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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인 마플이 죽었다
수잔 캔들 지음, 이문희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을 읽게 된 계기는 "제인 마플"이라는 이름과 "애거서 크리스티, 그녀의 기억에서 영원히 사라진 이야기" 라는 책표지의 문구가 나를 사로잡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고등학교 시절 애거서 크리스티는 나의 우상이었다.
지금도 그 붉은색 표지의 문고판형 추리 소설들이 기억이 난다. 한 권이라도 빠뜨릴세라 메모해가며 읽던 기억들이 내겐 너무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애거서의 실종과 리즈의 죽음의 연관성을 강조하기 위한 제목으로 보이는 <그리고 제인마플이 죽었다>는 애거서의 이름에 대한 기대로 이 소설을 들었다면 후회하기 십상이다.
초반의 어수선하고 느슨한 전개는 읽는이의 흥미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하다.
수 많은 설명없는 등장 인물, 또는 한 사람에 대한 지난친 설명들은 뒤로 가면서도 그 사람을 파악하지 못해서 앞으로 책장을 넘기게 했다.
이혼 경력이 있는 30대 후반의 주인공 쎄쎄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전기를 쓴다.
그녀 역시 나만큼이나 애거서의 팬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녀는 새로운 결혼을 준비 중이고 딸 애니는 아기를 낳으려고 하며 전남편은 자신의 애인과 예비 장모를 데리고 그녀의 앞에 나타난다.
또한 그녀는 그녀의 회계사의 권유로 애거서의 후손이라는 이안 크리스티라는 사람이 짓는 테마빌리지 크리스티 타운에서 개장 축하 행사 때 창작 연극<살인사건의 티파티>의 책임을 맡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연극에 자신의 친구와 댄스교습소의 직원들과 정원사 등 자신과 연관있는 사람들을 출연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행사 당일 제인 마플 역을 맡은 댄스교습소의 리즈가 연극이 시작될 때까지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이 알려진다. 독살이었다.
또 하나, 쎄쎄의 이야기와 교차되는 것은 남편에게 이혼 요구를 받은 애거서의 자발적 실종 과정이다.
남편에게 실망한 애거서는 차를 몰고 나선다.
그리고 벼랑 위에 차를 세워 두고 그녀는 홀연히 사라진다.
11일 후 교외의 한 휴양지 호텔에서 그녀는 발견되지만, 스스로 11일 간의 기억을 지워버린 듯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이 두 가지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그 둘의 교차점은 내가 보기엔 두 여인의 실종 혹은 죽음이다.
애거서는 남편의 배신으로 인한 충격으로 스스로 실종된다.
리즈는 남편의 배신에 대한 경종으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녀는 남편 루가 자신이 죽기 직전에 구해 줄 것임을 믿는다. 그러나 루는 시간을 놓쳤다.
작가는 이 둘을 이야기의 연결 고리로 선택했다.
그리고 연이은 두 살인 사건을 쎄쎄가 풀어간다.
그러나, 어딘지 그 풀이 과정은 미스 마플보다는 한없이 어색하고 아둔했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두서없고 어수선한 인물들의 남발과 필연성 없는 사건 전개와 우연한 해결, 틈틈이 끼어드는 전 남편과의 에피소드나 새 애인과의 시간들은 시간에서 독자의 관심을 멀어지게 했다.
아쉬움이 남는 것은 나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