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를 뒤흔든 열 명의 왕 초등부터 새롭게 보는 열 명의 위인 2
윤예영 지음, 서른 그림 / 한림출판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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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한국사를 뒤흔든 열 명의 왕>은 또다른 의미로 또 감명 깊게 읽었다.

오랜 만에 노트를 꺼내어 정리를 하면서 읽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 역사에는 참말로 훌륭한 왕들이 있었다.

 

첫번째로 꼽은 훌륭한 왕은 광활한 제국을 품에 안은 광개토대왕이다.

4세기에 고구려에 등장한 광개토대왕은 고구려의 거대한 영토의 기틀을 확고히 다져놓은 왕이다.

지금과는 다르게 국력이 국토의 넓이와 비례하는 그 시절에 백제와 신라를 속국으로 삼고 고구려의 영토를 확장한 광개토대왕의 업적은 중국이 동북공정을 운운하고 있는 이 때에 더욱 의미가 있다.

일본의 칠지도나 중국의 동북공정은 그저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각 나라의 영토와 민족을 유지하는 일과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백제의 영광을 꿈꾸다 쓰러진 성왕(?-554)이다.

백제는 한성 백제 시절부터 나라의 운명의 부침에 따라서 수도를 웅진 그리고 사비로 옮겼다.

웅진으로 수도를 옮긴 때에는 광개토왕의 침략으로 한강을 빼앗겨서여지만, 사비로 천도한 이유는 성왕이 새로운 동조자들을 규합하고 그들에게 꿈을 심어주어 백제의 부흥을 꿈꾸려는 의도가 잇었다.

그는 신라와 연합하여 고구려를 공격하여 백제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 노력하였으나, 결국에는 신라의 배신으로 스러지고 만다.

성왕의 이름은 성스럽다는 뜻이라고 한다.

아시아의 맹주를 꿈꾼 그의 야망을 우리는 어리석은 백제로 알고 잇는 경우도 있다.

역사는 이긴 사람이 쓰기 때문에 패배한 사람은 부족하고 어리석게 묘사될 수 밖에 없다.

 

세번째의 훌륭한 임금은 한반도 전체의 첫 여왕으로 향기롭고 강했던 선덕여왕(?-647)이다.

철저한 신분 사회여던 신라에서 왕위에 오를 성골 남성이 없어서 여왕이 된 덕만공주는 나라의 안 팎에서 여자라고 무시 당했으나,

앞일을 내다보는 슬기로움과 뛰어난 인재의 등용, 그리고 외교 정책으로 나라를 이끌었다.

독자적 연호를 사용하고 불교를 장려하며 종교의 힘으로 나라를 규합하려 하였다.

첨성대를 세우고 하늘을 바라보며 선덕 여왕이 소망한 것은 백성의 평안과 안정이었을 것이다.

 

네번째의 왕은 삼국통일의 활 시위를 당긴 신라의 태종무열왕(603-661)이다.

왕위에서 쫓겨난 진지왕의 손자인 김춘추는 집안의 명예를 뒤찾겠다는 꿈으로 가야의 후손인 김유신과 손을 잡고 신라의 두 기둥이 된다. 대야성을 빼앗긴 뒤, 당시 앙숙이던 고구려로 사신을 자청하여 가면서 <구토지설>의 설화를 우리에게 남긴다.

진덕여왕 사후 임금으로 추대된 김춘추는 우리 민족이 이룬 최초의 통일의 활 시위를 먼저 당긴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다섯번째의 왕은 최초의 민족통일을 이룬 왕건(877-943)이다.

신라의 호족이었던 그는 궁예의 무리에 들었다가 결국에는 우리 민족의 힘으로  최초의 통일을 이룩하고 고려를 건국한다.

저자는 여기에서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또 한 번의 통일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요?  그 방법을 생각할 사람은 바로 지금의 우리입니다."

109쪽 본문

라는 질문을 던진다.

 

여섯번째의 왕은 고려의 공민왕(1330-1374)이다.

고려의 왕자들은 원나라에서 성장을 하고 원나라의 공주와 결혼을 해야하던 그 시절.

공민왕은 몽고의 변발과 호복을 버리고 나라를 되찾으려는 노력을 한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연이어 잃으면서 그는 초심을 잃고 방황한다.

너무나 인간적인 공민왕이다.

 

조선의 기틀을 세운 세종 대왕(1397-1450)은 집현전을 세우고 학자들에게 사가독서를 시키면서 호기심과 탐구심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을 조화롭게 이끌어가는 능력을 보였다.

가정적 불행과 병약한 몸으로 500년 조선의 기틀을 닦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임금으로 평가받는다.

 

명분의 시대에 실리를 좇던 광해군 (1575-1641)은 전후 복구 사업을 하고 대동법을 실시하는 등 현실 감각을 갖춘 훌륭한 왕이건만 권력 투쟁에 말려 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아직도 왕자의 이름으로 불리는 왕이다.

 

지금 한창 인기 몰이를 하는 조선의 격변기, 제 2의 르네상스를 이끈 정조(1752-1800)가 아홉번째왕이다.

"태양이 떠오르면 빈딧불처럼 희미한 빛은 저절로 광채를 잃게 되며, 중심을 바로 잡으면 밖에서 잡스러운 것이 들어올 수 없느니라."

185쪽 본문

이 말에서 정조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조선의 마지막 왕이었던 고종(1852-1919)이 열번째이다.

사실 이 부분은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아버지와 아내의 힘에 휘둘리면서 결국에는 주권을 빼앗기고야 마는 그가 과연 훌륭한 왕으로 칭송받을 수 있을까.

그러나, 여기에서는 국운이 기우는 나라의 왕으로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음이 드러난다.

그의 행적으로 보아 태평성세에 그가 치세했다면 조선은 과연 어찌되었을 것인가 자못 궁금하다.

 

4세기에서 20세기까지 우리 역사의 큰 비중을 차지한 열명의 왕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역사는 지배자의 것일 수 밖에 없음을 느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흐른 후 또다시 공정한 재 평가를 우리는 내린다.

천년이 지난 후 어떤 지도자가 위인으로 기록될 것인가.

강력한 의지와 백성을 아끼는 마음. 그리고 인정과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을 갗춘 누군가가 훌륭한 왕이 될 수 있음을 역사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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