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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게도 고맙다
김재진 지음 / 김영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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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가르침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을 만난 경우는 없다.

오히려 꼭 그 사람을 만났어야 하는 것이다.

원수같이 헤어졌다 해도

그는 내 삶에 필요한 역할이 있었던 것이다.

인생은 우리를 그렇게 가르친다.

p96


'삶의 가르침' 글 대로라면 만나야 될 사람은 만난다는 것이다. 악인을 만나도 그럴 필요가 있고 선인을 만나도 그럴 이유가 다 있는 것인데..

인생에서 굳이 마주치지 않아도 될 인연은 피해 갔으면 한다. 그런 인연으로 인해 배울 점은 분명 있긴 있을 것이다. 아픔, 슬픔, 좌절감, 치욕스러움 등.. 그런 감정을 배우라고 악연을 만나야 하는 것인가? 책으로도 얼마든지 익힐 수 있는 감정들이다. 몸소 배우고 깨우쳐야 하는 게 인생이라면 그 인생, 반납하고 싶다.

어렸을 때 겪었던 아픔을 잊지 못하고 평생 간직하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 '더글로리'가 왜 인기 있는 줄 아는가? 공감과 감동이 있어서이다.

우리나라에는 꽤 많은 학교폭력, 성폭력 그 외 각종 범죄 피해자인 사람들이 많다. 직접적인 피해자 외에 그 가족들까지 합산한다면 어마어마한 숫자일 것이다. 그 가족이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왔을 터인데 그 고름을 만져서 터트려 주니 대리만족이고 희열이 고통의 자리를 대신해 준다.

그렇다고 그 아픔이 사라지는 것이냐, 그렇지도 않다. 약간의 위안을 얻고 나 대신 공론화해준 것이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얻은 것이 있다. 아픔은 시간이 지나도 절대 무뎌지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나의 소중한 평생 친구. 나 대신 용기 내 싸워주고 악인들로부터 도망치게 도와준 나의 친구. 그 친구를 얻을 수 있어서 인생 참 아이러니하다.

바람에게도 고맙다의 '삶의 가르침' 대로라면 인생 참 얄궂다. 악인들 덕분에 평생 은인을 만났으니 이건 무슨 인연 이란 말인가. 그래서 만났어야 하는 인연이라고 하나보다. 참 힘들게 엮어진 인연이다.



언어의 옷

 

비판의 언어와 비난의 언어는 입은 옷이 다르다.

비판의 언어는 지성적이지만

비난의 언어는 감정적이다.

감정의 언어는 부정적인 에너지로

관계를 혼란에 빠트리고,

스스로의 인격을 파괴한다.

현명한 사람은 비판과 비난을 구별한다.

정당한 비판으로 비난을 잠재울 수 있을 때

세상은 비관보다 낙관 쪽에 힘을 싣는다.

p176


얼만 전 명절에 있었던 일이다. TV에서 '미쓰 와이프'라는 프로가 하였다.

"왜 미쓰 와이프야, 그냥 여자들의 수다 정도로 하지. 명절에 누구 며느리로 일했는데, 방송 프로마저 누구 와이프야? PD가 남잔가? 명절 마지막 날 저건 아니다."

"그게 어때서, 저 여자들만 나오면 누군지 알아? 남편들이 잘나가서 방송에 나온 건데, 제목이 누구 와이프일 수 있지. 넌 그런 것 갖다가 모라고 그러냐? 그냥 좀 봐라. 예민하기는.."

"나는 프로그램 이름이 지금 시기와 맞지 않다고 정당한 비판을 하는 건데 오빤 왜 감정적으로 나를 비난해?"

더 이상의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내가 이겼다.

', 별거 아니네. 혼자 유식한 척은 다하더니.'

 


사랑받고 싶어서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쳐 공격적인 이는 삶에서 피해야 할 유형 중 하나이다. 그러나 끝없는 자비심으로 바라보면 그도 바뀐다.

문제는 나의 자비심이 그다지 인내심이 크지 않다는 사실이다. 모든 피해의식은 치명적이지만 그 밑엔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이나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가 숨어 있다.

p190


피해의식이 심한 친구가 한 명 있다.

그녀는 내가 회사를 그만둔 지 4년이 넘어가는데도 지금껏 나를 놓지 않고 연락을 준다. 고마운 존재이다. 그렇지만 그녀나 나나 친구가 없어서 서로 기대는 것 같다. 나는 들어주는 쪽, 그녀는 말하는 쪽. 그녀가 말하는 게 듣기 힘들 때도 있지만 요즘은 반기게 된다.

집에서 혼자 책만 보고 있으니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자립적 고립을 택하고 생활하는 것이 편해서 일 터이다. 그런 와중에 가끔 그녀에게 전화가 온다. 그러면 그때부터 그녀의 입은 모터를 단다. 내가 전화를 받은 순간부터 그녀는 간드러진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며 회사 사람들의 근황 토크를 해댄다. 그녀는 입을 털어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스타일이다. 나는 같이 맞장구쳐준다. 이제 나는 그쪽에 관계된 사람도 아니거니와 그녀의 언어는 나를 신명나게 한다. 그녀가 저주를 퍼부으면 나는 옆에서 칼춤을 쳐주는 격이다. 쾌활하게 퍼대고 나면 이내 정신을 되돌리는 그녀. 곧 점심시간이 끝나가니 들어가 봐야 한단다.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인가보다.

그녀는 피해의식이 심하고 분노에 사로잡혀 산다. 그리고 소시오패스 기질과 함께 가스라이팅을 참 잘한다.

"넌 정말, 확실한 미친 X이야. 언젠가는 너를 주인공으로 글을 꼭 쓰고 싶어. 너랑 함께하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도 잘 될 거야. 분명히! "라니 흔쾌히 그러자고 한다.

본론으로 돌아와, 그녀의 피해의식과 분노가 사랑받고 싶어서 였다니 맞다고 본다. 그녀는 내게 응석을 잘 부린다. 그런 그녀가 귀여울 때가 많다. 정도만 지킨다면 참 좋을 것 같다.



바람에게도 고맙다를 읽고 별의별 생각에 휩싸인다. 추억과 인연에 대해 사유하기도 하고,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의식의 흐름이 이어진다. 김재진 에세이에서 참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하니 글감이 떨어질 때쯤 다시 펼쳐보고 싶다. 나와 관계되는 것들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 바람에게도 고맙다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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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생각의 기술 UP - 창의력을 깨우고 일상을 바꾸는 7가지 수학적 사고법
박종하 지음 / 김영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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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수학 생각의 기술UP를 쓰게 된 목적이 수학을 재미있게 경험하며 실생활에 즐겁게 쓰이길 바라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 수학적 사고 7가지를 제시하는데 이것이 곧 목차가 된다.


비판적 사고 : 당연한 것에 "왜 그렇지?"묻는다

개념적 사고 : 본질을 발견하다

연결적 사고 : 낯선 것들끼리 결합하다

전환적 사고 : 다른 시각을 접근하다

패턴적 사고 : 단순화하여 해결하다

차원적 사고 : 한 단계 위에서 생각하다

모순적 사고 : 패러독스를 인정하고 즐기다




질문과 답 중에 먼저 오는 것은 질문입니다. 질문이 없으면 생각도 없습니다. (중략) 우리는 학교에 다녀온 자녀에게 "오늘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니?"라고 묻지만, 유대인 부모는 "너는 오늘 학교에서 무슨 질문을 했니?"라고 묻는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들은 답을 찾는 공부보다는 질문을 찾는 공부를 더 많이 한다고 합니다. 질문은 그들이 말하는 창의성의 원천입니다.p69

 

Q. 질문(문제)를 발견하려면?

수학 생각의 기술UP에서 창의성을 위해서라도 문제를 발견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질문(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인가? 우리나라 학습법은 선생님이 문제를 던져주면 학생들이 그 답을 찾고 푸는 방식이다. 이렇게 길들여진 우리에게 문제를, 질문을 찾으라 하니 조금 어렵다. 책에서는 문제를 발견하는 조건을 알려준다. 역시 길을 알려주니 어렵지 않게 길대로 따라가 봤다. 우선 주변에 대해 여유를 갖고 살펴보길 권한다. 우리는 보통 목적을 가지고 상황을 보는데 그렇게 되면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될 수 있다고 한다.

한 이야기가 있다. 어느 성에 공주가 살았다. 그 공주는 병에 걸렸고 아무리 해도 그 병을 고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왕은 공주의 병을 낫게 하는 사람은 공주와 혼인하게 해주며 다음 왕으로 추대될 것이라고 전국에 방을 붙였다. 이를 본 시골의 3형제가 나서게 된다. 첫째는 천리 밖을 볼 수 있는 망원경이 있고, 둘째는 천리를 하루 만에 갈 수 있는 말이 있고, 셋째는 모든 병을 낫게 하는 마법의 사과가 있었다. 첫째는 왕이 붙인 방을 보고, 둘째는 말을 타고 궁으로 가서, 셋째의 마법의 사과를 먹여 공주의 병을 낫게 해주었다. 누구와 공주는 혼인하여야 하는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구와 혼인시켜야 하는 가가 아니다. 수학 생각의 기술UP에서는 여러 시대, 사회에 따라 답이 달라지니 유연하게 접근할 것을 말하고 있다.

농경사회로 보면 식량이 중요했던 시기이므로 먹을 것을 제공한 셋째가, 산업사회로 보면 운송수단을 제공한 둘째가, 지식사회로 보면 정보를 체득한 첫째가 공주와 결혼해야 될 것이다. 지금은 지식사회이니 질문(문제 발견)과 답(문제 해결)으로 보면 첫째가 왕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 집중할 때는 집중하면서도 주위에 여유를 갖고 돌아보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당연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유연한 생각들이 모여 질문을 이루고 창의적으로 발전되는 것이다.

 

내가 아는 유일한 사실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 <수학 생각의 기술UP> 중에서

 

Q. 수학을 잘 하는 방법은?

수학 생각의 기술UP에서는 다른 여타의 책들에서 봄직한 말을 한다. 그런데 그게 진리이니 답일 수밖에 없다.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은 이것이다.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되니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고자 한다면 모방을 하란 것이다. 화가가 꿈이라면 본인이 생각하는 위대한 화가의 미술품을 모방으로 시작하면 된다. 작가가 되길 원한다면 닮고 싶은 작가의 글을 따라 하면서 문체, 필체 등을 답습해 나가면 될 것이다. 다른 여러 가지 책 10권을 읽기 보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 하나를 10번 읽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글쓰기 공부법이라고 한다. 당연히 수학 공부도 위와 같이 하면 된다. 선생님의 문제 풀이를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다. 문제 접근 방식 등을 모방하다 보면 어느 순간 문제가 이해되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풀이해 갈 수 있다고 한다.

알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실천하고 행동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이다.

 

논리란 아는 것과 아는 것을 결합하여 모르는 것에 도달하는 것. 아리스토텔레스, <수학 생각의 기술UP> 중에서

 

아이디어를 만드는 좋은 접근법으로 수학 생각의 기술UP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문제의 관점을 문제 자체가 아니라 그 반대편을 바라보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 하나를 소개한다. 어느 비행기 안에서 벌어진 일화이다.

한 여성이 매우 화를 내며 승무원을 불러 컴플레인을 건다. 본인이 앉을 옆자리에 흑인 남자가 있으니 그 자석에 탈 수 없다고 다른 자리를 달라고 한다. 승무원은 현재 비행기가 만석이고 이코노미석에는 빈자리가 없어서 자리를 바꾸어 줄 수 없다고 친절히 안내해 준다. 그래도 뜻을 굽히지 않고 떼를 쓰는 여성 고객에게 차분히 말한다. 이런 경우 손님이 불쾌히 여기는 사람 옆에 앉도록 할 수는 없으니 자리를 바꾸어 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흑인 남성에게 가서 정중히 요청드린다. 짐 챙겨서 일등석으로 가시자고. 인종차별 발언에 화가 났던 주위 사람들은 환호의 박수를 보내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이 일화를 읽으면서 내심 답은 알고 있었지만, 통쾌한 한방이 아닐 수 없었다. 생각의 관점을 바꾸어 문제를 해결하고 더불어 문제를 일으킨 여성에게도 시원한 한방을 날린 것이다. 사고의 전환, 전환적 사고로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라는 유연성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절망의 시간, 아무 비전이 보이지 않던 자신의 인생을 바꾸기 위해 그는 하루에 한 시간씩 무조건 달렸다고 합니다. (중략) 그 습관이 그가 슬럼프를 극복하고 인생의 위기를 넘겨 큰 성공을 이루는 발판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내 생활을 지켜줄 수 있는 아주 단순한 하나의 규칙을 만들고 따르는 일은, 핵심을 세우고 개념 있는 삶을 살아가는 아주 특별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p324

 

일상의 패턴을 만들고 그 굴레대로 단순화하여 슬럼프를 해결하였다는 이야기다. 누구에게나 패턴은 있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양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말이다. 거기에 하나만 더 추가해 보면 어떨까? 10분 일찍 일어나 책을 보거나 명상을 하는 등 아주 작은 습관 하나를 추가해 본다면 며칠, 몇 주, 몇 달 뒤면 일상이 좀 더 찬란해지지 않을까 싶다.

 

문제 해결력, 리더십, 창의력, 협상력 등은 모두 입체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둘 이상의 다양한 관점을 가져야 하지요. 입체적으로 사고하려면 의도적으로 몇 가지 관점을 미리 설정하여 점검해야 합니다. p339



저자는 같은 영화를 2번 이상 본다는 친구의 이야길 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볼 때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재밌다고, 한 번은 주인공의 입장에서 또 한 번은 조연의 입장에서 또는 배경이나 감독의 관점에서 보면 다른 감정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 놓쳤던 부분이 보일 수도 있고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수학 생각의 기술UP을 읽으면 수학에 대한 편견이 사라진다. 무조건 풀어서 답을 얻아야 하는 학문의 하나로 생각했는데, 수학적 사고가 일상에 다방면 여러모로 쓰인다는 것이 그것이다. 포스팅에는 이야기 위주의 흥미를 적어놓았지만, 진짜배기는 수학적 관점으로 일상에 녹아든 문제를 접근하고 해결하는 방식이 너무 신박하다는 것이다. 학창 시절 우리에게 왜 수학 문제만 던져주고 풀게 하였는지 교육 환경이 야속하기만 하다. 이런 접근법과 실생활에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면 수포자는 지금의 반의반으로 줄었을 것이다. 아마 적어도 반으로는 줄 것이다. 확실하다.


내가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승자를 결정하는 테니스 경기에 100명이 참가했다. 우승자가 나올 때까지 몇 경기가 치러야 할까?

우리 집 정원에는 달팽이가 몇 마리 있을까?

서울에 택시가 몇 대 정도 있을까?


이 외에 무궁무진한 질문과 그 해결책이 수학 생각의 기술UP에 다 있다. 지적 호기심이 해소되고, 수학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재미있고, 어렵게 공식에 맞추어 푸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방법과 시선으로 해결책을 안내해 주고 있다. 중고등학생이 보아도 좋을 책이다. 수학 생각의 기술UP은 도서를 지원받아 읽게 되었지만 소장할 수 있게 되어서 출판사에게 감사드린다. 이 책은 두고두고 다시 손이 갈 책임이 분명하다. 수학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 책, 수학 생각의 기술UP이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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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 계속 쓰려는 사람을 위한 48가지 이야기
은유 지음 / 김영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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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쓰려는 사람을 위한 48가지 이야기,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는 글을 쓰려는 이들이 작가에게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변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서를 읽고 서평을 남기는 일을 시작하면서 글쓰기 관련 저서를 자주 찾아보는 편이다. 그중 쓰기의 말들도 기억에 남는다. 은유 작가의 다른 저서를 찾아보려는 던 참에 신간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를 접하게 되었다. 평소 글을 쓰면서 궁금했던 사항이 많았다.

 

그런데 질문 내용을 보니, 내가 질문했다고 해도 될 만큼 가려운 부분을 콕콕 집어서 물어봐 주셨다. 답변 또한 작가의 솔직한 필체로 정성스레 기록한 흔적이 엿보인다.



Q. 나의 글이 늘지 않는 이유는?

 

사물과 현상을 낯설고 예민하게 보는 눈을 지닐 때 가능한 '생활의 발견'이 글 쓰는 의미와 재미를 가져다줍니다. 그래서 글이 늘지 않는다는 건 '새롭게 보이는 게 없다' '늘 하던 소리를 한다' 혹은 '하나 마나 한 말을 한다'라고 바꿔 말할 수 있겠습니다. p38

 

 슬럼프를 겪어본 적이 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게 불과 몇 달 되지 않는다. 슬럼프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새롭게 보이는 게 없다', '늘 하던 소리를 한다'라는 말이 와닿았다.

 

어휘력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사를 하려고 한다. 표현, 묘사, 은유 등 단어가 막힌다. 영어를 잘 하려면 단어를 풍부하게 알면 된다고 한다. 나는 글은 몇 시간씩 쓰고 싶다.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떠다닌다. 소재도 계속 샘솟는다. 다만 머릿속에서 나오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 문제가 무엇인지 안다는 것, 이제 답을 향하기만 하면 될 것이다.



혼자 쓰다가 주저한다면

완벽한 사람이 쓰는 게 아니라 쓰는 사람이 완벽해지려는 노력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건네봅니다. p25

 

Q. 제 글보다 잘 쓴 글을 보면 기가 죽는데, 어떡하죠?

 

누구나 갖는 생각이 아닐까 한다. 나 역시 같이 서평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글을 잘 쓰는 사람, 블로그를 잘 꾸미는 사람, 개성 있고 창의적인 사람, 아이디어가 샘솟는 사람, 지치지 않고 꾸준히 도전하는 사람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부분을 가진 분들을 보면 부럽고 기가 죽는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아예 눈을 감고 내 것에만 몰두했다. 그러나 그게 답이 아님을 곧 알게 되었다. 방법을 찾지 못한 채 답보 상태로 포스팅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오늘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에서 그 답을 찾은 것 같다.

 

잘 쓴 글을 보고 기죽는 건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러니 기죽는다는 사실엔 기죽지 말고, 내가 기죽었다는 사실을 글로 써보자. 그게 글 쓰는 사람의 임무다. p62

  


일단 써보고자 한다면

우리가 여행하다가 잘못 들어선 길에서 색다른 풍경을 보게 되듯이, 곁길로 새면 다시 돌아보면 된다는 여행자의 마음으로 오늘도 글 한 편 쓰시길 바랍니다. p85


Q. 첫 문장을 어떻게 쓰면 좋을까?

 

부모 교육을 위한 글쓰기 수업 첫 시간.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하는데 "글쓰기 수업인 줄 모르고 왔어요" "저한테 아무것도 시키지 말아주세요" 한다.

 

이렇듯 "글의 시작 부분을 쓰는 게 어려워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인상 깊었던 상황에서 시작하세요"라고 주로 답해 드려요. p107

 

처음 임팩트가 강하다. 글쓰기 수업인데 모르고 왔다고 아무것도 시키지 말아 달라니, 누가 봐도 당황했을 것인데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얼마나 어이없고 황당했을까?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라면 다음 얘기가 궁금하여 읽지 않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다.

 

또한 글의 시작을 묘사로 해도 되고, 다른 이의 말을 인용하는 것도 좋다고 팁을 알려준다. 더욱 중요한 것은 겁먹지 말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써보며 시작을 열어보라는 것이다. 글을 다 쓴 후에 어색하다면 그때 퇴고하여도 된다는 것. 시작이 어려울 것이란 편견을 버리자.




섬세하게 쓰고 싶다면

글쓰기는 나쁜 언어를 좋은 언어로 바꾸어내는 일입니다. 끊임없이 배워야만 가능한 일이고요.

좋은 언어는 적어도 타인을 마음 상하게 하거나 재단하지 않는 언어라고 생각해요. p155

 

Q. 글 한 편을 완성하는 노하우나 훈련법이 있다면?

 

저자는 멸치 육수를 내는 것에 비유한다. 멸치를 한 마리 넣을 때와 서른 마리 넣을 때 그 농도가 다르다. 밍밍할지 진해질지 샘을 할 수 없는 갓난 아이가 아니고선 다 아는 이야기다. 그래서 진한 육수를 위해 생각의 멸치를 모으라고 한다.

 

여기서 생각의 멸치란 글의 소재를 말한다. 자료를 수집할 것.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주제를 정했다면 그 재료를 모아야 할 것이다.

 

완성한 글에 세상 사람들과 나눌 만한 '알맹이'가 있는지 점검하는 것. 알맹이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면 보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책을 더 읽을지, 자료를 더 찾을지, 취재를 해볼지 생각해 보고 실행하는 것. 다시 써볼 것. 이 과정을 반복하는 거죠. p 203

 

그리고 일단 끝까지 완성해 본다. 글의 내용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고, 질도 떨어질 수 있다. 나중에 퇴고하면 되는 것이고 일단 원했던 분량을 끝까지 채워보자. 분량에 맞춰 글을 쓰다 보면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어렵지 않게 써질 것이다. 그러고 나서 질에 대한 고민은 나중에 해도 괜찮다고 작가는 우리를 다독여 준다.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면

저한테 '잘 사는 일'은 하루를 잘 보내는 일입니다. '인생'을 잘 사는 건 어려운데 '하루'를 잘 보내는 건 해볼 만하죠. p211

  

Q. 책 리뷰는 어떻게 쓰는지?

 

내가 가장 궁금했던 사항이다. 작법서를 보면 여러 형태의 방법을 제시한다. 발췌하고 작가 및 작품 소개, 줄거리 요약, 전체 느낌, 추천 대상이나 이유 등 방법이 다양하여 쓸 내용과 말은 너무나 많다.

 

하지만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의 작가는 이런 형식 말고 마음가짐을 일러준다. 그게 싫지 않다. 아니, 작가의 질문이 잔잔한 개울에 돌멩이 하나 던진 듯 파동을 일으킨다.

 

우리가 왜 읽고 쓰는지, 근원적인 물음으로 되돌아가 답을 찾아보면 잘 살기 위해서입니다.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면서 살고 싶은 마음이죠. 그러니 인간다운 삶을 방해하는 구조와 요소를 보게 하는 책이 좋은 책이겠고, 그 책을 읽는 사람이 자기 삶의 서사까지 보태어 책의 좋음을 글로 증명한다면 믿을 만한 책 리뷰라고 생각합니다. p 229

 

존엄과 서사까지 나왔다. 과연 내가 서평을 잘 쓰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고 자신감은 추락해 간다. 그래도 아직 초보이니 계속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저 비스무레한 경지에는 닿아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눅 들었다면 그 느낌을 그대로 풀어쓸 것이다.


글쓰기에 관한 여러 작법서가 많다. 그러나 이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는 글쓰기를 이제 막 시작한 초보들에게 정신적으로 기댈 수 있는 책임이 확실하다. 이미 작가가 된 저자도 본인을 낮추며 작가라는 타이틀의 무게에 대해 말한다.

 

 

작가란 계속 쓰는 사람이라고, 꼭 등단을 하지 않고 책을 내지 않아도 쓰는 사람이라면 작가라고 말해준다. 이 말이 힘이 나고, 계속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는 나 같은 이들에게 용기와 힘을 북돋워 주는 말로 채워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존재'로 살아가고 싶은 당신에게 하는 은유 작가의 글쓰기 경험, 공감, 응원의 말이니 꼭 경청해 보길 바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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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먹고살려고 책방 하는데요 - 20년 차 방송작가의 100% 리얼 제주 정착기
강수희 지음 / 인디고(글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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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하면 막연히 그립고 동경하게 되는 무언가가 있다. 이런 제목에 이끌려서 나는 서평단 지원을 하게 되었고 『제주에서 먹고살려고 책방 하는데요』를 접하게 되었다.

제주라는 단어가 주는 점이 참 많다.

우선 제주하면, 이효리가 생각나고 우리 세대의 워너비인 그분이 제주로 터전을 옮겼으니 나의 눈도 그리로 따라가게 된다.

나이 들고 할거 없으면 제주나 가서 물질하면서 살아야지 하는 생각, 그때 한창 제주 바람이 불 때 많이 생각했더랬다.

저자는 이효리보다 먼저 제주에 자리를 잡고 들어앉은 사람이다. 하여 조금 억울해 보이기도 하다. 분명 내가 먼저 자리 잡고 있었는데 갑자기 제주 바람이 불더니 육지 것(?)들이 나타나서 터전을 빼앗아 가는 기분. 여기서 육지 것이란 외지인, 도시인을 일컫고 제주 것이란 제주도민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그녀도 그럴 것이 억울하긴 할 터였다.

제주에 자리를 잡고 힐링 좀 해보며 살자고 얻은 집을 빡세고 예쁘게 꾸며놓았는데 1년 만에 쫓겨났으니 말이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내가 괜스레 육지 것으로 미안함을 자아낸다. 그리고 이효리가 아닌 그녀의 일상을 따라가기 시작한다.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메인작가였던 그녀는 몸과 마음이 지쳐 부대끼니 제주행을 택하였다. 우연한 기회에 제주에서 노을을 보고,

" 제주에 살아야겠다. 제주에 살면 살 수 있겠다."

하여 마음먹은 지 7개월 만에 내려와 정착한다.

그녀는 참 당차고 용기 있는 여성이다. 겁도 없고, 그래서 혼자 제주라는 낯선 곳을 택했는 지도 모른다. 엄밀히 말하면 작가에게 제주는 낯선 곳은 아니다. 그녀 말을 빌리자면,

"아버지가 제주 분이신데, 고등학교 졸업하시고 육지로 올라가셨고, 어머니는 육지 분이시고, 두 분은 지금 서울에 계시고, 저는 본적이 애월이긴 하지만 육지에서 태어나 자랐고 어쨌든 서울에서 내려온 사람이에요."

라고 길게 답할 필요를 느끼는 사람이다.

제주 것의 정통성과 육지 것의 도시스러움 둘 다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답변이란다.

강수희 사장님아는 유쾌하고 기분 좋은 냄새가 날 것 같다. 왠지 나도 언젠가 제주에 가면 만나보고 싶은 사람, 그녀가 하는 책방은 어떤 향기가 베여있을지 궁금함을 자아내는 사람이다.

여기 제주에서 터를 잡아, 먹고살려고 책방을 차렸지만 정작 먹고살기가 빠듯하여 온갖(?) 실험을 반복하며 살아남으려 안간힘을 쓰는데 그런 장면과 표현이 배꼽을 잡고 웃게 한다.

아, 이 분 다시 작가로 활동하셔야 하는 게 아닌지..

극히 주관적인 사심을 드러내본다.

방송국 놈들이 너무 했네, 사람을 너무 갑을병정정정정으로 살게 하고 말이야. 쫌!!

강수희 사장님아가 하는 프로라면 라디오든 드라마든 듣고 보게 될 것 같은데..

역시 라디오 작가답게 재치 있는 글밥들이 독자를 확 사로잡는 것이, 말해 뭐해, 입만 아플 것 같다. 동네 언니가 옆에서 억울한 일, 황당한 일을 겪었다며 얘기해 주는 생동감이랄까?

나이대도 40대 나와 같다 보니 너무 와닿는 멘트들이 즐비하다.

실은, 나도 바다 것인데. (바밍아웃 해본다)

해남에서 태어나 국민학교(역시 나이 들통~) 때 올라와 서울 학교의 오전 오후 반을 몰라 파출소까지 갔던 일이 생각난다. 그 어린 8살 나이에 학교에 가니 선생님도 학생들도 모두 모르는 사람들이 아닌가? 여긴 어디 나는 누구? 가 여기서 튀어나왔던 것이다. 그 길로 바다 것의 촌뜨기는 파출소로 달려갔더랬다.

잠깐 옆길로 샜지만

20년 차 방송작가의 100% 리얼 제주 정착기.

우당탕탕 솔직 당돌한 글에 어느 순간같이 웃고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보다 더 리얼하고 솔직할 수 있을까 싶다. 글이 꾸밈이나 보탬 없이 진솔한 맛이 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지갑의 두께가 인성과 인격을 좌지우지하는 인간이 바로 나라는 걸 알기에. 잘나가는 누구누구의 소식에도 쪼그라들지 않으려면, 나는 나의 곳간 아베끄를 잘 키워야 한다. p70


소위 서로 간을 봐야 하니까. 내가 가진 패를 숨기고 상대방의 패를 확인하려 종종 기싸움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곰국이나 찌개도 아닌데 '간을 본다'라는 표현이 비인간적이긴 하지만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도 없지 않나 싶다. p86


나의 원천기술을 투입해야 하는 타이밍!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A와 B를 엎어 치고 메치고, 둘러치고 휘몰아쳐서 엄청 관계있는 것처럼 포장하기! 배운 도둑질 스토리텔링을 써먹을 때였다. 그렇다면 흑돼지고기와 책방을 한줄기로 엮을 포장지는 무엇인가? (중략...) 가장 제주스러운 것이 가장 아베끄스러운 것이다!! p143


섬과 육지 사이를 잇는 시간. 섬에서 살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해 그리움이 번지고, 번져든 그리움에 눅눅해지는 시간도, 느릿느릿 말라가는 시간도, 그 모든 시간이 참 많이도 필요한 섬. p216


강수희 사장님아의 마지막 말도 기억에 남는다.

"고사리 장마와 내 인생 안개 구간이 겹친, 앞이 잘 보이지 않던 시기에 제주에 왔고 10년이 넘었습니다. (중략..) 제주는 내가 선택한 고향입니다."


결론!

사장님아 『제주에서 먹고살려고 책방 하는데요』

에세이 잘 만드셨고 너무 재미지다.

이런 톤이 바로 강수희 작가의 색깔과 말투이다.

재미지지 않는가?! 이미 팬이 되어버렸다.

책도 많이 내시고 글도 많이 쓰시면 좋겠다.

책방 운영하는데 본인 책이 가장 많이 팔리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작가 강수희 사장님아~

응원할께요!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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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푸른 고래 요나 - 제1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김명주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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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

얼마 전까지 데뷔를 앞둔 걸그룹의 메인이었다. 우연한 교통사고로 어린 나이에 다리를 절게 되었고 그렇게 사람들 시선에서 잊히길 바라며 조용한 학생으로 지내게 된다. 하루는 이런 주미를 아빠가 데리러 학교에 간다. 텅 빈 교실에서 아빠가 오실 때까지 노래를 들으며 기다리던 주미는 이어폰 너머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음악실로 향하고 그곳에서 푸른 눈을 가진 어딘가 신비로운 요나를 만나게 된다.

요나

음악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 소년, 여러 악기를 다룰 줄 알며 노래도 퍽 잘하는 편이다. 보름달이 뜨기 전날부터 보름달이 뜨고 질 때까지 요나는 인간이 아닌 고래가 된다. 더 정확하게는 고래 인간이 된다. 마치 늑대 인간처럼.. 고래 인간이 된 요나는 물이 필요하다. 그래서 욕실로 바다로 물이 있는 곳으로 몸을 맡겨야 한다.

우리 요나는 둥근달이 뜨면 고래가 되잖아.

너도 네 몸이 고래로 변신하면 신기한데, 친구들이 보면 더 놀라겠지?

너랑 다시는 놀지 않으려고 할 거야.

그러니까 네가 고래로 변신한다는 얘기는 절대로 해서는 안 돼. p135


요나 엄마, 구희

기이한 상상임신으로 십대에 요나를 임신한 미혼모. 그녀는 자신이 낳은 아이가 고래 인간이라는 감당하기 어려운 사실과 맞서 싸워 요나를 지켜나가는 강인한 엄마이다.


주미 동생, 혜미

걸그룹을 꿈꾸던 주미 동생 혜미, 가족여행을 갔다가 그 길로 돌아오지 않았다. 혜미는 어디로 간 것일까? 모두들 바다에 빠져 죽었다는데 주미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동생의 꿈을 대신 이룬다는 생각으로 혜미 대신 주미가 당당히 실력으로 걸그룹 데뷔를 앞두고 있었다.

음악을 매게로 주미와 요나는 친구가 되었고 함께 노래연습을 하며 서로에게 깊은 유대감을 느낀다. 하루는 주나의 집에서 하루는 요나의 집에서 서로 음악에 대한 감성을 주고받으며 마음을 나누게 된다. 주미는 요나에 대한 호감이 이성적이라는 것을 느끼고 고래 인간인 요나는 그 느낌을 바로 알아차린다.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가고 보름달이 뜰 때면 주나는 요나의 바다여행을 동행해 주는데...


『검푸른 고래 요나』를 읽고 나서 한동안 책을 덮지 못했다. 여운이 길었다고 해야 하나 기승전까지 조용하고 잔잔한 바닷속 이야기 같았다.

초반의 음악과 관련한 표현은 좀 생경하기도 하였다. 보이고 들리는 음악을 빗대어 표현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음악에 대해 어느 정도 조예가 있어야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의 전문용어가 많이 나왔고, 비유도 와닿지 않은 낯섦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계속 읽다 보니 아... 하고 느껴지기 시작한다. 초반은 가독성이 좋거나 전개가 빠르지 않았는데 그런 부분은 전과 결에서 휘몰아쳐오니 뒷부분으로 갈수록 정신없이 빠져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치 격정적이 드라마를 보면 한없이 빠져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손에 땀이 나고 가슴이 빨리 뛰기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책이 400페이지 정도되다 보니 서문이 길고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지루하지는 않았다. 아니, 작가님이 지루하게 만들어 주지 않았다. 그리고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스며들고 젖어들고 빠져들어 있었다.

스토리를 보면 아픔과 비밀을 간직한 10대들의 풋풋한 로맨스 같지만 그 안에 혹등고래와 범고래의 싸움, 일본과 한국만 고래고기를 먹는다는 이야기 등 환경과 기후의 문제의식도 내포하고 있다.

소설을 잘 읽지 않았는데 이『검푸른 고래 요나』를 읽고 보니 판타지 장편소설의 묘미를 살짝 알 것도 같다. 그리고 이 소설 두껍다는 편견 때문에 사람들이 읽지 않으려 하면 어쩌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읽히기만 해봐라, 이 소설 바로 베스트셀러다!

그러니 어떻게든 사람들이 보게 하고 싶다, 볼 필요성이 있는 소설이다. 꼭 읽어 봤으면 하는 소설이다.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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