. 나는 세탁선의 주민이 되어 피카소와 마리 로랑생과 술에 취하고, 제인 버킨의 "Yesterday"를 읊조렸다. 그 유명했던 카미유 클로델의 병원비를 로댕이 지불했다는 이야기에 이제야 로댕을 조금은 용서할 마음이 생겼고, 다이애너의 슬픈 죽음의 진실도 궁금하다. 알렉스가 불을 뿜으며 쇼를 하던 퐁네프 다리도 보이고, 콰지모도의 슬픔도 느껴진다. 카르티에 라탱에서는 랭보를 떠올리며 젊은 랭보를 연기하던 디카프리오의 웃음이 생각났다. 얼마나 인상적인 영화였던가 말이다. 무엇보다 나를 감동시킨 것은 개선문의 라비크와 조앙 마두를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젊은 시절 너무나 사랑했던 그들이기에 나는 그들과 칼바도스를 한 잔 마시고 싶다. 고독한 라비크는 나의 우상이었다.
이 책 속에서, 그들의 지독한 사랑 속에서 나는 행복하다.
사랑만이 행복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