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니아 - 세상에 하나뿐인 하얀 래브라도 레트리버
가사이 게이코.후치가미 사토리노 지음, 김석희 옮김, 사와타리 시게오 그림 / 작가정신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때론 인간보다는 동물들에게 더 신경을 써야한다고 생각한다.
외출해서 돌아오면 강아지의 물통을 확인한다.
식사를 차리기 전에 강아지에게 먼저 밥을 준다.
다들 한마디씩 하지만 난 그렇게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은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면 표현을 할 수 있지만, 동물들은 제대로 신경쓰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치기 쉽기 때문이다.
어려서 우리집 마당엔 늘 개가 두 마리씩 있었다.
개들이 크면 나는 그 개의 등에 올라타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꽤나 무거웠을테고, 등에 사람을 태워본 일도 없을텐데도 개는 묵묵하게 그걸 참고 있었다.
너무 늙어서 갑자기 사라진 우리집 로미와 줄리를 얼마나 찾았던지, 아직도 그 막막함은 기억이 난다.
자라서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과 살면서도 집에는 강아지를 들이지 않았다.
털 달린 짐승과 한 집안에 못 산다. 개는 마당에 큰 개가 좋다
등의 핑계를 댔지만, 깊은 마음 속엔 헤어지기 싫어질까봐 그랬다는 것을 지금은 안다.
우연히 아는 사람이 강아지를 한 마리 얻어주었다. 처음엔 싫다고 거절했지만, 우리가 아니면 그 강아지가 갈 곳이 없단다. 할 수 없이 데려왔고 지금은 4년 째 한 집에서 살고 있다.
처음 데려오는 차안에서 운전석 옆에 앉게하니 슬그머니 내 무릎 위로 올라오는 게 아닌가?
나를 언제 봤다고?
데려온 첫 날, 아무 강아지 용품도 없어서 깔아준 신문지 위에 오도카니 앉아서 몸을 떨던 앨리스의 모습이 기억난다. 어찌나 안쓰럽던지......
이미 데려올 때부터 나이 먹은 강아지였기에 지금은 주로 자는 게 일이지만 퇴근 후에 가장 먼저 온 몸을 흔들며 나를 반기고 아침엔 침대 밑에서 내가 손 내밀길 기다린다.
"아, 이렇게 정 들이면 어떻게 하지?" 겁이 난다.
이 책 <소니아>의 표지엔 온몽이 흰 레트리버가 웃고 있다.
뒷장엔 검은 색 레트리버가 허공을 바라본다.
같은 개라고 한다.
너무나 사랑하던 주인이 죽고 어느날 눈썹부터 하얗게 변해버린 소니아.
큰 슬픔을 안으로 삭이고 삭이다가 그리 됐으리라 짐작한다.
처음 생후 50일에 데려와서 이렇게 자라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주인과 함께하며 교감했을 것인가.
그 대상이 갑자기 사라진 후 소니아의 상실감도 인간보다 더 컸을 것이다.
책 전체엔 소니아와 소니아의 새끼들의 사진들과 지은이가 남편과 보낸 시간에 대한 추억과 간간이 간결한 그림들이 들어있다.
따뜻한 차 한 잔과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소니아의 눈이 너무 슬퍼 보인다.
어쩌면 동물들이 인간보다 더 깊은 사랑을 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