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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잡
크리스토퍼 무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더티 (dirty) 불결한, 더러운 의 뜻을 가진 단어이다.
나에겐 3D -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 업종을 이야기할 때 많이 쓰이는 단어로 기억된다.
이 단어는 문화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사실 우리에겐 그다지 환영받는 단어는 아니다.
남을 욕할 때나, 상황이 나쁠 때 주로 사용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단어를 소설의 제목으로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찰리는 너무나 평범한, 그래서 여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베타남성으로 묘사되고 있다.
소심하고 겁많은 그는 잘난 알파 숫컷들에게 질린 아름다운 여성, 레이철과 결혼을 하는 행운을 얻었고 그리고 아이를 얻게 된다.
이 부분에서 한 가지 생각해 볼만한 일이 있다.
찰리는 베타 남성으로 표현된다.
성적 매력을 갖기엔 왜소한 체격, 소심한 성격이 그 이유일까?
그러나, 찰리는 아파트를 갖고 있으며 그 아파트가 들어있는 건물의 소유자이고, 그리고 자신의 사업이 있다.
비록 중고품 판매점이지만 ...... (이 직업이 그를 죽음의 상인의 역할로 들어서게 한다.)
이 정도면 훌륭한 조건이 아닐까? 게다가 그는 소심한 남자답게 친절하고 자상한 성격을 갖고 잇다.
왜 여자들이 우락부락하거나 완벽한 외모를 가졌거나 잘난 직업을 가진 남자들을 좋아한다는 생각을 할까?
알파와 베타를 구분지은 것은 누구란 말이지? 이런 의문으로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더러운 직업을 가진 베타 남성의 좌충우돌, 천방지축 모험기를 기대하면서......
총 545쪽의 긴 소설이다.
역시나 찰리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진 않았다.
찰리는 아내의 죽음의 현장에서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는 누군가를 발견했다.
바로 아내, 레이철의 영혼을 수거하는 민티 프레시를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그 역시 죽은 사람의 영혼을 수거해야만하는 처지에 놓이고 만다.
그가 자신의 임무를 게을리하면 이 세상이 암흑천지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일을 원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죽게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군데군데서 작가의 촌철살인의 유머를 발견할 수 있는데, 그 유머는 특히 이름을 짓는데서도 많이 드러난다.
2미터가 넘는 새까만 흑인의 이름이 민티인데다가 성이 프레시라니......
또한, 각 부분의 소제목들도 날카로운 유머를 구사하고 있다.
부담없는 편안한 읽을거리의 제목들은 어둡기 쉬운 이 이야기의 제재들을 한결 가볍게 한다.
마지막으로 유감없이 발휘되는 그의 신랄한 비판과 시치미를 뚝 떼고서 내뱉는 엉뚱한 그러나, 심각한 돌려말하기는 읽는 즐거움을 배가해준다.
귀여운, 그러나 무서운 딸 소피의 재롱섞인 대사들과 링부인과 코르체프 부인도 그 유머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암흑의 신들, 어둠의 신들의 이름과 그들의 성별 및 역할들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무한 채로는 그 부분을 이해하기엔 좀 무리가 있었다.
너무나 스피디한 전개 속도 또한 따라가기엔 조금의 어려움이 있었음은 사실이다.
긴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