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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써바이 써바이 - '온 더 로드'의 박준, 길 위의 또 다른 여행자를 만나다
박준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책을 처음 만날 때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 중의 하나가 표지라면 난 너무 외모 지향적인 사람일까?
아름다운 표지, 사랑스런 표지의 책이라면 한 번 더 보아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다 읽은 후에도 곱게곱게 보관하려고 애를 쓴다.
특히나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데, 그는 자신의 책에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을 싣는다.
그의 사진의 주체는 '사람'이다.
유명한 사람, 권력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그가 내게 사진 속의 주인공을 소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친구를 또 다른 친구에게 소개하듯이 특별한 소개의 말이나, 거창한 인사 없이 그저 담담하게
"내 친구야, 인사해."
이런 느낌을 받는다.
거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많은 책들이 사진을 표지로 쓰지만, 다 이런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다.
박 준의 사진만이 이런 인사를 시켜준다.
그가 정말 마음을 담아서 사진 속의 그 사람을 내게 소개해 주고 싶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늘 아름다운 세상을 내게 보여주던 그는 이젠 내면이 더 아름다워서 언제나 써바이한 사람들을 데리고 왔다.
온 책의 가득 행복한 얼굴들이 나를 바라본다.
어찌나 평안하고 행복해 보이는 지 샘이 다 날 지경이다.
하루에 1달러만 있어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널려 있는 곳.
신발은 신어 본 적도 없는 그 작은 발로 쓰레기와 더러운 하수가 흐르는 길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에이즈에 걸렸을 지도 모른다.
앙코르와트 때문에 내겐 늘 동경이던 그 곳.
캄보디아에서 저자는 사람을 보고 왔다고 한다.
"나라면 도저히 살 수 없는 환경에서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내는 이 사람들이 나를 향해 한결같이 웃어주지만 않았어도, 내 캄보디아 여정은 다른 사람들처럼 앙코르와트를 돌아보고 톤레삽 호수에서 배를 타는 것으로 끝났을 것이다. "
본문 40쪽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거친다는 그 평범하기까지한 여정을 끝내게 한 그들의 미소.
그 미소의 힘은 무엇일까?
하루 먹을 만큼만 있으면 더 욕심 부리지 않는 그들의 삶의 방식이 그 힘일까?
더러운 옷에 오늘 저녁거리가 없어도 지나가는 사람에게 차를 한 잔 끓여줄 수 있는 그들의 느긋함은 각박한 도시의 삶 속에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느라 지쳐버린 우리의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그 회의는 비단 나뿐은 아닌가보다.
봉사란 돈 많이 벌어서 여유있을 때 하는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불식시켜 줄 너무 많은 맑은 영혼들이 있다는 것이 그 증거가 되리라.
한국에서 별 볼일 없는 삶을 살았다는 그는 캄보디아의 맨발의 아이들에게 날마다 밥을 퍼 준다.
그는 아이들에게 밥을 줄 때마다 고개를 숙인다고 한다.
그의 경배를 받는 것은 밥일 수도 있으리라.
아니, 그의 경배의 대상은 너무도 맑은 영혼의 눈을 간직한 맨발의 캄보디아 소녀일 것이다.
늘 써바이한 그 아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