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럭셔리 - 그 유혹과 사치의 비밀
데이나 토마스 지음, 이순주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422쪽의 양장본 책인 이 책 <럭셔리>는 "그 유혹과 사치의 비밀"이라는 부제를 덧달고 있다.
말랑말랑한 소설책도 아니고 그야말로 럭셔리한 제품들의 사진이 들어있지도 않은 이 책에서는 어떤 회사의 자산 가치를 분석하기도 하고 LVMH의 아르노가 어떻게 그 회사들을 소유하고 거래했는지에 대한 과정까지도 소상하게 밝혀고 있다.
평소 숫자라면 보고 또 보아도 돌아서면 잊어버려서 통장 잔고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이 책에는 그렇게 빠져들어서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백화점에서 구경한 그 복잡한 그림의 핸드백이 갖고 싶어서였을까?
체크무늬 원피스가 입고 싶어서였을까?
이 책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그 이름을 들어보았을 유명 제품들의 탄생과 그 역사와 그 현재의 모습들을 총망라한 명품 세계의 역사책이라고 할 만하다.
명품의 우아한 역사는 그동안 말로만 듣던 그 유명 제품들이 왜 그리 유명한 지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이야기 한다.
저자는 직접 그 매장과 공장들을 둘러보고, 유서 깊은 장인의 공방을 구경하면서 그 우아함을 우리에게 알린다.
자본이 명품에 손을 뻗기 시작하면서 명품들은 그 우아한 역사와 특별함을 잃고 대량 생산되기 시작하고 수제품이 공장 조립 제품으로 전락하면서 예술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잃는다.
그리고 이제 명품은 그 시장 가능성을 아시아로 본다. 해마다 수 많은 일본인들은 핸드백을 사기 위해서 해외 여행을 한다. 회사들은 그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각종 상술을 발휘한다. 그리고 그 다음 목표는 한국이다.
또한 명품들은 그 자부심을 잃고 스타들을 그 대상으로 하여 일반인들에게 마케팅을 노린다. 세계 여러 나라의 여성들은 레드 카펫에 오른 배우가 한 액세서리와 구두와 옷을 갖고 싶어한다. 그들의 모습을 완성하는 스타일리스트는 요즘 아이들이 소망하는 코디의 발전형일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일관된 시각을 보인다.
대량 생산 되고 불법 유통까지도 마다 않으며 짝퉁이 판을 치는 지금의 명품은 명품이 아니라는 말이다.
세상에서 단 하나인 제품, 그리고 마치 하녀가 시중 들듯이 자신만을 위한 그 우아함의 결정체인 진정한 물건이 명품이라는 것이다.
자자는 브라질의 럭셔리 백화점 다슬루에 대한 소개를 책의 마지막에서 하고 있다.
안전문을 두 개나 통과해야 들어가고, 상류층 자녀들인 다슬루제트의 안내를 받으면서 자신만을 위한 맞춤 쇼핑을 하는 그 곳.
다슬루에서는 남성 출입 금지 구역도 있다. 바로 여성복 매장이다. 탈의실이 없는 그 곳에서 여성들은 속옷차림으로 새 옷을 입어본다.
그리고 검정 유니폼에 흰 에이프런을 두른 하녀들이 음료를 써빙하고 옷을 정리한다.
어느 시대가 연상되는가.
주변의 누군가가 해외 여행을 간다고 한다. 얼핏 핸드백 얘기를 한다. 에전 같으면 반색을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100만원짜리 핸드백의 원가가 8-10만원이라는데야, 그것을 사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신 것은 사실이다. 그나마 그 핸드백은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장인이 만든 것도 아니고 중국의 소녀들이 월급50달러를 받고 조립하는 제품일 테니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을 보니, 어쩌면 나도 우아한 매장에 들어가 와인 한 잔 하면서 핸드백과 구두를 고르고 싶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