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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월 13주 13일 보름달이 뜨는 밤에 ㅣ 독깨비 (책콩 어린이) 1
알렉스 쉬어러 지음, 원지인 옮김 / 책과콩나무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 할머니들의 마음 속에는 친구들을 부르는 날씬하고 예쁘고 생기 발랄한 여자 애가 있을 수 있다.
모든 할아버지들의 마음 속에도 발에 스케이트보드를 단 남자 애가 있을 수 있다."
본문 349쪽
요즘처럼 몸이 여기저기 아프거나, 예전같지 않다고 느낄 때 가끔 "어디 가서 젊은 몸으로 바꿨으면 좋겠다."는 농담을 한 적이 있다.
평생 건강하고 날쌔게 살 줄 알았는데, 아침에는 몸이 찌뿌두둥하고 저녁엔 일찍 피곤해지곤 한다.
그저 이렇게 조금씩 몸이 낡아가면서 늙어가는 것이겠지.
나이들어가는 것에 순응하고 낡아가는 몸에 적응하고 젊은이들의 생기발랄함을 부러워하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일까?
몸이 조금 불편해지는 것을 제외한다면 나는 나이를 먹는 것이 참 좋다,
세상을 보는 눈이 밝아지고, 긴 세월 함께한 다정한 사람들이 있고, 나의 사소한 경험들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보고 싶은 책을 보고 가고 싶은 곳에 갈 여유도 생긴다.
이런 여유와 느긋함은 그 동안의 시간들이 내게 준 선물이다.
젊은 시절 정신없이 아이를 키우고 직장 생할을 하면서 보낸 시간들.
하루종일 일하고 퇴근해서는 아이를 돌보며 집안 일을 하고 밤이면 생각은 고사하고 씻기도 힘든 상태로 쓰러져 버리던 그 시간들.
나를 위한 시간이란 고작 욕실에 들어 가 있을 때나 가질 수 있었던 그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칼리와 메르디스가 분노한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늙어서 곧 죽게 될 것에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귀여운 소녀시절, 아름다운 청춘의 시간들을 가질 권리를 빼앗겼기 때문인 것이다.
그 시간들이 쌓여서 느긋한 노인이 될 기회를 잃었기 때문이다.
통통한 볼에 주근깨가 가득한 얼굴의 칼리는 항상 자매를 바랐다.
아니면 자매같이 지낼 단짝 친구를 기다렸다.
그런 칼리의 반에 어느 날 메르디스가 전학을 온다.
어쩐지 세상을 다 살아버린 듯한 메르디스는 칼리의 관심을 귀찮아하지만, 할머니 그레이스가 칼리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본 뒤로 칼리에게 친근하게 군다.
그레이스는 칼리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한다.
사실은 자신이 메르디스이고 그레이스가 자신의 몸을 빼앗았다는 것이다.
남을 도와주고 싶어하는 칼리는 그레이스를 도와서 마녀 메르디스를 속이려하지만, 오히려 자신이 속고 만다.
칼리의 몸까지 빼앗긴 것이다.
알고보니 바로 메르디스와 그레이스가 짜고 칼리를 속인 것이다.
칼리는 노인 요양원에 갇히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지만, 진짜 메르디스를 찾게 된다.
둘은 힘을 합하여 자신들의 몸을 찾기 위해서 궁리를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다들 여러가지 대답을 하지만, 어쩌면 답은 공기일지도 모른다.
그 흔한 공기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다 알지만, 그것이 대답이 아닌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나 당연해서 오히려 귀한 줄 모르는 공기처럼, 가장 귀한 것은 우리 자신의 몸 속에 자신이 들어있다는 점이라고 이 소설에서는 강조한다.
늘상 곁에 있기에 소중함을 모르는 가족과 같이 늘상 내것이기에 가장 소중한 나의 몸과 마음을 아껴야겠다.
지금의 나의 시간들 또한 쌓이고 쌍혀서 더 나은 나중을 만들게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