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퍼 1 (보급판 문고본) - 순간 이동
스티븐 굴드 지음, 이은정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참말로 많은 소설들을 읽었다.

하지만, 가장 감명 깊은 소설이라든가, 제일 재미있었던 소설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갑자기 생각이 안 나는 것은 단지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서 최근 읽은 소설 중에 생각나는 것은? 이라고 묻는다면 기억나는 것들은 있다.

코니 윌리스의 <둠즈데이북>이 그중의 하나이다.

시간 이동이라는 기법이 이 소설의 중심축이었는데, 역사 속으로 되돌아간다는 착상이 흥미로웠다.

 

여기 이 소설 ,점퍼>는 또 다른 이동을 다루고 있다. 바로 공간이동.

주인공은 자신이 바라는 곳으로 순식간에 옮겨진다.

그리고 그 능력을 이용한 여러 사건들을 헤쳐 나간다.

 

그러나, 이 소설은 SF소설라기보다는 한 소년의 방황과 고뇌, 그리고 자아를 찾아가는 성장 소설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가출과 그 뒤를 이은 아버지의 폭행으로 정신적 상처가 깊은 데이비는 아주 위급한 순간에 자신의 육체가 친숙한 어떤 곳으로 옮겨지는 일을 경험한다.

뉴욕으로 온 데이비는 거친 뉴욕의 밤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돈을 훔치게 된다. 단지 살아가기 위해서.

조용하고 평화로운 생활 중에 밀리를 알게되어 마음을 열고 사랑을 나누면서도 자신의 비밀을 밝히지 못하는 것에 죄책감을 갖는 마음 착한 데이비.

그는 어린 시절 자신에게 자상했던 외할아버지를 찾지만 이미 돌아가신 뒤이다. 그리고 꿈에나 그리던 엄마를 만나게 된다.

엄마가 자신을 아버지에게 버리고 간 것에 대한 상처를 극복하진 못한 채로 엄마와 하룻밤을 지내지만, 엄마는 여행 중에 인질극으로 목숨을 잃고 만다.


인질범을 찾기 위해서 동분서주하면서 점프하는 능력을 이용하다가 안보국 요원들에게 낌새를 들키기도 한다.
안보국에서는 데이비를 스파이로 의심하다가 그의 능력을 알게되고 그를 잡으려는 속셈으로 밀리를 위협한다. 그러나, 데이비의 염려와 달리 밀리는 그를 믿고 도와주려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

아무리 돈이 많고 뛰어난 능력을 가졌어도 데이비는 아직은 젊은 소년이다.

밀리의 마음을 잃을까 두려워하고 엄마가 자신을 잊지는 않았는지 불안해 한다.

집을 떠났으면서도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 필요한 것을 얻을 능력이 있음에도 데이비는 아버지의 집에 수시로 드나들고 고향 동네인 스탠빌에 나타나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다.

죽도록 미워하던 아버지의 알콜중독을 치료하도록 나서는 데이비의 모습은 어쩌면 작가가 우리에게 말하고자하는 중심 생각이 아닐까.

 

불가사의한 능력으로 전 세계를 눈 깜짝할 사이에 돌아다닌다 해도, 은행에 걸어들어가 돈 자루를 짊어지고 나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해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정한 속삭임과 위로, 따뜻한 손길이라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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