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기술 - 21세기 생활의 신 패러다임 제시!
다츠미 나기사 지음, 김대환 옮김 / 이레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고 나서 한참을 주위를 둘러 보았다.

 

물론 이 책을 읽는 틈틈이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두리번 거리는 나를 발견했다.

아침엔 책상 정리를 하고, 오후엔 외출하면서 신발장을 열었다가 또 한참을 꾸무럭거렸다.

매일 열어보아도 신을 것은 늘 마땅치 않았는데, 오늘 보니 꽉 찬 신발장에 버릴 것들이 얼마나 많은 지 양 손에 가득 들고 나갔다.

덕분에 신발장엔 여유가 생기고 마음은 잠시 가벼워졌다.

저녁엔 이 책을 다 읽고, 주방 서랍을 우연히 열었더니, 아이스크림 집에서 주는 플라스틱 숟가락이 한 봉지나 되는 것을 깨달았다.

강아지 밥 줄 때 쓰느라 몇 개 챙긴 기억은 나는데, 언제 이리 모아놓았을까?

아마도 새 것이라서 아까워서 도로 가져다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듯하다.

이 책에서 아까워 하지 말라는 말을 했는데, 그게 떠올랐다.

일단은 서랍에서 반을 버렸다.

속이 불편해서 약 서랍을 열었다가 유통기한이 지난 약들을 발견하고 몽땅 버렸다.

급하게 아플까봐 챙겨둔 것들일텐데, 그 서랍에서 약을 꺼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항상 정리정돈을 못해서 늘상 집안이 엉망진창이던 내게 이 책은 몹시 긴요하다.

나는 정리정돈을 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런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라 물건이 너무 많은 것이다.

거실 소파 근처의 책들, 식탁 위의 약병과 아이 방의 안 쓰는 장난감들로 갑자기 가슴이 답답한 생각이 든다.

3년을 싸이클로 보고 물건을 버리라는 기준으로 볼 땐 우리집에서 가장 많이 버릴 것은 무엇일까?

내 생각엔 옷이지만, 이 책의 저자는 아마도 책이라고 하지 않을까?

저자는 버리는 데 성역을 두지 말라고 하지만, 나는 아직 멀었다.

성역이 많을테니 말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 쓴 일기장, 오래되어서 빛깔이 누렇게 바랜 어린 시절의 책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모아 놓은 서재의 한 켠.

이런 것들이 아직은 내게 너무 소중한데, 이것 역시 물건에 대한 집착일까?

 

법정 스님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사랑하는 난초가 생기니,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더라는 그 깨달음을 이해는 하면서도 언제쯤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강아지를 혼자 두고 갈 수가 없어서 가족 여행 갈 때마다 동동거리는 나.

맘에 드는 옷을 보면 넣어 둘 곳이 없어서 옷장의 손잡이에 걸어둘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꼭 사는 나.

좋아하는 작가가 새 책을 내거나, 누가 추천하면 읽을 책이 밀려있어도 가지고 싶어서 꿈에도 나오는 나.

이런 나는 언제쯤 '물건으로부터의 자유'를 쟁취할 수 있을까?

저자의 말마따나 일단은 작은 부분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바로 식탁 위.

여기엔 아무 것도 올려놓지 말아야지.

그리고 언제 날 잡아서 버리지 말고, 눈에 띄는 대로 조금씩 버려야지.

그런데, 뭐 부터 버리지?

책을 다시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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