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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아빠 - 사랑과 상실, 그 투명한 슬픔의 기록
패티 댄 지음, 이선미 옮김 / 예담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시기를 지날 때마다 아이들의 웃는 모습이 카다란 힘이 되는 것을 느낀다.
이 아이들의 맑고 검은 눈, 고르게 숨소리를 내면서 자는 아이의 평화로운 얼굴은 세상의 모든 부모에게 살아갈 힘과 용기와 이유를 준다.
그렇기에 이 책 <안녕, 아빠>는 더 많은 슬픔과 감동을 그리고 따뜻한 웃음을 짓게 한다.
어차피 인간의 삶이란 것이 유한하고 그 안에서 웃고 울고, 볶고 지지고 하면서 사는 것이지만 아직은 시간이 많다고 생각한 그 순간에 찾아 온 이별은 감당하지 못할 충격과 혼란을 줄 것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그 이별을 준비할 시간이 너무나 짧다면 더욱 힘들 것이다.
그리고 두고 떠나야하는 존재가 나의 아이라면 그것을 감당할 자신이 있을까?
영화 <나 없는 내 인생>이 떠오른다.
힘들지만 사랑하면서 살던 여자 주인공에게 어느 날 내려진 암선고, 자신은 곧 죽을 것이고 그리고 그녀의 아이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준비한다.
그녀가 까페에 앉아서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리스트를 들여다 보던 장면이 자꾸 떠오르는 책이다.
"만약에 나라면 어떨까 ?"
그 장면을 보면서 수도 없이 한 생각이다.
이 책은 죽음의 당사자가 아닌 그의 아내가 쓴 글이다.
늦은 나이에 만나 남편과의 길지 않은 결혼 생활, 입양으로 얻은 멋진 아기 제이크와 그녀를 남겨두고 남편은 곧 죽는다.
남편의 죽음을 감당해야 하고, 어린 아들 제이크가 아빠와 후회없이 이별하도록 도와줘야 하고, 가계를 책임지고, 남편의 병수발을 하고 자신은 곧 미망인이 될 준비를 하는 그녀는 마음 속의 지옥을 담담하게 써 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어린 아들이 아빠와의 많은 추억을 갖고 살수 있도록, 그리고 아빠의 죽음이라는 충격을 좀 더 쉽게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들을 죽음에서 떼어 놓도록 노력하지만, 그녀는 의사의 권고를 따른다.
아들 제이크가 아빠의 죽음을 지켜보도록 한다.
어쩌면 갑작스런 아빠의 부재보다는 더 자연스럽게 아빠의 죽음을 인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영화의 한 장면이 끝도 없이 떠 오르는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도 " 만약에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남편의 병 수발을 하고, 아이의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나자신을 추스르고 남편과 후회없는 이별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할 수 있을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직접 죽음을 향하는 남편의 마음이 덜 표현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두고 떠나야하는 아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읽을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그는 한마디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내가 죽어도 되겠어요?"
어쩌면 이 한 마디의 말에 그의 모든 마음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자질구레한 감정의 표현을 듣고 싶어하는 나는 속물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