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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 오래된 여행자 이지상 산문집
이지상 글.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여행기를 읽는 이유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대리만족"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그 곳의 풍경과 사람들과 음식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여행기를 읽는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갈 테니, 미리미리 그 곳의 문화 유적이 무엇이고 어떤 음식이 유명한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좋은 방법의 하나로 삼는다.
올해 그 누구보다 여행기를 많이 읽은 사람으로 자부하는 나는 전세계를 여행한 기분이다.
아프리카에서 말레이시아와 인도 그리고 미국에 이르기까지 내 대신 여행을 다녀 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간혹 여행기를 너무 많이 읽으면 유명한 한국인 게스트하우스의 이름 하나쯤은 외고 잇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힘들게 도착한 어느 곳.
깜깜한 밤에 비는 내리고 인적이 드물다.
생각해둔 게스트하웃는 어디쯤에 있을까.
택시를 타자니 있지도 않지만, 무섭기도하다.
겨우겨우 물어서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여럿이 묵는 방에 들어가서 짐을 풀고 샤워를 하려니 찬물만 나온다.
그래도 다음날, 아침을 해결하고 기운차게 출발해서 유적지를 둘러보고 점심을 먹으며 생각에 잠긴다."
이것이 그 동안 읽었던 여행기들 중의 한 장면이다.
이제 나는 짐만 싸면 된다.
혹시나 세계를 여행한 여행가의 책이라니 각국의 유용한 여행팁을 얻고 싶다면 이 책은 잘못된 선택이다.
이 책 <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은 평생을 여행하는 것을 업으로 삼은 글쓴이의 여행에 대한 철학을 담은 책이다.
떠남과 현실 사이에서 망설이는 사람들에 대한 글쓴이의 경험과 마음이 담긴 충고,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느낀 많은 아름다운 생각들과 그의 깨달음들을 알기 쉽게 조곤조곤 풀어낸다.
여행을 업으로 삼는 이로서의 삶에 대한 자세와 그 고단함. 그러나 다시 가방을 꾸리게 되는 그 꺼지지 않는 열정들에 대해서 이웃집 아저씨처럼 다정하게 이야기한다.
그저 돈 벌면서 여행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야말로 그의 삶에 대한 모독이다.
그는 이런 그의 삶을 쉽게 선택하지도 않았고, 그리고 이런 삶이 결코 밖에서보듯 낭만적이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여행하면서 사진 찍고 여행하면서 일기를 써서 돈을 벌고 싶어하는 것은 가수가 춤추고 노래해서 돈 번다고만 생각하는 것과 같다라고 그는 말한다.
자신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각오가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는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