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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리스트: 전달자
장태일 지음 / 팬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다 읽고 나니 마치 난해한 한 편의 프랑스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이다.
줄거리는 알겠는데, 그 느낌이 어딘지 개운치가 않고, 누군가 한 인물을 이해 못해서 뭔가 중요한 고리를 하나 놓친 듯한 느낌.
대강의 내용은 이해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영화의 내용을 설명해 줄 자신이 없는 그런 느낌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제이가 사는 세계는 지금으로 부터 먼 미래이다.
모든 것이 기계화되어 있는 그 시대에는 본청에서 지구를 관리한다.
그들은 이미 지구에 들어와 살던 외계인들을 제 별로 돌려보내는 작업을 완성했고, 화성으로의 이민을 광고한다.
그 본청에서 인간의 이미테이션인 리플리컨트들을 폐기하는 임무를 맡은 제이는 참전용사로서 깊은 정신적 외상을 입은 듯이 보인다.
어린 시절 본청 연구소에서 일하던 부모가 본청의 부름을 받고 간 후에 죽었다는 통보만을 받은 제이는 군사학교를 거쳐서 전쟁에 참전한 모양이다.
그 제이에게는 전쟁 후에 만났다가 사라진 그녀가 있다.
어느 날 임무 수행중에 제이는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기를 그대로 복제한 클론이 슬럼가를 돌아다니며 무엇인가를 전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클론은 누군가에게 목숨을 위협받고 있으며 그 클론을 제거하지 않을면 스스로에게 위협이 닥치리라는 것을 알게된다.
왜냐하면 클론이 돌아다니는 세계는 이 세상에서 철저히 통제하는 영화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제이의 클론이 전달하는 것은 무엇일까?
소설은 제이와 제이의 클론의 시각이 교차되면서 전개된다.
처음에는 클론이라는 설명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소설이 상당히 난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같은 일인칭의 서술인데도 장소와 시간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이, 혹은 제이의 클론이 만나는 사람들, 사용하는 물건들, 그리고 그 상황들은 영화의 모티브를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
소설을 읽는 도중 느닷없이 장국영이 속옷차림으로 맘보를 추는 모습이 영상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아마 작가는 독자들이 여기에 차용된 영화들을 모두 보았다는 전제하에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싶었던 것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영화들은 대체로 그다지 대중적이지 않은 영화들이어서 그 목적을 얼마나 달성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소설에 소개되는 영화들을 다 보고 이 소설을 다시 읽는다면 내가 빠뜨린 인물이 누구인지, 내가 이해 못하는 고리가 어디인지 찾아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