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게도 고맙다
김재진 지음 / 김영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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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가르침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을 만난 경우는 없다.

오히려 꼭 그 사람을 만났어야 하는 것이다.

원수같이 헤어졌다 해도

그는 내 삶에 필요한 역할이 있었던 것이다.

인생은 우리를 그렇게 가르친다.

p96


'삶의 가르침' 글 대로라면 만나야 될 사람은 만난다는 것이다. 악인을 만나도 그럴 필요가 있고 선인을 만나도 그럴 이유가 다 있는 것인데..

인생에서 굳이 마주치지 않아도 될 인연은 피해 갔으면 한다. 그런 인연으로 인해 배울 점은 분명 있긴 있을 것이다. 아픔, 슬픔, 좌절감, 치욕스러움 등.. 그런 감정을 배우라고 악연을 만나야 하는 것인가? 책으로도 얼마든지 익힐 수 있는 감정들이다. 몸소 배우고 깨우쳐야 하는 게 인생이라면 그 인생, 반납하고 싶다.

어렸을 때 겪었던 아픔을 잊지 못하고 평생 간직하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 '더글로리'가 왜 인기 있는 줄 아는가? 공감과 감동이 있어서이다.

우리나라에는 꽤 많은 학교폭력, 성폭력 그 외 각종 범죄 피해자인 사람들이 많다. 직접적인 피해자 외에 그 가족들까지 합산한다면 어마어마한 숫자일 것이다. 그 가족이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왔을 터인데 그 고름을 만져서 터트려 주니 대리만족이고 희열이 고통의 자리를 대신해 준다.

그렇다고 그 아픔이 사라지는 것이냐, 그렇지도 않다. 약간의 위안을 얻고 나 대신 공론화해준 것이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얻은 것이 있다. 아픔은 시간이 지나도 절대 무뎌지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나의 소중한 평생 친구. 나 대신 용기 내 싸워주고 악인들로부터 도망치게 도와준 나의 친구. 그 친구를 얻을 수 있어서 인생 참 아이러니하다.

바람에게도 고맙다의 '삶의 가르침' 대로라면 인생 참 얄궂다. 악인들 덕분에 평생 은인을 만났으니 이건 무슨 인연 이란 말인가. 그래서 만났어야 하는 인연이라고 하나보다. 참 힘들게 엮어진 인연이다.



언어의 옷

 

비판의 언어와 비난의 언어는 입은 옷이 다르다.

비판의 언어는 지성적이지만

비난의 언어는 감정적이다.

감정의 언어는 부정적인 에너지로

관계를 혼란에 빠트리고,

스스로의 인격을 파괴한다.

현명한 사람은 비판과 비난을 구별한다.

정당한 비판으로 비난을 잠재울 수 있을 때

세상은 비관보다 낙관 쪽에 힘을 싣는다.

p176


얼만 전 명절에 있었던 일이다. TV에서 '미쓰 와이프'라는 프로가 하였다.

"왜 미쓰 와이프야, 그냥 여자들의 수다 정도로 하지. 명절에 누구 며느리로 일했는데, 방송 프로마저 누구 와이프야? PD가 남잔가? 명절 마지막 날 저건 아니다."

"그게 어때서, 저 여자들만 나오면 누군지 알아? 남편들이 잘나가서 방송에 나온 건데, 제목이 누구 와이프일 수 있지. 넌 그런 것 갖다가 모라고 그러냐? 그냥 좀 봐라. 예민하기는.."

"나는 프로그램 이름이 지금 시기와 맞지 않다고 정당한 비판을 하는 건데 오빤 왜 감정적으로 나를 비난해?"

더 이상의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내가 이겼다.

', 별거 아니네. 혼자 유식한 척은 다하더니.'

 


사랑받고 싶어서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쳐 공격적인 이는 삶에서 피해야 할 유형 중 하나이다. 그러나 끝없는 자비심으로 바라보면 그도 바뀐다.

문제는 나의 자비심이 그다지 인내심이 크지 않다는 사실이다. 모든 피해의식은 치명적이지만 그 밑엔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이나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가 숨어 있다.

p190


피해의식이 심한 친구가 한 명 있다.

그녀는 내가 회사를 그만둔 지 4년이 넘어가는데도 지금껏 나를 놓지 않고 연락을 준다. 고마운 존재이다. 그렇지만 그녀나 나나 친구가 없어서 서로 기대는 것 같다. 나는 들어주는 쪽, 그녀는 말하는 쪽. 그녀가 말하는 게 듣기 힘들 때도 있지만 요즘은 반기게 된다.

집에서 혼자 책만 보고 있으니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자립적 고립을 택하고 생활하는 것이 편해서 일 터이다. 그런 와중에 가끔 그녀에게 전화가 온다. 그러면 그때부터 그녀의 입은 모터를 단다. 내가 전화를 받은 순간부터 그녀는 간드러진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며 회사 사람들의 근황 토크를 해댄다. 그녀는 입을 털어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스타일이다. 나는 같이 맞장구쳐준다. 이제 나는 그쪽에 관계된 사람도 아니거니와 그녀의 언어는 나를 신명나게 한다. 그녀가 저주를 퍼부으면 나는 옆에서 칼춤을 쳐주는 격이다. 쾌활하게 퍼대고 나면 이내 정신을 되돌리는 그녀. 곧 점심시간이 끝나가니 들어가 봐야 한단다.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인가보다.

그녀는 피해의식이 심하고 분노에 사로잡혀 산다. 그리고 소시오패스 기질과 함께 가스라이팅을 참 잘한다.

"넌 정말, 확실한 미친 X이야. 언젠가는 너를 주인공으로 글을 꼭 쓰고 싶어. 너랑 함께하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도 잘 될 거야. 분명히! "라니 흔쾌히 그러자고 한다.

본론으로 돌아와, 그녀의 피해의식과 분노가 사랑받고 싶어서 였다니 맞다고 본다. 그녀는 내게 응석을 잘 부린다. 그런 그녀가 귀여울 때가 많다. 정도만 지킨다면 참 좋을 것 같다.



바람에게도 고맙다를 읽고 별의별 생각에 휩싸인다. 추억과 인연에 대해 사유하기도 하고,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의식의 흐름이 이어진다. 김재진 에세이에서 참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하니 글감이 떨어질 때쯤 다시 펼쳐보고 싶다. 나와 관계되는 것들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 바람에게도 고맙다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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