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광고 문구가 맘에 쏙 들었다. "밥보다 쉬운 파스타 ' 라니 이 얼마나 감각적인가 말이다. 주부가 되어서 살미을 시작한 지 벌써 10년하고도 몇년이 더 지난 지금도 자신있게 할 줄 아는 음식은 김치찌개가 전부인 나는 이 책에 푹 빠지고 말았다. "다가오는 여름 휴가 땐 이 책에 나오는 파스타를 순서대로 다 해봐야지......'하는 마음가짐으로 날마다 먹고 싶은 파스타를 하나씩 보았다. 사실 우리나라 국수장국이 이 파스타보다 쉬울 것도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지금 자꾸 "파스타"라고 부르지만, 우리 아이들은 이 파스타들의 사진을 보고는 몽땅 "스파게티"라는 이름으로 통일했다. 이 세상에 토마토를 넣은 빨간 스파게티와 아웃백에서 본 하얀 크림 스파게티 밖에 없는 줄 알았던 국수 좋아하는 작은 녀석은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이거 해 줘, 이런 것도 스파게티야? "하면서 나를 귀찮게 쫓아다니기도 했다. 파스타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고 그 이름도 몇 가지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고서 그 많은 국수들이 어디에 쓰이는 지 그리고 어떤 와인가 어울리는 지도 알았다. 게다가 같이 먹는 다른 이탈리아 음식들까지 자세히 소개되어 있고 만드는 방법도 그다지 어렵지 않아 맘만 먹으면 이탈리아식 저녁도 뚝딱 만들어 낼 듯하다. 또한, 책의 말미에 이탈리아의 이름난 고장에서 맛보는 미식가들의 편지도 좋았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 등장하는 피렌체 두오모에서 5분 거리에 <마리오>라는 맛난 식당이 있단다. 규모도 그리 크지 않고 가격도 적당하다는 그 곳. 쥰세이의 흔적을 찾아서 피렌체에 가게 되면 꼭 찾아 보리라 메모해 두었다. 파스타에 얽힌 얘기 하나가 있다. 몇 년전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새로 개업한 이탈리안 식당에 갔다. 거의가 여자들인지라 다들 스파게티를 먹겠다고 했다. 그 때만 해도 흰 스파게키는 잘 몰랐던 우리는 누군가가 한 번 먹어 본 "까르보나라"가 맛있다고 말하자, 너도나도 그걸 시켰다. 스프와 얇고 바삭한 피자는 너무 맛있었다. 그러나, 곧이어 나온 "까르보나라' 18접시는 우리를 질리게 하기엔 충분했다. 다들 흰 접시를 앞에 두고 포크로 마지못해서 떠 먹던 그 장면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 때 이후로 "까르보나라"를 다시 먹게 되기까진 꽤나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물론 잘 먹는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우리가 알고있는 "까르보나라"의 정체가 실은 잘못 된거란다. 실제 "까르보나라"는 오일 파스타로 달걀과 베이컨을 넣고 통후추를 뿌린다고 한다.달걀이 익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생크림을 넣던 것이 그 양이 늘어서 우리나라만의 "까르보나라"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까르보나라"는 크림 스파게티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어 있다. 빨간 스파게티만 먹으려는 작은 아이에게 한 번 만들어주면서 세계를 알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