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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 계속 쓰려는 사람을 위한 48가지 이야기
은유 지음 / 김영사 / 2023년 1월
평점 :

계속 쓰려는 사람을 위한 48가지 이야기,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는 글을 쓰려는 이들이 작가에게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변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서를 읽고 서평을 남기는 일을 시작하면서 글쓰기 관련 저서를 자주 찾아보는 편이다. 그중 쓰기의 말들도 기억에 남는다. 은유 작가의 다른 저서를 찾아보려는 던 참에 신간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를 접하게 되었다. 평소 글을 쓰면서 궁금했던 사항이 많았다.
그런데 질문 내용을 보니, 내가 질문했다고 해도 될 만큼 가려운 부분을 콕콕 집어서 물어봐 주셨다. 답변 또한 작가의 솔직한 필체로 정성스레 기록한 흔적이 엿보인다.

Q. 나의 글이 늘지 않는 이유는?
사물과 현상을 낯설고 예민하게 보는 눈을 지닐 때 가능한 '생활의 발견'이 글 쓰는 의미와 재미를 가져다줍니다. 그래서 글이 늘지 않는다는 건 '새롭게 보이는 게 없다' '늘 하던 소리를 한다' 혹은 '하나 마나 한 말을 한다'라고 바꿔 말할 수 있겠습니다. p38
슬럼프를 겪어본 적이 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게 불과 몇 달 되지 않는다. 슬럼프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새롭게 보이는 게 없다', '늘 하던 소리를 한다'라는 말이 와닿았다.
어휘력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사를 하려고 한다. 표현, 묘사, 은유 등 단어가 막힌다. 영어를 잘 하려면 단어를 풍부하게 알면 된다고 한다. 나는 글은 몇 시간씩 쓰고 싶다.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떠다닌다. 소재도 계속 샘솟는다. 다만 머릿속에서 나오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 문제가 무엇인지 안다는 것, 이제 답을 향하기만 하면 될 것이다.
혼자 쓰다가 주저한다면
완벽한 사람이 쓰는 게 아니라 쓰는 사람이 완벽해지려는 노력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건네봅니다. p25
Q. 제 글보다 잘 쓴 글을 보면 기가 죽는데, 어떡하죠?
누구나 갖는 생각이 아닐까 한다. 나 역시 같이 서평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글을 잘 쓰는 사람, 블로그를 잘 꾸미는 사람, 개성 있고 창의적인 사람, 아이디어가 샘솟는 사람, 지치지 않고 꾸준히 도전하는 사람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부분을 가진 분들을 보면 부럽고 기가 죽는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아예 눈을 감고 내 것에만 몰두했다. 그러나 그게 답이 아님을 곧 알게 되었다. 방법을 찾지 못한 채 답보 상태로 포스팅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오늘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에서 그 답을 찾은 것 같다.
잘 쓴 글을 보고 기죽는 건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러니 기죽는다는 사실엔 기죽지 말고, 내가 기죽었다는 사실을 글로 써보자. 그게 글 쓰는 사람의 임무다. p62
일단 써보고자 한다면
우리가 여행하다가 잘못 들어선 길에서 색다른 풍경을 보게 되듯이, 곁길로 새면 다시 돌아보면 된다는 여행자의 마음으로 오늘도 글 한 편 쓰시길 바랍니다. p85
Q. 첫 문장을 어떻게 쓰면 좋을까?
부모 교육을 위한 글쓰기 수업 첫 시간.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하는데 "글쓰기 수업인 줄 모르고 왔어요" "저한테 아무것도 시키지 말아주세요" 한다.
이렇듯 "글의 시작 부분을 쓰는 게 어려워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인상 깊었던 상황에서 시작하세요"라고 주로 답해 드려요. p107
처음 임팩트가 강하다. 글쓰기 수업인데 모르고 왔다고 아무것도 시키지 말아 달라니, 누가 봐도 당황했을 것인데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얼마나 어이없고 황당했을까?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라면 다음 얘기가 궁금하여 읽지 않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다.
또한 글의 시작을 묘사로 해도 되고, 다른 이의 말을 인용하는 것도 좋다고 팁을 알려준다. 더욱 중요한 것은 겁먹지 말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써보며 시작을 열어보라는 것이다. 글을 다 쓴 후에 어색하다면 그때 퇴고하여도 된다는 것. 시작이 어려울 것이란 편견을 버리자.

섬세하게 쓰고 싶다면
글쓰기는 나쁜 언어를 좋은 언어로 바꾸어내는 일입니다. 끊임없이 배워야만 가능한 일이고요.
좋은 언어는 적어도 타인을 마음 상하게 하거나 재단하지 않는 언어라고 생각해요. p155
Q. 글 한 편을 완성하는 노하우나 훈련법이 있다면?
저자는 멸치 육수를 내는 것에 비유한다. 멸치를 한 마리 넣을 때와 서른 마리 넣을 때 그 농도가 다르다. 밍밍할지 진해질지 샘을 할 수 없는 갓난 아이가 아니고선 다 아는 이야기다. 그래서 진한 육수를 위해 생각의 멸치를 모으라고 한다.
여기서 생각의 멸치란 글의 소재를 말한다. 자료를 수집할 것.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주제를 정했다면 그 재료를 모아야 할 것이다.
완성한 글에 세상 사람들과 나눌 만한 '알맹이'가 있는지 점검하는 것. 알맹이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면 보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책을 더 읽을지, 자료를 더 찾을지, 취재를 해볼지 생각해 보고 실행하는 것. 다시 써볼 것. 이 과정을 반복하는 거죠. p 203
그리고 일단 끝까지 완성해 본다. 글의 내용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고, 질도 떨어질 수 있다. 나중에 퇴고하면 되는 것이고 일단 원했던 분량을 끝까지 채워보자. 분량에 맞춰 글을 쓰다 보면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어렵지 않게 써질 것이다. 그러고 나서 질에 대한 고민은 나중에 해도 괜찮다고 작가는 우리를 다독여 준다.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면
저한테 '잘 사는 일'은 하루를 잘 보내는 일입니다. '인생'을 잘 사는 건 어려운데 '하루'를 잘 보내는 건 해볼 만하죠. p211
Q. 책 리뷰는 어떻게 쓰는지?
내가 가장 궁금했던 사항이다. 작법서를 보면 여러 형태의 방법을 제시한다. 발췌하고 작가 및 작품 소개, 줄거리 요약, 전체 느낌, 추천 대상이나 이유 등 방법이 다양하여 쓸 내용과 말은 너무나 많다.
하지만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의 작가는 이런 형식 말고 마음가짐을 일러준다. 그게 싫지 않다. 아니, 작가의 질문이 잔잔한 개울에 돌멩이 하나 던진 듯 파동을 일으킨다.
우리가 왜 읽고 쓰는지, 근원적인 물음으로 되돌아가 답을 찾아보면 잘 살기 위해서입니다.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면서 살고 싶은 마음이죠. 그러니 인간다운 삶을 방해하는 구조와 요소를 보게 하는 책이 좋은 책이겠고, 그 책을 읽는 사람이 자기 삶의 서사까지 보태어 책의 좋음을 글로 증명한다면 믿을 만한 책 리뷰라고 생각합니다. p 229
존엄과 서사까지 나왔다. 과연 내가 서평을 잘 쓰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고 자신감은 추락해 간다. 그래도 아직 초보이니 계속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저 비스무레한 경지에는 닿아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눅 들었다면 그 느낌을 그대로 풀어쓸 것이다.
글쓰기에 관한 여러 작법서가 많다. 그러나 이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는 글쓰기를 이제 막 시작한 초보들에게 정신적으로 기댈 수 있는 책임이 확실하다. 이미 작가가 된 저자도 본인을 낮추며 작가라는 타이틀의 무게에 대해 말한다.

작가란 계속 쓰는 사람이라고, 꼭 등단을 하지 않고 책을 내지 않아도 쓰는 사람이라면 작가라고 말해준다. 이 말이 힘이 나고, 계속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는 나 같은 이들에게 용기와 힘을 북돋워 주는 말로 채워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존재'로 살아가고 싶은 당신에게 하는 은유 작가의 글쓰기 경험, 공감, 응원의 말이니 꼭 경청해 보길 바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