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밤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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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에쿠니의 문체의 특징은 너무나 뚜렷하다.

 

조용하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인물들은 행동을 한다.

눈물을 흘리고 거리를 걷고 제를 올린다.

 

나긋나긋하지만, 의외로 두꺼운 심이 들어있는 것처럼 단단하고 고집스럽다.

홍차 한 잔을 마시는 작은 행동도 그 주인공만의 방법으로 실천한다.

설음식도 꼭 유자채를 올려야하고 ......

 

작은 일들을 나열하면서 인물의 심리를 묘하게 객관적으로 전달한다. 바로 사소하고 또 사소한 그 일들- 물을 마시고 파를 썰고 과자를 굽는 너무도 평범하고 간단한 일들-은 그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인듯 독자의 마음에 강한 기억을 남긴다.

그냥 파만 썰었을 뿐이고 체리 파이를 구웠을 뿐인데도 말이다.

 

이 책 <차가운 밤에>는 제목부터도 너무나 에쿠니 가오리스럽다.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 본다면 약간 더 괴기스럽다는 점이다.

그 동안에는 잘 보이지 않던 구성들을 보여준다.

전생에 뱀이었던 여자, 밤이면 나가 노는 동네 어른들, 그리고 남편 곁에 있고 싶어서 손녀로 환생한 할머니가 등장하여 더욱 동화같은 느낌을 준다.

현실 세계에서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하고픈 그녀들의 마음인가 보다.

 

이 차가운 밤에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뜨거운 차를 만들고 에쿠니의 책을 펼친다.

그리고 그 안의 수많은 그녀를 만난다.

급작스럽게 반가운 마음이 든다.

너무도 조용하고 표현이 없어서 건조한 그녀들은 그러나 내게 왈칵 반갑게 다가온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그녀들이 나를 만나러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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