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꼭 알아야 할 곤충이야기 풀과바람 지식나무 9
김남길 지음, 최달수 그림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학창 시절 가장 좋아하던 소설 중의 하나가 헤르만 헤세의 <나비>였다.
우리반 아이들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어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빌라드의 <이해의 선물>과 함께, 어린이들의 섬세한 마음을 담은 <나비>는 당시 청소년들의 필독서였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바로 주인공이 친구 에밀의 나비를 못 쓰게 망가뜨리던 장면이다. 아마도 그 점박이 나비는 친구 에밀이 몹시도 아끼던 수집물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 소설에서 실제 나비는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내게는 "곤충"이라는 말만 들으면 떠 오르는 장면이다.


우리집에도 에밀 못지않은 아이가 있다.
머리에 뿔이 달린 갑각류의 곤충을 집에서 부화시키고 또 다시 알까지 보고 그 알을 다시 부화시켜 성충으로 키우는 아들아이 말이다.
알을 유충통에 넣고 톱밥을 채워서 키우면 어느 날 유충통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인다.
바로 다 컸다는 소리다.
물론 그 중간에 애벌레의 희끄무레한 모습도 보이고 번데기의 모습도 나타난다.

 

정작 어른인 나는 어린 시절 그런 곤충을 많이 보고 자랐음에도  징그러워서 손도 대기 싫건만 아들 녀석은 그 성충을 자랑스레 들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
커다란 사육통에 넣고 보면 뿔을 높이 세운 모습이 나름대로 멋지기도 하다.
그러나, 몇 주후에는 목이 잘린 시체로 만나야한다는 것이 나는 싫다.
처음엔 그 목 잘린 시체를 보고 뭘 잘못해서 죽은 줄알고 어찌나 깜짝 놀랐는지 모른다.

 

만약 이 책 <어린이가 꼭 알아야 할 곤충이야기>를 미리 읽었더라면 그런 일은 없었을텐데......
곤충에 대한 나의 무관심은 이 책을 읽으면서 부끄럽기까지 했다.
다른 동물 보다 훨씬 먼저 진화를 끝내버린 이 선구적인 동물들은 지구상 최초의 생물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특히나 바퀴벌레의 경우는 그 최초의 조상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다르지 않다니, 이미 3억 5천만년전에 생존을 위한 완벽한 준비를 마쳤다는 말이 아닌가 말이다.
누가 인간을 위대하다고 했을까?

 

이 책은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꼭 알맞은 책이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는 장수풍뎅이나 장수 하늘소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또 한 몫하는 모양이니 말이다.
최초로 나타난 곤충의 이야기부터 시작되는 이 책은 곤충들의 특징과 종류, 서식지, 먹이와 성장, 그리고 곤충의 사회적인 삶의 모습까지도 세밀하게 그리고 친절하고 자상하게 알려준다.
또한 곁들인 그림이 유머러스해서 시종일관 웃음을 짓게 만든다.

 

생태계의 가장 아래에 있는 1차 소비자인 곤충이 사라지면 그 위의 2차, 3차 소비자들의 삶에 큰 위험이 닥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런데, 그 1차 소비자인 곤충의 멸종은 2차 소비자가 많아져서가 아니다. 바로 생태계 먹이사슬의 맨 위에 있는 인간이 곤충의 먹이인 풀을 망가뜨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엔 자기의 목숨을 스스로 위협하고 있는 꼴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실은 우리를 살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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