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더 댄 워즈
제니 맥칼티 지음, 김덕순 외 옮김 / 꾸벅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어제 서점엘 들렀다.

이 책 저 책 휘휘 둘러보면서 책냄새와 커피냄새를 맡던 중에 한 여인을 보게되었다.

여러 권의 책을 쌓아 놓고 뭔가를 찾던 그녀가 보고 있는 책은 암관련 서적이었다.

아마도 그녀의 가족 중의 누군가가 암 진단을 받았거나, 암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겪는 모양이리라.

나는 그 여인의 아픈 가족이 될 수 있으면 그 여인의 아이는 아니기를 빌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은 아이의 아픔을 지켜보아야하는 것이라고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자기 자신이 아픈 것보다도 더 가슴이 찢어지는 것이 자식의 고통을 보는 일이라는 것은 세상의 모든 어미들이 공감을 할 것이다.

내 아이의 고통을 내가 대신할 수 없음이 너무 원망스러웠던 그 시간들.

그 작은 손에 링거 바늘을 꽂고 그걸 빼달라고 보채는 아이를 안고 밤새 병실을 서성거리던 그 시간들.

언젠가는 내 아이와 편안하게 잠이 들 수 있다는 믿음이 그 시간들을 견디게 했었다.

아마도 그런 고통의 시간들이 있기에 오늘 나는 편안하게 잠을 자는 아이의 이마를 만져주는 행복을 누리게 된 것이라고 믿고 싶다.

 

<아기의 웃음>이라는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를 낸 작가인 제니 맥칼티는 아기와 자신의 행복하기만한 미래를 당연히 기대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어미들은 건강한 아이와의 행복한 미래를 당연시 하는 것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가를 알아야할 것이다.

그녀의 사랑스런 아들 에반은 어느 날 원인을 알 수 없는 경기를 시작한다.

아기를 키워 본 사람은 안다. 아기의 경기가 얼마나 엄마을 두렵게 하는지를 말이다.

수 많은 검사와 상담을 하던 중에 제니는 자신의 아들이 자폐증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그러나, 그녀는 그 말을 믿을 수 없다. 그녀에게 자폐란 <레인맨>의 더스틴 호프만으로 밖에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작된 자폐와의 싸움.

제니는 포기하지 않았다.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찾아다니면서 제니는 심각해져가던 에반의 상태를 조금씩 돌려놓는다.

절망적이기만 하던 에반은 스스로 말을 하고 눈을 맞추고 엄마에게 사랑을 표현한다.

이 부분에서 영화 <로렌조 오일>을 떠올린 사람은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아들의 희귀병을 고치기 위해 스스로 의학공부를 한 로렌조의 부모는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을 대신 표현한 사람들이니 말이다.

그 와중에 그녀의 친구와 가족들이 그녀에게 힘이 되어주고 함께 했다.

그러나 남편만이 그 고통을 피하려고 하는 것을 보았을 때, 너무나 화가 났다.

아이는 엄마 혼자만의 아이가 아니건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로렌조의 아버지도, 나의 남편도 그렇지 않았단 말이다.

남자는 영원한 아이란 말인가? 아니, 그 혼자만의 모습이기를 바란다.

 

이 책을 보고 많은 혼란이 있었다.

그간 자폐에 대해서 갖고 있던 나름의 상식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자폐의 원인이 예방 주사의 백신 때문일 수도 있다.

또한 자폐를 치료하는 방법에 영양학적인 것도 있다는 제니 맥칼티의 경험은 나를 너무나 안타깝게 했다.

지난 3년 동안 거의 매일이다시피 보아온 준이의 병이 이런 방법으로도 나을 수 있다는 것은 상상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너무나 잘 생긴 준이는 그저 그렇게 살아야하는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안타까워하기만 했는데,

"이런 가능성도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당장 준이 어머니에게 연락을 하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중학교 1학년에 처음 만난 준이는 훤칠한 키에 조각같은 얼굴을 갖고 있었다.

그 큰 눈에 늘 꿈꾸는 듯한 표정이었던 준이.

내가 하는 말에 기분이 좋으면 대답을 하고, 그렇지 않은 날엔 따라서 말을 했다.

스스로를 '나'라고 부르지 않고 이름을 불렀다.

항상 손을 만지작 거리고, 전교의 모든 학생들의 번호와 이름을 외우던 준이는 커피를 참 좋아하고 눈을 바라보는 것을 즐기는 낭만적인 아이였다.

준이에게 그런 기회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폐를 정신의 문제로만 받아들였는데, 육체적으로도 그 치료를 할 수 있다니 너무나 놀라운 경험이었다.

미국에서처럼 자폐를 위한 모임이나 자폐의 연구가 우리 나라에는 없는 걸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것일까?

 

제니의 아들 에반이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궁금하다.

에반이 나아진다면 다른 많은 아이들도 더욱 나은 삶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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