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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밀사 - 일본 막부 잠입 사건
허수정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한 동안 사극이 참으로 인기가 있었다.
고구려부터 신라, 백제,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다루지 않은 시대가 없었고, 그 중에는 대중적인 인기를 끌어서 '국민 드라마'라는 칭호를 얻은 것들도 있다.
역사 지식을 어린이들이 친근하고 쉽게 얻을 수 있고, 그야말로 과거를 거울로 삼아서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는데 일조를 한다는 점에서 좋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역기능이 있으니 그것은 역사와 역사 소설을 정확히 분간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사극이나, 역사 소설에서는 그 재미를 더하기 위하여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 내고 가공의 사건이 큰 역할을 하도록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도 있다.
가끔 그것이 실제 역사와 혼동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 소설 <왕의 밀사> 역시 한동안 인기 몰이를 하던 <뿌리 깊은 나무>나 <바람의 화원> 처럼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그러나 상상력의 산물인 팩션이다.
1655년 조선통신사가 일본을 방문한다.
당시 조선의 임금인 효종은 자신의 야망이 북벌에 있음을 조용히 드러내고 있었다.
청을 견제하기 위하여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임금은 일개 종사관인 남용익에게 당시 일본의 실세인 쇼군에게 보내는 밀서를 전달하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긴다.
그러나, 남용익은 교토에 도착하자마자 살인 사건에 휘말려 구금되는 신세가 되고 만다.
단 보름간의 시간동안 살인사건의 진범을 밝히고 남용익을 구해야만 하는 임무가 종사관 수행 역관인 박명준에게 주어진다.
박명준은 왜란 때 일본에 끌려온 도공의 아들로 첫사랑 여인을 지키지 못한 괴로움에 시달리는 상처를 가진 남자이다.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의 흥미진진함은 추리소설의 그것과 같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감이 있었다.
또한 당시 일본의 권력 구조나 일본의 풍속등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역사적 고증은 읽는 이의 안목을 넓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그러나, 일개 수행 역관에 불과한 박명준이 이 모든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이나 일본 막부의 실권자인 노부쓰나와 일본의 귀족 무라사키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든지 일본의 쇼군을 알현할 정도의 힘을 보이는 것등은 어딘지 설득력이 떨어진다.
나중에는 그가 모든 사건의 전말을 밝히면서 다나카나 기요모리등의 일본 실권자들에게 그 사실을 확인해 가는 과정도 작위적인 느낌을 지우기는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