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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두려운 메디컬 스캔들 - 젊은 의사가 고백하는
베르너 바르텐스 지음, 박정아 옮김 / 알마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까지 짧지 않은 삶을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힘들고 굴곡이 잇었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이 보기엔 말쩡할 지 몰라도 세상에 아픔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다들 부러워하는 직업에 화목한 가정을 가진 듯 보여도 그들은 그 나름대로 고통이 ㅣㅅ다는 것을 알 나이다.
지금보다 더 젊은 시절엔 내겐 그다지 힘든 일은 없었다.
스스로를 "Lucky girl"이러고 부를 만큼 원하는 일은 다 이루어지곤 했다.
시험을 보면 합격은 당연한 것이었고 무언가를 갖고 싶을 땐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인생을 만만하게 보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내게 아이의 병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것도 작은 병이 아니었기에 더욱 힘들었다.
다니던 직장을 쉬면서 아이를 돌보았고 그리고 드디어 수술을 시켰다.
11개월의 어린 아이.
유난히 작고 힘이 없어서 키우는 데는 어렵진 않았지만 주위를 안타깝게 하던 그 아이가 수술을 받으러 들어가던 장면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리라.
머리카락으로부터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 쓴 붕대로 만든 모자가 너무 잘 어울리던 내 아기.마취과 의사가 번쩍 안아들고 들어가던 그 얼굴. 우리를 향해서 흔들던 작은 손을 말이다.
그리고 여러 시간이 흐른 후 의사가 나왔다.
"수술이 잘 되었습니다."
아, 하느님. 그 의사가 그 순간 하느님으로 보였다.
정말로 정말로 너무나 존경스럽고 감사했다.
그런 경험을 가진 나는 지금은 내 몸에 병이 생겨서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고 약을 먹는다.
긴 시간에 걸친 기다림 끝에 의사를 마나면 단 5분 정도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엔 잊어버리고 당황하다가 궁금한 것을 물어보지 못해서 이젠 수첩에 적어가지고 들어간다.
그리고 의사의 한 마디에 절망하기도 하고 희망을 갖기도 한다.
의사는 내겐 하느님이었다.
그런데 이 책 <읽기 두려운 메디컬 스캔들>은 나를 너무나 불편하게 한다.
가뜩이나 잊혀질만하면 터지는 의료사고들 때문에 의학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시점이라서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평생 병원엘 드나들지 않아도 될 만하면 모를까 지금 우리 곁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맡기고 있는가.
비록 바다 건너 독일의 책이지만 비단 독일 만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수 많은 의사들은 이 책을 읽고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면 너무 큰 바람일까?
이 책에 나오는 의사들의 매너리즘, 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무례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당사자들이 그 위험을 감지하지 않으려한다면 공염불일테니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은 무조건 의학을 신봉하고 의사를 신적인 존재로 믿고 있는우리에게도 자성의 기회를 준다.
너무도 당연하게 그들도 사람인 것이다.
환자와 보호자는 처음 묻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그들에겐 늘 듣는 질문일 것이고 하루 종일 어쩌면 평생을 우울한 환자와 불안해하는 보호자들 틈에서 그들도 행복하지만은 않으리라.
의사들 사이엔 그들의 일이 중노동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실제 그들은 인술이 아닌 기술을 펼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인술을 펼치기엔 환자가 너무 많은 탓이다.
그러나 밀려드는 환자로 인한 괴로움은 오히려 행복이라고 한다.
일부에서는 환자가 없어서 문을 닫는 병원도 있으니 밀이다.
의료계에도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한가보다.
이 책에 그런 말이 있다. "환자만 없었다면 의학은 훌륭한 학문이었을지도 몰라."
교사들끼리의 농담으로 "학생들이 없다면 이나라 교육은 더욱 발전했을지도 몰라."라는 말을 한다.
우리는 여기서 그들의 말이 진심이 아님을 안다. 환자가 없는 병원이란 학생이 없는 학교나 마찬가지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