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선 메릴 호
한가을 지음 / 엔블록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요즘 아이들이 책을 안 읽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큰 사회적 문제임에 틀림없다.

(물론 아이들의 본보기가 되어야할 어른들 역시도 1년 가야 책 한 권 읽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지만, 어른보다는 아이들에게 독서가 더 많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니 여기서는 그 얘기는 하지 않기로 하자.)

아이를 기르는 엄마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예전 우리가 자랄 때에 비해서 요즘 아이들의 독서량이 현저하게 부족하다는 것을 항상 느낀다.

우리가 자랄 때야 책 말고 특별한 오락거리가 없었던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겠다.

요즘 아이들이야 텔레비전이니 컴퓨터니 해서 재미난 게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영상에 익숙한 세대이니 활자에 대한 집중력도 떨어진다.

기다릴 줄 모르고 성급해서 진득한 이야기나 길게 에둘러 가는 것은 못 참는다.

그저 빨리 싸우고 죽여서 일을 끝내야 하니, 우리 때의 그 두꺼운 클래식 고전들은 펼쳐 볼 생각도 않는다.

그런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면 그래도 자기 자식에게는 책을 읽히려 한다. 그게 좋은 것이란 것은 아는 모양이다.

 

책을 안 읽기로 치면 여자 아이들보다 남자 아이들이 더 하다.

그렇지만 남자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책이 있으니 그것은 판타지 소설 장르이다. 거기에 빠져서 다른 모든 것을 다 잊고 사는 아이도 있다.

판타지 하면 <해리포터> 하듯이 외국 소설이 많다. 얼마나 많은 판타지들이 쏟아져 나오는 지 나중에는 그 세계들끼리 혼돈스럽기까지 하다. 요정의 세계, 다른 행성, 시공간의 이동 등 다양한 환상의 세계에 빠져있다보면 현실로 돌아오기 싫을 정도이다.

 

이 소설 <보물선 메릴호>는 그런 외국 판타지 물 사이에서 국산 환상 동화로 그 의미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든다.

18세기와 21세기의 우리 우주와 또 다른 다양한 우주들이 겹쳐지는 대서양 한 가운데에서 일어나는 이 특별한 사건은 이 세상이 전부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다른 시각을 갖도록 한다.

주인공 모이는 어느 날 이상한 전화를 받는다. 메릴 호의 선장인 모이 선장을 찾는 것이다. 특별한 우주 화물의 운송을 부탁한다는 그 전화를 모이는 금방 잊는다. 그런 이상한 일 말고도 모이는 걱정거리가 너무 많은 까닭이다.

모이가 어렸을 때 벚꽃이 날리던 날 집을 나간 어머니는 여태 소식이 없다. 아버지는 홀연히 사라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미움때문에 사업에 흥미를 잃어서 곧 사채업자에게 인쇄소가 넘어가게 생겼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그 마음을 잃게 되면 공허하고 건조한 인생을 살게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런 모이에게 어느 날 알모타 제국의 공주라는 미치가 나타난다. 미치는 다른 우주에서 왔다면 자기가 돌아가게 도와달라고 한다.

미치가 돌아갈 길을 찾던 중 그들은 동네의 외딴 집에 숨어서 다른 우주와 밀무역을 하는 조씨의 배에 몰래 승선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18세기의 대서양으로 들어선 그들은 배를 훔쳐서 알모타로 갈 계획을 세우지만 선장의 배신과 잔인한 해적과의 조우로 무서운 일을 겪게 된다.

그들과의 싸움을 이겨내면서 배를 빼앗아 가는 과정에서 모이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모이는 이 여행의 끝에서 어머니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알모타에서 쓸모없는 그 작은 다이아몬드 하나면 아버지를 구할 수 있다.

아마도 이 힘이 모이의 활약을 만든 것이 아닐까?

 

단지 모이의 나이에 비해서 모이가 벌이는 활약이 너무 대단하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해적과의 전투에서 각종 선박에 대한 지식과 해적과 싸우는 용기와 지략이 어린이답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토종의 판타지 문학이라는 점에서 주인공이 우리나라 어린이라는 점에서 어린이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어린이들은 이 소설에서 모이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친구에 대한 우정 그리고 실천하는 용기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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