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모아 떠난 지구촌 배낭여행
이승곤 외 지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얼마나 재미나게 읽었는지 손에 쥐고 나서 바로 읽어 버렸다.

교사 부부인 '1톤 배낭'씨와 그의 아내는 방학동안 세 아이 미루, 길로, 바로를 데리고 '지구촌 마실'을 다닌다.

이 번 책에서는 '세계의 화약고' 발칸 반도의 여행을 소개하고 있다.

세계적인 장수 국가로 유명한 불가리아의 아름다운 수도 소피아에서 시작된 그들의 여행은 발칸에서 가장 멋진 숙소 트로얀스키 수도원에서 하룻밤을 지내면서 나의 부러움의 끝을 볼 작정이었던 듯 하다.

온 마당 가득한 꽃들의 향연, 중세풍의 수도원 내부의 사진이 보는 이의 마음을 끌어 당긴다.

그 고요할 것 같은 수도원에서 며칠 쉬고 싶어지는 게 누구나의 마음일 것이다. 

 

애초 예정은 불가리아, 그리스, 루마니아, 마케도니아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세르비아의 정세가 불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케도니아의 입국 비자를 받기 위해서 예정에 없이 시작된 세르비아 여행, 그리고 기차 안에서 만난 알렉산드로스의 물음은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고 남을 알려고 했던 격이었던 그들의 걱정을 불식시켰다.

베오그라드 대학의 교수라는 알렉산드로스는 그들에게

"당신들은 어디에서 왔다고 했나요?"

라는 질문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거기에서 만나 것은 무시무시한 국제 정세가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 풍부하고 신선한 과일, 쏟아지는 햇볕과 정 많고 다정한 사람들, 그리고 그 나이를 알 수 없는 중세의 건축물들의 장엄함이었다.

때로는 예정에 없던 것들이 더욱 의미있고 좋은 기억이 될 수 도 있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 역시 꼭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듯이 말이다.

 

처음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도대체 이들은 어떻게 '지구촌 마실'을 다닐 수가 있었나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이들이 교사라는 점이 그 의문의 하나였고, 세 아이를 데리고 다닌다는 점이 또 다른 의문이었다.

방학이라고 해서 선생님들이 학생들 마냥 집에서 쉴 수 있는 처지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아는 나로서는 이들 부부가 다니는 이 '지구촌 마실'이 단순한 바람 쐬기 여행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이렇게 몇 주씩 시간을 내려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 역시나 마찬가지이다.

이 여행 당시 딸아이가 중 3이었다고 한다. 아들들은 초등학교 5학년.

방학이면 그 동안 부족했던 공부, 혹은 다음 학기 선행 학습을 하느라 오히려 학기 중보다 더 바쁜 것이 요즘 아이들의 실상이다.

그런 모든 걸리는 것을 다 잊고 훌쩍 떠나서 땀을 흘리고, 걷고, 낯선 곳에서 지내면서 얻게 되는 더 많은 경험들이 몇 주간의 학원 수업보다 더 소중하다는 부부의 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인 것이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

그들의 실천의 용기가 참 부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