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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질링 살인사건 ㅣ 찻집 미스터리 1
로라 차일즈 지음, 위정훈 옮김 / 파피에(딱정벌레)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간사한 것인지 모른다.
열대야다 뭐다 해서 밤새 끈적이는 더위에 잠 못들고 뒤척이던 때가 바로 며칠 전인데,
어젯밤은 몰아치는 폭풍우 소리에 창문을 닫고,
오늘은 열어 놓은 창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느낌의 바람에 흠칫 몸을 떨기도 한다.
평소 차 보다는 커피를 더 즐기지만,
오늘같이 비 내리고 스산한 날에는 오후의 따스한 차 한 잔이 정말 위로가 된다.
늘 습하고 우울한 날씨의 영국에서 애프터 눈 티를 마시는 습관이 유래된 것은 아마도 날씨와 깊은 상관 관계를 갖고 있을 것이다.
냉동실에 소중하게(?) 감추어둔 아끼는 차를 꺼내어 포트에 담는다.
뜨겁게 끓인 물을 티포트에 따르고 가만히 그 안을 들여다 보았다.
찻잎들이 잠시 제 세상을 만난 듯 이리저리 오르내리며 기지개를 편다.
잠시 기다린 후에 작은 잔에 따르고 그 향을 맡는다.
온 집안에 따스한 향기가 가득 퍼지기를 바란다.
미국의 유서 깊은 도시 '찰스턴'에서 '인디고 찻집'을 경영하는 아름다운 여자 시어도시아가 바로 이 소설 <다질링 살인 사건>의 주인공이다.
시어도시아는 차와 방금 구워낸 비스킷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찻집을 경영하는 평범한 여성이다.
그러나, 사건은 그녀를 아마추어 탐정의 길로 인도한다.
그녀가 행사 때 제공한 차를 마시고 한 남자가 죽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찰은 그녀 혹은 그녀의 친구 '베서니'를 범인으로 의심한다.
결국에 시어도시아는 본의 아니게 사건에 깊숙이 개입을 하고 사건을 풀어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사랑스런 캐릭터의 여인과 향기로운 차와 빵과 과자, 그리고 아름다운 찻집의 묘사등은 마치 로맨스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으로 여성성을 강조한다.
게다가 중간중간에 들려주는 홍차에 관한 특별한 지식들은 커피에 매몰되어 있는 나에겐 큰 자극이 되었다.
그러나, 어설픈 우연성의 남발이나, 작위적인 극의 구성등 치밀함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좀 아쉬웠다.
이 책 <다질링 살인 사건>을 읽으면서 몇 번 나오는 차 이름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룽징차'이다.
주인공 시어도시아가 아끼는 그 '룽징차'가 바로 '용정차'라고 한다.
중국에 다녀온 지인이 선물한 그 귀한 차를 이 무식한 사람이 어디에 두었는 지 도대체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역시나 아는 만큼 보고 아는 만큼 즐긴다더니,
'용정차'에게 죄송한 마음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