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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만원으로 세계여행 - 영어 울렁증 상근이의 자급자족 세계 여행
정상근 지음 / 두리미디어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어렸을 적의 꿈중에 "세계여행"은 누구나 한 번쯤은 적어 넣는 목록 중의 하나였다.
그 당시 우리는 "김찬삼의 세계여행"이라는 책을 얼마나 설레며 읽었는지 모른다.
신기한 나라, 이상한 것을 먹고 입는 사람들......
그 당시에는 외국 여행은 특별한 사람들이나 가는 곳이어서 더욱 그랬다.
나도 나의 꿈이 "세계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학창 시절에는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어렸으므로 나중에 내힘으로 돈을 벌면 가장 먼저 여행을 가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가끔씩 취미를 적는 경우가 필요하면 취미도 여행이었다.
게다가 해외여행까지 개방되고 나니 내 꿈을 실현할 날도 머지 않은 듯 싶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 보니 너무나 걸림돌이 많았다.
취직을 했더니 시간이 없었고, 그 다음엔 아이들이 어렸다.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고, 경제적으로 좀 무리를 하면 될 것 같을 땐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돌이켜 곰곰 생각해보니 나는 별로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나 여행을 떠나기 전에 짐을 꾸리는 것이 참 싫었다.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가야하거나 출장을 갈 때도 유난히 짐 꾸리기가 귀찮아서 꼭 전날 밤 늦게야 허둥지둥 가방을 챙기는 것을 보면 확실하다.
그렇게 허둥거리면서 나는 영화 <델마와 루이스>의 한 장면을 꼭 떠올린다.
주인공 델마가 친구와 여행을 떠나기 전 가방을 못 꾸려서 서랍 속의 내용물을 한꺼번에 트렁크에 쏟던 장면말이다.
또 하나, 실은 이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낯선 곳에서의 저녁이 참 견디기 힘들다.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고 가 보지 않은 곳에 찾아가서 그 곳의 음식과 경치를 즐기면서도 나는 보라색 어둠이 슬금거리면서 밀려오고 그 도시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제 집으로 찾아들어가면 , 그 날의 내몸 누일 곳을 걱정하는 그 시간이 그렇게나 두렵고 싫다.
그래서 아무리 먼 곳도 마다않고 그 늦은 시간에도 내 집을 향해 돌아오기가 일쑤이다.
아마도 내가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데는 이런 까닭들이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 책 <80만원으로 세계 여행>의 저자 정상근씨는 참으로 마음과 몸이 모두 젊은 사람이다.
그는 단 돈 80만원으로 감히 세계 여행에 도전을 한다.
그의 용기의 원천은 젊음일 것이다.
어릴 때부터도 여행이 취미였다는 그는 한비야님이 말한 여행자의 조건 -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을 다 갖춘 사람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그는 잘 벌기까지 한다.
일단은 호주로 날아간 상근씨- 요즘 유행하는 이름이라서 -는 거기서 일자리를 찾는다.
외국 생활 경험도 쌓고 돈도 벌고 영어도 공부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렸달까?
하루에 세 가지의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세계 각국의 친구까지 사귄 그는 행운아임에 틀림없다.
그 역시 여행을 하면서 하늘이 자신을 돕고있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수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한다.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에게 도움을 얻었다는 것은 그 역시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리 도움을 주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도에서 30만원으로 한 달을 지내면서 철학자의 나라가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생활 인도를 만나고 안나푸르나를 지척에 두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유럽의 물가를 몸소 체험하고 여행 중의 만나 친구들로부터 환대를 받으면서 그는 자신이 행운아임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저 카메라를 들이대기만 해도 이렇게 가슴 설레는 사진들이 나오는 이 세상을 보면서 저자가 마구 부럽다.
이 세상은 이리도 크고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구나.
그에게 이런 큰 선물을 안겨 준 이는 다름아닌 바로 그 자신일 것이다.
어느 새 기성 세대가 되어서 배낭 여행은 힘들고 어쩌고 하는 나를 바라보면서 나는 왜 이렇게 못 했을까하는 아쉬움과 억울함도 느낀다.
이 젊은이의 무모한 용기가 내게까지 전염되는 것을 느낀다.
짐싸기가 아무리 귀찮아도, 아이들이 아무리 발목을 잡아도 한 번 가야하지 않을까? 더 늦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