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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먹고살려고 책방 하는데요 - 20년 차 방송작가의 100% 리얼 제주 정착기
강수희 지음 / 인디고(글담) / 2022년 11월
평점 :

제주하면 막연히 그립고 동경하게 되는 무언가가 있다. 이런 제목에 이끌려서 나는 서평단 지원을 하게 되었고 『제주에서 먹고살려고 책방 하는데요』를 접하게 되었다.
제주라는 단어가 주는 점이 참 많다.
우선 제주하면, 이효리가 생각나고 우리 세대의 워너비인 그분이 제주로 터전을 옮겼으니 나의 눈도 그리로 따라가게 된다.
나이 들고 할거 없으면 제주나 가서 물질하면서 살아야지 하는 생각, 그때 한창 제주 바람이 불 때 많이 생각했더랬다.
저자는 이효리보다 먼저 제주에 자리를 잡고 들어앉은 사람이다. 하여 조금 억울해 보이기도 하다. 분명 내가 먼저 자리 잡고 있었는데 갑자기 제주 바람이 불더니 육지 것(?)들이 나타나서 터전을 빼앗아 가는 기분. 여기서 육지 것이란 외지인, 도시인을 일컫고 제주 것이란 제주도민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그녀도 그럴 것이 억울하긴 할 터였다.
제주에 자리를 잡고 힐링 좀 해보며 살자고 얻은 집을 빡세고 예쁘게 꾸며놓았는데 1년 만에 쫓겨났으니 말이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내가 괜스레 육지 것으로 미안함을 자아낸다. 그리고 이효리가 아닌 그녀의 일상을 따라가기 시작한다.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메인작가였던 그녀는 몸과 마음이 지쳐 부대끼니 제주행을 택하였다. 우연한 기회에 제주에서 노을을 보고,
" 제주에 살아야겠다. 제주에 살면 살 수 있겠다."
하여 마음먹은 지 7개월 만에 내려와 정착한다.
그녀는 참 당차고 용기 있는 여성이다. 겁도 없고, 그래서 혼자 제주라는 낯선 곳을 택했는 지도 모른다. 엄밀히 말하면 작가에게 제주는 낯선 곳은 아니다. 그녀 말을 빌리자면,
"아버지가 제주 분이신데, 고등학교 졸업하시고 육지로 올라가셨고, 어머니는 육지 분이시고, 두 분은 지금 서울에 계시고, 저는 본적이 애월이긴 하지만 육지에서 태어나 자랐고 어쨌든 서울에서 내려온 사람이에요."
라고 길게 답할 필요를 느끼는 사람이다.
제주 것의 정통성과 육지 것의 도시스러움 둘 다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답변이란다.

강수희 사장님아는 유쾌하고 기분 좋은 냄새가 날 것 같다. 왠지 나도 언젠가 제주에 가면 만나보고 싶은 사람, 그녀가 하는 책방은 어떤 향기가 베여있을지 궁금함을 자아내는 사람이다.
여기 제주에서 터를 잡아, 먹고살려고 책방을 차렸지만 정작 먹고살기가 빠듯하여 온갖(?) 실험을 반복하며 살아남으려 안간힘을 쓰는데 그런 장면과 표현이 배꼽을 잡고 웃게 한다.
아, 이 분 다시 작가로 활동하셔야 하는 게 아닌지..
극히 주관적인 사심을 드러내본다.
방송국 놈들이 너무 했네, 사람을 너무 갑을병정정정정으로 살게 하고 말이야. 쫌!!
강수희 사장님아가 하는 프로라면 라디오든 드라마든 듣고 보게 될 것 같은데..
역시 라디오 작가답게 재치 있는 글밥들이 독자를 확 사로잡는 것이, 말해 뭐해, 입만 아플 것 같다. 동네 언니가 옆에서 억울한 일, 황당한 일을 겪었다며 얘기해 주는 생동감이랄까?
나이대도 40대 나와 같다 보니 너무 와닿는 멘트들이 즐비하다.

실은, 나도 바다 것인데. (바밍아웃 해본다)
해남에서 태어나 국민학교(역시 나이 들통~) 때 올라와 서울 학교의 오전 오후 반을 몰라 파출소까지 갔던 일이 생각난다. 그 어린 8살 나이에 학교에 가니 선생님도 학생들도 모두 모르는 사람들이 아닌가? 여긴 어디 나는 누구? 가 여기서 튀어나왔던 것이다. 그 길로 바다 것의 촌뜨기는 파출소로 달려갔더랬다.
잠깐 옆길로 샜지만
20년 차 방송작가의 100% 리얼 제주 정착기.
우당탕탕 솔직 당돌한 글에 어느 순간같이 웃고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보다 더 리얼하고 솔직할 수 있을까 싶다. 글이 꾸밈이나 보탬 없이 진솔한 맛이 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지갑의 두께가 인성과 인격을 좌지우지하는 인간이 바로 나라는 걸 알기에. 잘나가는 누구누구의 소식에도 쪼그라들지 않으려면, 나는 나의 곳간 아베끄를 잘 키워야 한다. p70
소위 서로 간을 봐야 하니까. 내가 가진 패를 숨기고 상대방의 패를 확인하려 종종 기싸움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곰국이나 찌개도 아닌데 '간을 본다'라는 표현이 비인간적이긴 하지만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도 없지 않나 싶다. p86
나의 원천기술을 투입해야 하는 타이밍!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A와 B를 엎어 치고 메치고, 둘러치고 휘몰아쳐서 엄청 관계있는 것처럼 포장하기! 배운 도둑질 스토리텔링을 써먹을 때였다. 그렇다면 흑돼지고기와 책방을 한줄기로 엮을 포장지는 무엇인가? (중략...) 가장 제주스러운 것이 가장 아베끄스러운 것이다!! p143
섬과 육지 사이를 잇는 시간. 섬에서 살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해 그리움이 번지고, 번져든 그리움에 눅눅해지는 시간도, 느릿느릿 말라가는 시간도, 그 모든 시간이 참 많이도 필요한 섬. p216

강수희 사장님아의 마지막 말도 기억에 남는다.
"고사리 장마와 내 인생 안개 구간이 겹친, 앞이 잘 보이지 않던 시기에 제주에 왔고 10년이 넘었습니다. (중략..) 제주는 내가 선택한 고향입니다."


결론!
사장님아 『제주에서 먹고살려고 책방 하는데요』
에세이 잘 만드셨고 너무 재미지다.
이런 톤이 바로 강수희 작가의 색깔과 말투이다.
재미지지 않는가?! 이미 팬이 되어버렸다.
책도 많이 내시고 글도 많이 쓰시면 좋겠다.
책방 운영하는데 본인 책이 가장 많이 팔리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작가 강수희 사장님아~
응원할께요!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