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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만드는 소년 - 바람개비가 전하는 치유의 메시지 ㅣ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폴 플라이쉬만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행동의 결과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 퍼져 나간다."
우리가 행한 모든 일들은 - 선하든, 악하든, 무심하든 - 보이지 않는 곳으로 물결치듯 퍼져나간다.
본문 103쪽
어떤 사소한 일이라도 우리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때, 우리는 그 결과를 염려하고 고심한다.
그리하여 원하는 결과를 의도한 행동들을 하게 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진다.
그것이 어른들이 행동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때로는 그래서 어른들은 안전하고 원만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정해진 대로 보수적으로 행동하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거나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일들을 삼가게 된다.
아마도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이 많고, 삶의 경험상 책임질 수 없는 행동들이 가지고 오는 결과가 기득권을 포기할 만큼 스스로를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늙어가는 자신을 인식하지만 스스로 위안한다. " C'est la vie!"
아직은 세상의 때가 덜 묻고 뭐든지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지만, 충동적이고 이기적인 성향을 보이는 청소년들은 그런 어른들의 행동양식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어른들이 요구하는 삶에 대한 태도가 경직되어 있고,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어른들의 보호를 받는 자신의 삶이 짜증스럽고 싫을 수도 있다.
많은 청소년들이 흔히 '일탈" 행위를 하는 이유가 거기에도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가까운 가족과의 소통의 부재는 어른들에게도 철저한 고독의 세계를 경험하게 하지만, 청소년들에게는 세상이 절망스러울 수도 있다.
이 소설 <바람을 만드는 소년>인 브렌트 역시 그러했다.
부모와의 대화의 단절, 잦은 이사로 깊은 우정을 경험하지 못해서 마음을 나누는 대상이 없던 브렌트는 음악과 고급 의상과 차에 심취해 있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전부라고 믿고, 스스로를 멋진 소년으로 만들기 위해서 옷을 고르고 귀고리를 단속하고 여자 친구를 고른다. 남에게 그럴듯 하게 보이기 위한 행동들이다.
어느 날, 파티에서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하고 앞으로의 학교 생활이 끝났다고 느낀 그는 자살을 결심하고 음주 운전 도중에 핸들을 놓아 버린다. 그러나, 죽은 것은 그가 아니라 엉뚱한 소녀이다. 자신과는 다르게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세상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던 소녀를 죽게 만들고 그는 말할 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브렌트는 감옥에 가는 대신 미국의 네 귀퉁이에 바람개비를 만들어 세
우기로 하고 여행을 떠난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자기 가족처럼 살아간다고 생각했던 브렌트는 그 여행 속에서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하게 된다.
학교에서는 지루하기만 했던 별자리 공부도 스스로 하게되고 바람개비를 만드는 실력 역시 일취월장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성장한 것은 브렌트 자신이었다. 세상 어디에도 자신이 설 자리는 없다고 생각했던 브렌트는 끊임없는 사색과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서 스스로의 자리를 찾아간다.
또한 브렌트가 만든 바람개비들은 브렌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선사한다.
그 아이 중의 하나가 한국인 입양아라는 점이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 아이는 부모의 과도한 기대로 힘들어하고 있었고 바람개비는 그 아이에게 휴식을 준다. 부모의 끝없는 욕심에 지쳐있는 우리 청소년들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브렌트가 만든 것은 그저 바람개비 하나가 아니었다.
" 그는 한 날이 움직이면 다른 날도 따라서 움직이게끔 프로펠러 날을 서로 맞물리게 만들어 놓았다. 그의 마음 속에서는 자신이 만든 네 개의 바람개비가 하나의 거대한 작품이 되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듯했다. 이 세상 역시 바람개비와 같다. 보이지 않게 연결된 무수한 부품들이 숨겨진 크랭크축과 연결봉들을 통해 행동에서 행동으로, 지구 이곳에서 저곳으로, 수세기에 걸쳐 이어진다."
본문 19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