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촬영법 Outdoor Books 10
송기엽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 덕분에 참 많이 찍히고 다녔다.
어디든 배경이 좋으면 내 몰골이 어떻든 상관하지않고 세워두고 사진을 찍는 바람에 나를 너무나 예쁘다고 생각하는 줄 알았다.


한 동안은 멋진 경치를 좋아하여 여기저기 차를 타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아이가 태어나자 아이의 모든 모습이 촬영의 소재가 되었다.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은 알겠지만, 똥이 마려워서 인상을 쓰는 모습까지도 어찌나 예쁜지 충분히 사진의 소재가 된다.
남편이 없으면 아기의 예쁜 모습들을 내가 카메라에 담았다. 그 때는 디카가 없던 때라서 한 통의 필름을 다 쓰고 나면 현상 인화를 하러 갔다. 기다리는 기쁨이 참 컸다.
찾아와서 사진들을 살펴 보면서 생각대로 혹은 생각보다 잘 나온 사진들을 발견하고 기뻐했었다.
물론 나의 형편없는 실력에 남편의 타박도 함께 왔다.
뒷 배경이 아이의 목선에 걸린다든지 하는 사진은 내가 봐도 웃겼다.
그런데, 지금은 그 잘못 나온 사진들이 더욱 소중하다.


그 다음엔 바로 꽃들을 찍기 시작했다.
예쁘고 화려한 서양의 꽃이 아니라 야생화들을 찍은 것이다.


야생화를 촬영하면서 하나하나 꽃 이름을 찾아보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모른다는 말에 함께 사진을 보고 옆에서 찍어보기도 하면서 작은 들꽃들의 아름다움에 함께 빠졌다.
아이를 찍거나 멀리 풍광들을 찍을 때와는 다르게 내가 의도했던 대로 사진이 나오지 않아서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빛의 움직임이나 손 떨림이 사진을 얼마나 다르게 보이게 하는지도 조금씩 알게되었다.
이제 남편은 야생화를 촬영하는데 그다지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지 않다.
이러다가 전시회를 연다고 하면 어쩌지? 하는 고민이 생길 정도로 좋은 사진들을 찍을 때도 있다.

이 책 <야생화 촬영법>이 도착하자 나보다 먼저 손에 들고 꼼꼼하게 공부를 한다.
"참 좋은 책이구나!"라는 감탄사도 내면서 ......
나도 이 책을 보고나면 더 잘 찍을 수 있을까?

 

이 책 <야생화 촬영법>은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촬영의 실제이다. 실제 야생화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 사진을 찍은 장소와 꽃의 이름들이 소개되고 있다.
2장에서는 촬영 기술과 장비를 안내한다.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면서 실제 촬영 기술 향상을 기대한다면 가장 알맞은 장일 것이다.
3장은 계절별 야생화를 찾아보게 한다.
그 동안 궁금했던 꽃의 이름들을 알 수 있고, 앞에 등장했던 꽃들을 다시 복습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


가끔 사람을 꽃에 비유할 때, 나는 한 송이 붉은 장미보다는 들에 가득 핀 들국화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말은 신영복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나온 말인데, 참으로 가슴에 남는 말이다.
저 혼자 화려하기 보다는 여러 송이가 있을 때 그 아름다움이 더욱 드러나는 작은 들국화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말이다.


사진 가득한 야생화의 군락은 마치 신영복님의 말씀을 내게 다시 일깨워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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