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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놈의 나라 압수르디스탄
게리 슈테인가르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민음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처음 책을 받고 엄청나게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책의 디자인이나 색깔도 좋구요.
그 두께가 장난이 아니었거든요. 무려 525 페이지나 된답니다.
어린 시절에는 책이 그리 흔하지 않아서 읽은 책을 또 읽고, 또 읽고 그랬어요.
어쩌다가 부모님께서 책을 사 주시면 어찌나 즐겁고 행복했던지요. 책의 삽화까지 기억이 날 정도로 읽었지요.
그 때 샀던 계몽사의 어린이 문고는 지금도 생생하지요. 제 나이는 쪼금 됩니다.
요즘 아이들은 책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랍니다. 책 가격도 싸고, 부모님들도 책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지요.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우리 때에 비하면 너무 바빠요.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지요.
흠. 부러울따름이구요.
암튼, 좋아하는 책을 아끼면서 읽을 때.
책이 줄어드는 그 안타까움을 아실거예요. 읽을 분량이 줄어들 때의 그 아쉬움이라니..
그래서 이 두꺼운 책을 받았을 대, 엄청나게 기뻤지요.
물론, 그 때는 이 책이 어떤 내용인 지 잘 몰랐어요.
크 읽기 시작하면서 참 힘들었어요. 참말로 망할 놈의 책이었답니다.
내용은 그리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어요. 주인공 미샤는 러시아의 부자의 아들입니다.
그는 세련되고 우울한 사람이지요. 이 표현에서 그의 이미지가 상상이됩니다. 147KG의 거구인 미샤.
그는 미국에 사는 것이 소원이지만, 미국은 그의 입국을 받아들이지 않아요. 그의 아버지 보리스가 미국인을 죽였기 때문이지요.
보리스는 갱스터였답니다.
이 책의 기본 골격은 미국에 가고 싶은 미샤가 불법으로 벨기에 여권을 사게 되고, 그 과정에서 들렀던 나라 압수르디스탄에서 내전으로 발이 묶입니다. 그곳에서 이리저리 좌충우돌하던 미샤는 결국에는 미국을 향해 출발합니다.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그 두꺼운 책의 곳곳에는 온작 풍자와 페이소스와 역설과 모순이 가득합니다.
압수르디스탄의 종족 분쟁의 원인을 나나에게 설명들은 미샤는 이런 표현을 합니다.
"스바니족 십자가의 발판은 그리스 정교의 표준 십자가와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의 오른쪽에 해당하는 부분이 살짝 위를 향하고 있어서 예수가 착한 도둑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하지만 세보족 신화에서는 그 더러운 아르메니아인이 십자가 받침을 쪼갠 뒤그리스도가 반대편, 그러니까 나쁜 도둑 쪽으로 몸을 기울인 것으로 되어있다. 여기에 신학적으로 아주 중요한 온갖 의미들이 내포되어 있다는데, 나는 하나도 기걱나지 않는다."
이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납습니다.
게리 슈테인 가르트가 정말 우리들에게 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이것이 아닐까요?
엄청나게 중요한 일들이라곤 하지만, 나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 우리가 느낄 혼돈과 혼란스러움이 바로 작가의 의도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합니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다 읽고 난 지금 참 흐뭇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