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레인보우 동경 - 김경주 시인, 문봉섭 감독의 도쿄 에세이
김경주.문봉섭 지음 / 넥서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레인보우'와 '동경'이라는 단어가 이리도 근사하게 어울릴 줄이야.
이 동경은 東京이지만 어딘지 憧憬의 냄새가 난다.
간절히 그리운 그 곳, 그래서 가장 사랑하는 타자기와 낡은 카메라를 들고 찾아간 그 곳이다.
그 곳에 갈 때는 꼭 연필을 챙겨야 한다.
낯선 그 곳에서 보랏빛 저녁을 맞을 때,
저들은 스스럼없이 그들의 쉴 곳을 찾아가는 그 시간에,
낯선 까페의 테라스에 어설프게 앉아서 영화와 사진과 음악과 시를 떠올릴 때,
그 곳의 그 냄새를 적어둘 연필이 꼭 필요하다.
책장마다 빼곡한 그 곳의 풍경들,
사람과 자전거와 골목들에서 웃음과 슬픔이 번져나고
가로등의 창백한 빛은 그 곳에도 낙서와 술잔과 한숨과 눈물이 존재함을 일깨운다.
빗물만 가득한 포스트박스는 자신을 가득 채우던 그 사랑의 언어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우리는 골덴가에서 올드보이를 떠올린다.
세상 어느 곳에도 세상에 인정을 받지 못하지만 담담히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젊은이가 있기에,
낙서가 그림이 되고 낙서가 시가 된다.
작은 사각틀에 담긴 저 곳의 풍경이 오늘 나를 가라앉게 한다.
아마도 화면 가득 비가 내리는 동경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여기도 거기인지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