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
안토리오 솔레르 지음, 김현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한 소년의 성장을 다루는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참 즐기는 주제이다.

우리나라에도 어린 소년의 성장기나, 젊은 청년의 방황을 그리는 소설들이 스테디 셀러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꽤 끌고 있다.

이 소설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를 처음 보았을 때는 낭만적인 고전의 무네일 거라고 마음대로 짐작했다.

'나의' 라는 표현은 사랑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호칭이므로.

 

이 소설은 바다가 보이는 스페인 변두리 소도시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한여름 방황 일기라고 부를 수 있다.

드러나는 주인공은 두 무리의 청년들이다.

하나는 서술자인 '나'의 무리로 이들은 자신의 장래를 두려워하면서 여름을 지낸다.

다가올 가을에 대학엘 진학해서 다시는 마을로 돌아오지 않으려는 친구 곤잘레스의 아버지의 술집이 이들의 무대다.  기상캐스터가 되는 주둥아리와 남얘기를 전달하는 안토니오가 그 무리의 일원이다.

그리고 서술자 '나' 는 그 여름이 지난 후 빚을 대신 받아주는 해결사로 취직을 한다.

다른 무리는 이 소설의 가장 주축인 '미겔리토'의 무리다.

불법으로 부자가 된 아버지를 둔 파코, 아버지가 가출하고 난 뒤 어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맡긴 멧돼지, 그리고 성적 에너지 발산이 목표인 아벨리노는 밤마다 모여서 파코의 아버지의 차를 타고 술을 마신다. 장래가 불투명하고 불안하기는 이들이 더 하다.

미겔리토는 신장 수술을 위해서 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 죽어간 옆침대 환자에게서 단테의 <신곡>을 선물로 받는다. <신곡>을 한 줄 한 줄 외우면서 미겔리토는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다. 약국에서 심부름을 하고, 술을 마시고 지저분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인생의 전부인 줄 알았던 그는 새로운 세상을 본 것이다.

이 여덟명의 소년 이외에도 책의 두께만큼이나 수많은 인물들이 소설 속에 등장하며 자기의 이야기를 수시로 늘어놓는다.

미겔리토의 베아트리체인 룰리는 돈을 위해 외판원 루비로사에게 가고 미겔리토는 자신의 시를 이해하는 카르타고 투구 아가씨를 만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끝까지 궁금했던 것은 서술자 '나'와 '미겔리토'가 정말 다른 사람인가 하는 점이다. 혹시 이 둘은 다른 자아를 가진 한 사람은 아닐까?

 

성장 소설이 거의 그렇듯이 이 소설도 그들의 후일담을 알려주면서 끝을 맺는다.

대단히 많은 인물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좀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지금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읽으면서 확인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얼마전 읽은 소설의 스페인판이 아닌가 싶게 낯뜨거운 용어들이 무시로 등장했으며, 농도 짙은 정사장면들은 우리와의 문화의 차이를 실감하게 했다.

"참 정열의 나라라더니, 진짜 정열적이군. "

 

결국에 청춘이란 한바탕 감기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애초에 천국이라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 사람들이 머릿속으로 지어낸 것이다. 지어낸 것."                            -본문 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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