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in 맨해튼 1
에밀리 기핀 지음, 안은주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학창 시절 우리반에 유행하던 "하이틴 로맨스"는 나와 비슷한 시대에 고등학교를 다닌 여성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 본 이름이다.
손바닥만한 작은 책에 약간은 관능적인 표지와 휙 끌어당기는 감각적인 제목.
즐거리는 대동소이하다.
우선 남자는 집안도 좋고- 아님 자수성가했거나 잘 생기고 능력있다 대부분이 사장이다.
그리고 나이는 좀 많다. 물론 곁에는 섹시하고 적극적이며 역시나 돈 많은 약혼녀나 애인이나 집안에서 정해 준 여자가 있다.
여자 주인공은 일단은 나이가 좀 어리다. 어설프고 어리숙하고 대체로 가난하며 직장을 구하는 중이거나 돈이 필요한 형편이다. 물론 매우 아름답지만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한다.
두 주인공은 우연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서로를 알아간다.
처음엔 갖가지 일로 다투면서 미워하는 사이지만, 여자는 어느 새 자신이 그 원수를 사랑하는 것을 깨닫고 괴로워한다.
그리고 그 남자의 곁에서 사라지지만, 남자는 또다시 그녀를 찾아내어서 괴롭힌다.
그리고 몹시 어려운 지경에 휘말리게된 여주인공은 남자의 도움으로 그 일을 해결한다. 그리고 남자의 고백을 듣느다. 만나는 날부터 사랑해 왔음을......
이것이 그 시리즈의 주된 줄거리이다.
그리고 우리반 아이들은 이 소설에 열광해서 각자 한 권씩 맡아서 책을 사고 돌려읽느라 수업엔 관심이 별로 없었다.
하루에 한 세권쯤 읽었던 기억도 있다.

얼마전부터 등장한 칙릿은 이런 류의 소설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단지 약간의 차이라면  여주인공이 나약하고 어리고 어설픈 것이 아니라, 당당한 일자리와 아름다운 외모가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맡은 일에서 최고들이다. 현대의 세류를 반영한 것이다.
또한 남자의 재력이나 능력에 굴복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따뜻함과 안정과 동지를 얻는다.

이소설 <베이비 인 맨해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 낳기를 거부하는 편집자 클로디아는 역시 아이를 원치 않는 벤과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한다.
자신의 일에서의 성취도 훌륭하고 벤과의 자유로운 결혼 생활도 좋다.
원하면 언제든 여행을 가고 늦게까지 일을 하며 친구를 만나는 등 지금 우리 직장맘들이 원하는 삶을 산다. 참 불공평하기도 하지.
그러던 그녀에게 불행이 닥쳐온다. 바로 남편 벤이 아이를 원하는 것이다.
그녀는 분노한다. 엄연한 약속위반이다.
벤을 설득하기위해서 온갖 노력을 하지만, 결국 그녀는 벤과 헤어진다.
이혼 후에도 벤을 그리워하느라 힘든 날들을 보낸다.
그리고 벤을 잊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직장 최고의 섹시남인 리처드와 환상적인 데이트를 즐긴다.

결국 그녀는 어찌 했을까?

이소설에서는 그녀에게 근본적인 깨달음을 주고자 한다.
아이를 낳고 안 낳고는 두 사람 사이의 사랑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것.
정말 사랑하는 사이라면 아이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이런 깊은 방황을 통해서 클로디아는 아이를 낳을 수 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결론이건 그것이 최선일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왜냐하면 그 스스로 깊은 고민을 한 결과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렇지 못했다.
결혼을 하면 당연히 아이를 낳는 것인 줄로 알았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좌충우돌 참 많이 힘들었다. 이렇게 많은 난관과 고통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포기해야할 것도 많았고 견뎌야할 일들도 많았다.
내가 아이를 갖기 전에 이런 고민들을 했더라면 그 어려운 시절을 조금은 덜 힘들게 보낼 수 있었을까?
깊은 고민과 생각을 할 시간도 없이 어른이 되어버리는 많은 여성들에게 묻고 싶다.
고민하면 아이를 낳을 용기가 점점 생길까? 아니면 없어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