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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
케이트 캐리건 지음, 나선숙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9월
평점 :
"상대에게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보일 여지를 주지 않으면 평생 그 사람에 대해 무지한 채 살아갈 수 있다."
본문 118쪽
완벽한 결혼이란 어떤 것일까?
어느 나라의 어느 결혼이든 여성의 노력과 남성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는 없을 것이다.
스물 몇해가 넘는 긴 시간동안 다른 삶의 양식을 고수한 사람끼리 만나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만들어진 가족이다.)
자기 자신의 욕심을 희생하고 가족을 위한 삶을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여자는 음식을 만들고 옷을 다듬고 집을 청소한다.
남자는 자기 아내와 아이를 먹일 음식을 벌어온다.
물론 현대에는 여자 또한 자기의 일을 갖는 경우가 많아서 전통적인 2분법의 가사 노동 분담은 불가능하다.
그럼 남자와 여자가 가사를 공평히 분담하면 좋으련만,
여자가 나가서 벌어오는 돈은 좋고, 집안일은 하기 싫은 남자의 이기적인 마음과
바깥 일에서도 완벽하게 집안 일도 완벽하게 하고 싶은 여자의 슈퍼우먼 콤플렉스는 우리 사회에 수많은 여성우울중 환자를 양산한다.
그런 탓인지 결혼을 다루는 수많은 책들이 있지만, 어딘지 에둘러가는 듯한 느낌을 많이 주었다.
'남자와 여자가 있다. 사랑했다. 결혼했다. 싸웠다. 헤어졌다.'의 인생 구도에서
결혼하기 까지의 과정을 다루거나, 결혼 후에 헤어지는 과정을 그리거나, 헤어진 후에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은 많아도 이 소설처럼 결혼에 직접 적응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은 자주 만나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유명한 요리 컨설턴트인 트레사는 아파트 관리인인 댄과 결혼을 한다.
결혼하는 순간부터 그것이 잘못된 선택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진정한 결혼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깨달음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는 트레사의 기억에 평생을 사랑으로 사신 것으로 기억되는 외할머니 부부인 버나딘과 제임스의 결혼이야기가 중첩된다.
댄과 트레사가 좌충우돌하는 사이, 버나딘과 제임스의 삶의 이야기는 마치 쌍둥이처럼 같은 곡선을 그리며 진행된다.
또한 그들의 결혼 생활의 과정을 상징하는 요리들과 함께 말이다.
처음엔 구즈베리쨈으로 시작된다. 제목은 화학작용이다.
처음엔 불꽃같은 화학작용이 일어나야한다. 그러나, 내가 만든 쨈은 최고로 품질좋은 재료를 넣고 알맞게 끓였는데도 , 웬일인지 그 화학작용이 안 일어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왜 내 결혼만 악몽같은 것일까?
다음은 타협이다. 현실과 타협하는 루바브 타르트를 만들고, 남편을 위해서 나를 희생하는 허니 케이크를 만든다. 꼬마 카스텔라는 함께하는 기쁨을 주고, 빵은 그와 그의 가족을 인내하게 한다.
이 이외에도 많은 요리가 있다. 그러나, 내 생각엔 모든 요리는 pobs에서 끝난다.
따끈한 우유 한 잔에 빵 한 조각을 이겨넣고 거기에 설탕을 뿌린 pobs는 아주 어린 아이나 아주 나이 든 사람에게 적당한 음식이다.
어쩌면 아무리 화려하고 멋진 요리라고 해도 마음을 달래주지 못할 때가 있다.
진정한 우리 내면과 마주할 때는 그저 간단한 pobs 한 잔이면 우리는 자신과 마주할 시간을 찾게 될 수도 있다.
"사랑에 헌신할 수는 있으나, 헌신없이는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다."
본문 3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