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가 온다
박철홍 지음 / 영림카디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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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41 : 물류가 온다, 박철홍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뉴스앵커 : 국내 1위이자, 세계 6위였던 한진해운이 끝내 파산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이 뉴스는 2017년 전세계를 뒤흔들었던 한진해운의 파산 결정 뉴스이었다. 세계 10위권 안에 당당히 들어가던 한국의 물동량을 상당 부분 담당하던 굴지의 기업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파산선고를 한 것이다. 이후 전 세계에서 물류 대란과 법적 소송이 줄이었고, 한동안 그 여파는 계속되며 모두에게 충격을 안겼던 사건이다. 이 사건의 내막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00년대 이후 세계 부동의 1위 해운업체인 머스크 MAERSK가 공격적으로 경영 방침을 바꾸면서 촉발이 되었다. 2008년도 금융위기 이후 침체에 빠진 물류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던 머스크사가 다른 경쟁사와 "동맹"을 맺으며 이전과는 비교도 안되는 물량으로 덤핑 공세에 나선 것이다. 이유는 비록 손실을 감수할지라도, 후발 주자들과 경쟁사들이 해당 업종에서 파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 "치킨게임"의 시작을 알리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온갖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을 무렵, 한진해운에서는 오너가 사망하고 그 상속인인 최은영 회장이 자리를 이어받게 된 것이 화근이었다고 관계자들은 여전히 밝히고 있다. 신임 회장이 누적되는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서두른 나머지, 적정 용선료(배를 빌리는 비용)의 향후 변화를 예측하는데 실패하고 장기계약을 한 결과, 한 해에만 수조원의 손실을 계속 감내해야 하는 나락으로 떨어져 이후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함에도 불구하고 파산에 이른 안타까운 사건이다.

문제는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그때까지 지속되던 무역의 흐름이 일시적으로 멈추고, 전 세계가 초비상에 들어간 일이었다. 화주와 선주, 그리고 선박을 둘러싼 모든 업계에서 일제히 대란이 벌어져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국제적인 법적 분쟁마져 이루어지면서 "물류"라는 것이 얼마나 전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지를 실감하는 사건이었다. (이후로도 코로나 펜데믹에서도 유사한 사태가 관찰된다.)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의 경제활동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비의 핵심에는 내가 물건을 고를 수 있도록 "그곳"에 있어야 하거나, 내가 고른 물건이 나에게 "전달"이 되어야 모든 것이 가능한 구조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그 "흐름"이 막히는 순간 일상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제서야 그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2. 저자의 의도...

저자는 현재 종합물류업체 용성의 대표이사이자, 관련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분이다. 따라서 일선에서 물류혁신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고 있고, 일선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출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 물류 시장의 지각변동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신규 후발주자로 입지를 키워가는 중이라고 밝히고도 있다. 여기서 잠깐 소개하자면, 한국은 인구수에 비해 이커머스로 대표되는 온라인 마켓 시장이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나라이다. (국민 1인당 사용횟수로 환산하면 연평군 54회 이상인 수치이다!) 90년대의 인터넷 보급 이후 폭발적으로 이커머스 시장은 성장해왔고, 스마트폰 보급 이후 다시 한번 도약하여 전 세계적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유통망을 자랑한다. 이 핵심에는 "물류"가 자리잡고 있지만, 서두에서 밝혔듯이 업계의 특성상 "인프라 산업" 내지는 "B2B 산업"의 속성이 강하여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진해운 사태와 같이 큰 규모의 시장 충격이 있어야 비로소 얼마나 우리 삶에 깊게 연관되어 왔는가를 실감할 뿐이다. 따라서 저자는 관련 업계의 최신 동향과 간략한 역사, 그리고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소개하며 대중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을 이 책의 목표로 하고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먼저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간략하지만 물류의 역사에 대해 소개한 대목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물류의 역사를 따로 생각해보는건 무의미한 일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경제활동을 시작한 이상, 물류는 필수적으로 동반될 수 밖에 없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도로망의 출현은 이를 반증하는 좋은 예시일 것이다.) 다만,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물류의 시작과 그 발전 단계에서의 중요 핵심을 언급하는 부분은 독자들에게 좋은 지점이라 생각한다. 더욱이 물류의 "효율화" 측면에서 필연적으로 "전쟁"의 역활을 지적하고, 이를 반추하는 것은 일반적인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것이다. 이 부분만을 따로 저서로 내도 될만큼 말이다.

또한, 현재 한국 시장을 둘러싼 각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은 경제에 관심있는 독자들은 참고할만한 지점이다. 현재 시장의 두 양대 세력인 쿠팡과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의 격돌은 흥미롭다. 쿠팡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아마존의 전략으로, 네이버는 "판매자"의 입장에서 쇼피파이의 전략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고, 두 업체의 진화 양상 또한 매우 다르다. 최종 승자의 여부와 상관없이 각 주체들의 이상과 그에 따른 시장의 반응은 흥미를 불러오는 지점이 존재한다. 더욱이 두 업체의 틈새를 비집고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전개되는 타 업체들의 노력도 눈여겨 볼만하다. 그리고, 아예 역직구 시장이나 글로벌 직구 시장의 진화도 매우 발빠르게 전개되고 있어 독자들도 소비 패턴의 변화에 참고할만하다.

마지막으로 AI를 비롯한 자동화 로봇의 물류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한 부분은 꼭 읽어봐야하는 주제이다. 어떤 현대적 상업의 분야이든 최근 화두는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유통을 실시간으로 하며, 재고를 최소화하는가"이다. 이미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각종 풀필먼트 산업은 현장에 자리잡은지 오래이고, 이를 "무인화"하는 양상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비용의 최소화를 떠나,, 점점 노동시장에서 외면받는 물류 업종의 특성상 전면적인 무인화는 최종 목표이며 이미 이를 상당부분 실현하고 있다. AI와 빅데이터를 이용한 재고의 최소화, 드론과 로봇을 이용한 효율적인 물류작업,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실시간 배송이 선을 보이고 있으며, 상당한 결과를 축적하고 있다. 머지 않은 시점에서 이 산업 현장은 몇몇 관리자나 개발인력을 제외하면 인간의 노동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급격한 변화를 각 국가별로 상세히 고대하고 현 주소를 진단하고 있다.

4. 아쉬운 부분...

이 책은 저자의 목표인 현 실태를 적시하는데는 충족한 저서라고 보인다. 그러나 물류의 역사에 대한 자세한 소개나, 각 국가별 향후 발전 양상을 비롯, 개발 현황을 자세히 소개하기에는 지면상 무리가 있다. 따라서 어디까지나 입문서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고픈 저자의 주제의식을 봤을 때, 합당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책의 문제점이 아니라, 향후 물류 산업에서의 "무인화" 추세이다. 비약적인 발전과 온갖 기술로 점철된 시장의 변화는 마치 혁신적이고도 선진적인 무언가를 연상케 하지만, 그 내면은 그렇지 않다. 결국 노동시장에서 인간의 "퇴출"을 의미하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다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으니 편리하겠지만, 그만큼 사회적으로는 댓가를 치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함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고용 부분에서의 변화는 필수적이며, 이런 거대 시장을 감내할 수 있는 대규모 자본만이 생존 가능할 것이므로 필연적으로 독점의 위험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미국의 이커머스 시장은 "아마존"으로 천하 통일된 것을 목격하고 있지 않은가!) 가격 결정권이 거대 자본으로 넘어가고, 경제적 양극화를 가져오기 쉬운 구조로 되어감을 꾸준히 지적하는 학자들도 존재함을 분명 알아야 한다.  

5. 나오며...

끝으로 이러한 물류 전쟁의 끝에는 결국 국가 전략이 개입하게 된다. 일례로 우리는 최근 십년간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대해 수많은 뉴스와 담론을 들어왔다. 그에 따른 각종 사건과 부작용을 접하기도 하고, 정치권이나 경제계에서의 반응 또한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을 해왔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볼 때 이 현상의 가장 핵심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의 하위 분야라는 것이다. 군사적인 충돌도 이미 예건되어 있지만 (남중국해 분쟁 등)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인 압박이다. "적을 칠려면, 적의 지갑부터 노려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제적인 타격을 입히면, 타 문제에서 훨씬 수월한 경쟁이 가능하니 말이다. 더욱이 핵보유국인 두 나라의 특성상 전면전은 피할 것이므로, 결국 분쟁의 양상은 경제 분야에서 나타날 것이다. 그 핵심에는 원자재와 물류, 그리고 관세가 자리잡고 있다. 다시말해, 원료, 이동, 판매를 통제하면 피제재국가는 손을 써볼 겨를이 없다. 따라서 미국은 현재 전방위적으로 이 세가지를 추진하고 있으므로, 중국은 사활을 걸고 방어를 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고로 중국 물류의 핵심은 일대일로에 있음을 현재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물류는 한 국가의 사활을 건 생존 투쟁에 돌입할 만큼 중요한 목표이다. 이런 물류에 대해 독자들에게 친절한 소개를 한 이 책에 감사를 드리며 글을 마친다.

#물류가온다 #박철홍 #영림카디널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경제 #경영

@a_seong_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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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 가성비의 시대가 불러온 콘텐츠 트렌드의 거대한 변화
이나다 도요시 지음, 황미숙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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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40 :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이나다 도요시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안토니오 : 나와 함께 떠납시다...!

지오바나 : 그럴 수 없어요, 당신도 나도  이미  가정이 있는 몸이잖아요...

안토니오 : .....(물끄러미 응시를 하며)

이 장면은 한국 고전 영화팬들도 잘 아는 작품인 소피아 로렌 주연의 "해바라기(1970)"의 마지막 장면이다. 너무나 사랑했지만 전쟁이라는 비극의 운명으로 기구하게 헤어진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재회하여 마지막 밤을 같이 보낸다. 그리고 같이 떠나자는 남자의 제안을 대사처럼 거부하고 그의 아내 곁으로 떠나보내는 것으로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인다. 이윽고 소피아 로렌은 멀어지는 기차창으로 물끄러미 자신을 보는 남자를 끝까지 응시하면서 그렇게 떠나보내고, 마지막에 폭발하듯이 무너지면서 오열하는 눈물의 롱테이크는 영화사에 남을 이별의 한 장면으로 우리 가슴속에 남아있다. (영화 내내 나오는 헨리 맨시니의 아름다운 피아노 곡도 잘 알려져 있다.)

사실 이 장면이 있기까지 사건의 전개와 결말은 지극히 진부한 흐름을 따른다. 아무리 사랑하지만 이미 가정을 각자 꾸리고 있는 두 남녀가 결국 가정으로 돌아가는 통속적인 연애소설의 흔하디 흔한 이야기인데, 정작 이 장면이 가지는 힘은 마지막 기차역에서의 롱테이크에 있다. 그 어떤 대사도 없이 서로를 아쉬운 듯 바라보는 (다시 만나지 못할 운명을 이미 서로 아는듯) 그 흔들리는 눈빛과 애써 그를 떠나보내기 위해 마지막 힘을 내어 그를 배웅하지만, 점점 멀어져가는 자신의 평생의 사랑을 두고 참았던 눈물을 결국 쏟아내고 마는 그 장면은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을 너무나 선명하고 애달프게 표현한다. 이처럼 걸작인 영화에 있어 명대사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연출"이다. 관객들에게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을 다 대사로 처리하는 것은 하급한 연출로 취급된다. 진정한 명감독일수록 대사 하나없이도 위의 "해바라기"처럼 그 이루 말할 수 없는 격정적인 감정의 흐름을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연출로서 전달하는 것이 고급한 연출로 간주되어왔다. 

그런데 2000년대를 넘어서서 최근까지 개봉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점점 그 화면의 호흡이 짧아지고 있는 현상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대사의 양도 점점 늘어나며 매우 감각적이고도 역동적으로 끊임없이 변하는 화면에 가끔 현기증을 느낄 정도이다. 예전 고전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정적인 고요함, 느린 화면, 잔잔한 구성은 점차적으로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것이 시대의 흐름인가...라는 반문을 할 정도로 요즘 매체들은 "바쁘기만" 하다.

2. 저자의 의도...


저자는 일본 영화업계에 종사하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와중에, 이 책의 기반이 된 칼럼을 기고하여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각종 매체에서 저자의 주된 논점인 "현재 세대의 콘텐츠 소비성향"을 다루며, 이 유명세를 바탕으로 본 작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의 제목조차 2030세대가 열광하는 명시적인 책 제목으로 의도적으로 지었으며, 현재 세대의 콘텐츠 소비 성향 실태를 분석하고 그 의미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책 또한 발간하자마자 즉시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인정을 받았고, 현재까지 다수의 관련 저서를 발간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소위 MZ세대로 대변되는 연령층의 충격적인 변화를 각종 설문조사나 인터뷰를 통하여 낯낯이 소개하고, 각계 전문가들의 분석과 저자 나름의 해석을 덧붙여 이들의 급격한 변화 양상을 보여주는 일종의 "실태백서"에 가까운 책이다.     

3. 인상적인 부분...

먼저 저자가 지적하듯이 가장 충격적인 것은 소위 "빨리감기"를 통하여 패스트푸드를 소비하듯 컨텐츠를 소비하는 젊은 세대의 양태가 아니다. 바쁜 현대인의 생활 습관에서 이는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각종 컨텐츠의 제작하는 환경에서부터 변화를 자발적으로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 정말로 큰 문제라는 것이다. 어느 감독이나 작가나 자신의 작품이 온전히 완성품으로 독자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저자가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이전까지의 세대와는 달리 작품이 조금이라도 이해가 되지 않거나 노력을 요구하면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외면을 하는 팬들을 설득하기 위해 작가 스스로가 일종의 "검열"과 같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다. 이는 제작사나 투자자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기도 하고, 산업으로서의 한계를 가지는 환경에서 의도치 않은 변화이다. (이는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 헐리우드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한 SNS로 대변되는 커뮤니케이션이 개인을 파편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체주의화에 기여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역기능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전에는 학교, 직장과 같이 사회생활을 위한 시간에서는 철저히 사회화를 따르고, 자신들의 공간인 각자의 집이나 개인영역에서는 자기만의 문화나 습관을 분리 유지하는 반면, 지금은 각종 메신져를 비롯, 온라인으로 거의 24시간 내내 누군가와는 커뮤니케이션의 여지를 열어두고 사는 세상이 되었다. 자신들이 구축한 관계망에서 소외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세대의 불안 심리는 공통의 관심사로 참여할 수 있는 보평성 내지는 자신의 개성을 돋보이고 타인과 차별화를 보여줄 수 있는 개별성을 동시에 강요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각각을 살펴보면 개성이 있는듯하나, 모두가 의도적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니 정작 차별화가 안되는 모순적인 상황말이다.) 게다가 온라인에서의 익명성을 담보한 여론의 반응은 이전 세대보다 즉각적이며 직접적인 참여가 가능하므로, 반대로 컨텐츠 제작의 입장에서는 무언의 압박을 전례없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이는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온라인화의 전면적 확대가 개인의 삶에 어떤 부정적인 면을 가져오는 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점에서 매우 공감하는 부분이다. (아울러 "빅브라더"의 출현도 떠올리게 한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소개하는 한 시나리오 작가의 인터뷰에서 지적하듯이 제도권 교육의 실패가 가장 뼈아픈 지점 중 하나이다. 비교적 고전 작품이나 예술들을 자신들의 의도와 관계없이 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는 제도권 교육의 커리큘럼에서이다. 긴 호흡의 문학작품, 모호한 의미의 그림, 신나는 댄스음악이 아닌 소박하고 고즈넉한 음악 등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제도권 교육이 충실하게 그 기능을 다하였다면, 이 정도로 이해력의 부재와 불통을 호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 교육들이 변화하는 세대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지점이 매우 미흡하고, 특히나 입시 위주의 한중일 같은 나라들은 아예 학생들이 공교육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할 지경이다. 이러한 다양한 이유로 MZ세대들의 현재 모습은 완성이 되었고, 이를 그들만의 잘못으로 비난하기에는 분명 기성 사회의 책임도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4. 아쉬운 부분...

이 책을 읽으며 저자에게 아쉬운 부분이 있기보다는 현재의 세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기에 이르렀다. 더이상 사람들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학습을 하든, 소비를 하든, 모두가 속도에 취해 질주를 하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에 현기증마져 난다. 그와 반대 급부로 "느림의 미학"에 대해 의도적이더라도 집중이 이뤄지지만, 그것도 그때뿐이다. 절대로 잠깐 멈추어 서서 현재 자신의 어떤 것들을 돌아보지 않는다. 그러면서 자신을 돌아보거나, 사회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을 멈추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비난을 한다. 이러한 세태의 끝은 현재 각국에서 나타나는 "전체주의"로의 회귀이다. 지난 십수년간 세계 주요 국가에서는 소위 "빅마우스"로 대변되는 극우에 가까운 편협한 지도자들이 등장하고, 전례없이 전쟁의 위기감마져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경이다.) 앞으로 흘러갈 방향이 흡사 2차 세계대전으로 치닫는 양상마져 겹쳐져 보이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매번 발생하는 경제위기와 그로 인한 양극화가 사람들에게서 "기다리는" 여유를 빼앗아가고만 있다고 느껴져 매우 아쉽다. 이대로 대안을 찾지 않으면 근래내에 우리는 다시 한번 "전면전"을 실감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마져 든다.

5. 나오며...

사실 책에서도 지적하지만 컨텐츠 소비의 변화는 개인적으로는 아날로그 LP에서 디지털 CD로의 전환 시점에서 시작되었다고 느낀다. 이전의 LP를 감상할 때는 느긋히 독립된 공간에서 정성스레 바늘을 올려놓고, 한면이 다 끝날 때까지 들어야 했다. 앨범의 구성 조차 A면/B면의 곡배치도 하나의 흐름을 가지고 배치되며, 순차적으로 감상하면 그 흐름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CD로 넘어오며 A면/B면의 구성은 사라지고 가장 큰 특징으로 "skip" 기능이 눈에 띄게 된다. 다시말해 원하는 곡을 "선택적"으로 찾아가서 듣고 전체 CD의 구성에 대해 관심이 느슨해지는 것을 개인적으로 발견하게 되었다. 심지어 원하는 노래만 "반복' 청취할 수도 있었다. 이는 편리한 기능이기는 하지만 앞서 말한 아날로그 적인 "행위 자체의 기쁨"을 어느덧 상실하게 되는 부작용을 낳은 것이 아닐까. 더욱이 mp3로 대표되는 음원시장과 현재의 스트리밍 시장에서는 아예 물리적 실체조차 사라지고, "소유"의 개념조차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개별 곡들의 가치는 땅에 떨어지고, 뮤지션들 또한 개별 곡을 선택하는 대중들의 선호도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급기야 현재 곡들의 기이한 곡구조 (기승전결의 고전적 구성이 아닌 충격요법에 기인한 도입부의 기형적 구조)를 양산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시대의 조류로 받아들여야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 고유의 가치가 사라져가는 것을 부인하기에는 어렵다. (일반적인 음반의 판매고만 봐도 알 수 있다.) 모두가 영혼없는 질주의 세대로 흘러가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는 나와 같은 고전주의자들은 점점 개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후세대에게 다시 그 고유의 가치를 즐기는 법을 전수해야 하는 "숙제" 또한 주어졌다. 저자가 주장하듯 이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기 보다는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기쁨을 찾을 수 있도록 좀더 방향을 제시해야 마땅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저자의 날카로운 지적은 매우 공감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책장을 덮는다.

#영화를빨리감기로보는사람들 #이나마도요시 #현대지성 #경제경영 #트렌드 #콘텐츠

#2023트렌드 #마케팅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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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늬 있는 경성미술여행
정옥 지음 / 메종인디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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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39 : 터무늬 있는 경성미술여행, 정옥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https://photos.app.goo.gl/JiMNNfSMo7VZxt2y7

(최순우 옛집 공연의 한 장면)


때는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모종의 이유로 머나먼 수원에서 서울 성북동으로 살던 집을 옮기며 이사를 오게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사를 마치고, 모처럼의 주말을 맞아 늦잠을 자고 있을 무렵, 어디에선가 울려퍼지는 음악 소리에 문득 잠에서 깨었다. 이윽고 귀를 기울이니 어디에선가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들리고, 클래식 공연을 하는 모양새가 계속 들려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옥상에 올라갔다. 이 때쯤 바로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바로 옆에 있는 자그마한 한옥에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있고, 클래식 연주자들이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위에 첨부한 링크의 동영상을 참조.) 나중에 알고보니 그 한옥의 이름은 "최순우 옛집"이라는 고풍스러운 이름이고, "내셔널 트러스트 1호"라는 타이틀로 당당히 남아있는 유적지였던 것이었다. 

이 최순우 옛집의 내력에 대해 조금만 첨부하자면, 우리에게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로 잘 알려진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자, 미술사학자인 혜곡(兮谷) 최순우(1916~1984년) 선생이 1976년부터 1984년까지 거처하였던 한옥이다. 이후 우여곡절을 거쳐 타인의 소유로 넘어갔으나, 최순우 선생을 기리는 분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일종의 "사적 유적지"로서 조성한 첫번째 케이스이다. 실제 이 곳에 와보면 근대문화와 관된 모습 그대로 보존이 잘되어 있고, 지금도 많은 이의 발길이 닿는 곳이다. 또한 지자체에서 문화사업으로 전시나 공연을 상시 주최하여 왔던 것을 그제서야 몸소 체험한 것이다. 이후 출퇴근할 때나 집에서 생활을 할 때, 늘 이 한옥을 보고 살았고, 지금도 풍성한 문화적 추억으로 내 기억의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소중한 장소이다. (개인적으로 촬영한 공연의 일부 영상을 위에 링크로 확인 가능하다.)

이처럼 아직도 서울에는 근대 문화가 서려있는 곳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조선이전의 고대나 중세에 비해 그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많이 소실되었으며, 최근에야 개화기부터 일제강점기의 유산들이 재조명받으며 이를 지키고자 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2. 저자의 의도...


저자는 책에서도 밝히듯이 자연과학을 전공한 분으로, 한참후에야 미술 세계에 빠져 한때 갤러리를 운영하시다, 현재까지 도슨트를 비롯 미술에 관한 대중들과의 소통을 업으로 하는 다소 특이한 경력의 작가이다. (물론 이는 평범한 선입견일수도 있다.) 최근 NFT로 촉발된 미술계의 대중 부흥 운동과 궤를 같이하여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관심사를 다루는 서적들 중에서도, 한국의 근대미술에 대해 촛점을 맞추고 있다. 이미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진 이중섭, 김환기, 천경자 같은 화가들을 포함해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화가들에 대해서도 이 책에서는 다루고 있다. 특히 이런 작가들을 다룸에 있어 기존 작가들과 다르게, 현재 서울에 남아있는 근대미술의 발자취와 연결을 시도하고 있다. 간송미술관 같은 유서있는 장소부터 구 구세군회관과 같은 시대의 흔적만이 희미하게 남아있는 장소를 의도적으로 포함시켜 그 당시의 분위기와 그림에 얽힌 사연들을 다루고 있는 특색있는 책이다.

3. 인상적인 부분...



먼저 이 책은 외피적으로는 "여행 에세이"에 가까운 면이 보인다. 마치 동네 산책이나 시내 산책을 나가듯이 가벼운 여정으로 독자들을 대동하여 차근차근 설명하는 모양새이다. 아마 이는 도슨트로 오래도록 활동하는 저자의 습성에 기인할 것일수도 있다. 내가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그 특유의 친절함에 있다. 마치 곁에 좋은 동행자를 두고, 게다가 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분과 함께 하는 동반 산책의 느낌이 역력하다. 따라서 이 책을 그냥 들고, 서울 지도를 확인해가면서 그대로 하나의 테마 여행으로 해도 될 정도이다. (실제로도 책의 마지막 부분에 앞서 소개한 장소들을 하나의 지도에 모아 잘 알아보기 쉽도록 배치하였다.)

또한 그동안 상대적으로 대중들에게 덜 알려진 근대 화가들의 자세한 이력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이중섭, 김환기, 천경자 같은 작가들은 그동안 많은 전시회와 여러 매체에서 꾸준히 다뤄왔던 만큼,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서 다소 식상할 수도 있는 위험 요소가 있다. 그런데 본작에서는 박노수, 이상범, 나혜석과 같은 화가들을 소개하며 다양한 작가들을 알리는데 기여하고 있다. 물론 최근의 미술 대중 부흥운동으로 인해 많은 작가들이 재조명을 받고 있지만, 사실 나는 이 광풍이 "작품"으로서가 아닌 "투자대상"으로 비춰지는 양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물론 이런 움직임이 있어야 작품으로서의 위상도 덩달아 올라가는 미술계의 관행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제대로 된 비평이나 대중들에게 선보임없이 단지 가치의 척도로만 기능하게 되는 비운을 맞지 않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조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일단 양적으로 활성화된 각종 전시회를 통해, 전례없이 대중들과의 만남을 자주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들이 늘어나 일면 반갑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각 화가나 그림에 대해 얽힌 에피소드들을 자세히 소개하여 눈길을 끈다. 사실 예술작품의 평판에 있어, 호사가들의 입소문은 필수 요소이다. 하다못해 마네의 "올랭피아"도 처음에 그 혁신적인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한 대중들의 폭발적인 분노와 관심이, 거꾸로 후에 인상주의의 태동을 만방에 떨쳐 많은 작가들이 영감을 얻은 일화도 있지 않은가. 세상 만물에는 발생사가 존재하듯, 그림에도 그에 걸맞는 자기만의 역사가 존재할 때, 소위 "전설"은 완성되는 법이다. 그리고 대중들은 그 전설에 열광하고 나중에 하나의 "표상"으로 각인화하는 과정을 겪게 마련이니, 저자 또한 이러한 에피소드에 관심을 두고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4. 아쉬운 부분...

본 저서는 여러모로 기존 미술계 역사에 관한 새로운 접근법이 돋보이는 저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단점이 보인다. 먼저 미술이라는 주제를 명분으로 걸고 있는 저서치고는 관련 그림의 화보가 전면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독자들은 미술을 주제로 다루는 책에서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작품"의 화보이다. 아무리 에피소드에 대한 설명이 있다해도 그 실체적인 본질의 중심에는 늘 "그림"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은 이 책에서 소개하는 많은 작품들의 화보를 기대하기 마련인데, 아쉽게도 이 책에서는 책의 맨 끝에 순차적으로 작게 등장한다. 물론 어떤 기억과 장소에 대한 관련성이 이 책의 주된 촛점이라고 설득하더라도, 그림에 관한 독자들의 갈증을 풀기에는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마도 추측컨데, 저작권 문제와 비용문제가 주된 요인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만일 통상적으로 기대하는 정도의 화보를 저서 곳곳에 배치한다면, 아마도 이 책의 내용의 전개상 상당한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책의 접근성 또한 덩달아 높아질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이와 같은 구성을 취하지 않았나 사료된다.)

5. 나오며...

우리가 일제강점기의 일상사를 생각할 때, 간과하는 지점을 하나 지적하고 싶다. 그것은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보다 상당히 교육 문화적으로 뒤쳐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의지보다는 점령국 일본의 기조 정책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 첫째로, 일본은 경성을 수도 지위를 박탈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한반도 지배의 핵심 지역임을 인정했다. 이는 정치적, 경제적 중심지로 여전히 경성을 유지하였으며, 문화적으로도 본토(일본)에 못지 않은 수준을 가졌음을 여러 사료로부터 알 수 있다. 게다가 상당수의 일본인들이 "남촌"으로 대표되는 사대문 남쪽 지역에 자리잡음으로써,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문화적 유행을 유지하고 있었다. 둘째로, 2차대전 당시의 동맹인 독일과의 교류가 오늘날 네트워크를 통한 교류에 못지 않은 동시성을 보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더욱이 예나 지금이나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유럽에서 가장 진보적인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히며, 유행의 최일선에 위치한 최첨단의 도시이다. 따라서 동맹인 일본의 동경에서도 매우 동시대적으로 유행을 받아들이기 시작하였으며, 이는 곧 경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존재하였다. 따라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경성은 문화나 유행에 유럽 못지 않은 조류를 따라가는 도시였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이 우리 민족의 자율적 의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비극일 것이다.) 따라서 그 흔적들은 곳곳에 남아있고, 일제 청산이라는 기치하에 상당수 묻혀버린 역사가 되어버렸다. 다행히도 최근에 이를 다시 재조명하는 목소리가 점점 고조되고, 그에 따라 대중들도 상당히 그 시절의 유산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이와 같은 시도에 더해져 이 저서도 기존의 시각을 넓히고, 우리의 문화를 보존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한다고 믿는다. 저자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글을 마친다.

#터무늬있는경성미술여행 #경성미술여행 #정옥 #메종인디아 #한국미술 #근대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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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망할 수밖에 없었다 2 조선은 망할 수밖에 없었다 2
이행기 지음 / 메이킹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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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37 : 조선은 망할 수 밖에 없었다 2, 이행기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몇년 전 시중의 베스트셀러 중에 화제인 책인 "지리의 힘(2016)"이라는 저서가 생각난다. 그 책에서 우리는 한 국가의 지리적, 환경적 요인이 역사적, 경제적, 정치적 운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공감을 가지게 한 역작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전세계 다양한 국가들의 면모와 역사적 배경을 소개하는 가운데, 특별히 우리 "한국"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 우리 독자들에겐 당연히 주목을 받았다.

 한국은 지리적 특성 때문에 강대국들의 경유지가 되었다.

정말 진부하기 짝이 없는 문장이지만, 이처럼 절박하게 우리의 운명을 함축한 문장도 잘 없을 것이다. 중국, 러시아를 위시한 대륙 세력과 미국, 일본, 영국을 위시한 해양 세력의 갈등과 충돌이 필연적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었고, 근대사의 그 처참한 역사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후유증은 현재 진행형이다. 아직도 한반도는 두 개의 체제로 분리되어 있으며, 더욱이 두 체제간의 갈등이 정전 협정하에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언제든 국제 정세가 변함에 따라 한반도의 정세는 요동치고 있다. 급기야 북한의 핵무장 선언으로 이어진 갈등이 해법이 보이지 않고,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닺고 있는 양상마져 띄고 있어 전쟁의 위협에 대한 불안감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와 비슷한 반도 국가는 태생적으로 숙명을 안고 산다. 자신의 힘이 강성해지면 주변 국가들에게 그 투사력을 미치기 위해 강력한 국가로 발돋움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경우는 자신의 국가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이웃 국가들에게 종속적이 되는 숙명 말이다. 과거 폐망의 역사를 걸었던 "조선"왕국은 그 후자의 극단적 지점을 잘 보여준다.  

2. 저자의 의도...


저자는 정식 역사학도는 아니지만 한국 역사, 특히 조선 말기와 일제강점기로 이어지는 연대의 역사적 비평에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본 연작을 편찬하였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이 시기는 사실 우리 민족의 가장 암흑기에 해당하고, 처참한 삶의 기록들이 가득한 부끄러움이 가득한 역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큰 문제의식을 가지고 본 작을 집필하고자 하였으며, 그 의도가 왜곡되지 않도록 다양한 역사적 사료들의 고증에 촛점을 맞춘 방대한 주석에 각별히 신경쓴 작품이다. 저자가 가지는 문제의식은 "조선의 망국사에 대해 통렬히 비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이지만 국가도 언제든 과오를 저지를 수도 있다. 다만 그 과오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 비판과 반추를 통해 향후의 그것을 방지하고자 함에 그 의의를 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신념으로 본 작을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이와 같은 의도는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에서 본 작의 시도는 시의적절하다고 동의를 한다. 
3. 인상적인 부분...


먼저 본 작의 서술에 있어 "편년체"에 가까운 구성을 취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연도별로 시간의 순서에 따라 주목하는 사건들을 나열하며 그 긴박한 국제 정세와 대비하여 무능한 조선왕조의 실정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2권에 해당하는 본 작의 서술년도는 1850~1905년으로 가장 그 대비가 극적으로 나타나는 시기이다. 잘 알다시피 시대에 뒤떨어진 조선의 건국 이념이라는 정치적 명분에 가로막혀 급변하는 세계 정세와 점점 멀어지고, 소위 "신문물"로 대표되는 제도적, 학문적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해 자신의 통치 기반마져 무너지는 것이 이 당시의 가장 큰 실정이다. 이 실정의 디테일한 부분을 서술하는데 있어,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세부 사건들을 나열함으로써 그 고증에 촛점을 맞춘 부분이 돋보인다.

또한 대외 세력의 간섭이라는 멸망의 또 한 축을 기술하는데 있어, 일본을 비롯한 열강들의 내적 상황 또한 자세히 서술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대외 정책으로 어떻게 조선을 이용하였는지를 상세히 기록한다. (이 부분 또한 분노의 지점 중 하나일 것이다.) 지금까지도 양국의 감정이 안좋은 부분들은 이 지점에서 기인한 것들이 많다. 우리 민족의 입장에서 대외적으로 뻗어나간 적보다는 한반도 내에서 머물러 있던 역사가 훨씬 길며, 설령 영향력을 외부로 투사할 경우에도 점령과 정치적 목적보다는 "방어"의 측면을 위주로 해온 역사가 대부분이라, 대외적으로 주변 국가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일본과 중국에 대한 감정이 좋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국가간 행위에 있어 그 이유는 반드시 존재하며, 그들의 그것을 분석하여 향후 또다시 드리워질지도 모르는 위협을 우리가 인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명확히 자신의 서술 지점, 즉 "사관"을 선명하게 드러냄으로써 자신의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랑케의 "실증주의 역사관"으로 대비되는 중립적 사관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어떠한 사료를 발췌하고, 어떤 맥락을 부여하여 기술하는 가는 철저히 그것을 편찬하는 "사람"의 생각을 담을 수 밖에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시 말해, 온전히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반영한 역사적 서술은 애초에 "환상"에 가까운 불가능이라는 말이다. 다만, 그 서술을 대중들이나 여타 관련 학자들에게 평가를 받을 때, 그 의도가 시의적절하지 않거나 다수의 의견에 위배된다면 그것 자체로 평가를 받고 나머지는 받아들이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야 한다는 주의이다. (대신 광범위한 논의는 반드시 사족으로 달려야 한다.) 이 책의 저자와 동조할수도, 또는 반대의 입장에서 의견을 얼마든지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십수년전 뉴라이트 역사학자들의 어처구니 없는 시도처럼 자신들의 본의를 교묘히 숨겨서는 안된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그것은 일종의 "사기"에 가깝다.)

4. 아쉬운 부분...

이 책은 "호불호"가 분명히 갈릴 책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나와 같이 저자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독자들이라면, 저자가 소개하는 조선 왕조의 실정에 대한 대목들에게 정말 뼈아프게 다가오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지경이다. 그리고 곧 그에 대비하여 치밀어 오르는 분노의 감정마져 느낄 수 밖에 없도록 매섭게 파헤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이 저자의 의도가 가지는 오류의 위험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만일 저자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 독자라면, 저자의 서술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기술되었다는 인상을 받을 것이며, 이는 곧 그 주장의 신빙성에 대한 공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다. (실제로도 본작에 대한 주변 평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극도의 불호에 가까운 평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책에서 그 진의가 아무리 훌륭하다 하더라도 그 의의를 반감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명성"을 앞세운 저자의 용기있는 시도는 개인적으로 높이 평가하고 싶다. (반드시 역사책이 전공자들만의 독점 소유물이 되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동의하지 않는다.)

5. 나오며...

모든 국가의 정치 세력들은 자국의 영광을 부르짖으며 위대함을 강조하기 마련이다. 거기에는 다분히 자신들의 정치적 의도를 내포하게 할 수 있으며, 국가주의 차원에서의 통치 기술의 편의성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다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지식인들(언론 포함)의 사명이다. 견제받지 않는 힘은 반드시 부패하기 마련이라고, 국가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중들을 기만하는 선전을 역사학적으로 시도한다면, 그에 대한 비판과 다른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 그들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에게 "지식인"으로서의 존경과 신뢰를 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작금의 한국 사회는 결코 그렇지 못한 행보를 보인것이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의 시도들, 과거 이병도 씨를 위시한 "친일사관"에 가까운 실증주의자들, 그리고 아직도 반공주의라는 이념의 논쟁에 사로잡혀 한쪽 진실만을 이야기하고 싶은 세력들마져 언론에서, 미디어 매체에서, 더욱이 극우 유투버에서도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물론 현재 대한민국은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이다. 그리고 누구나 자기 생각을 논의할 자유가 있다. 하지만 아직도 구 시대적인 전체주의 논리에 가까운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그런 현실에서 저자의 이번 이야기는 그 지식인들의 의무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좋은 시도였다고 평가한다. 후일에도 더 나은 작품으로 연작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조선은망할수밖에없었다 #이행기 #메이킹북스 #조선 #역사 #일제강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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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무크 : 평판 위기 넘는 법 -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한경무크
법무법인 원 위기관리 컨설팅팀.송동현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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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35 : 評判, 위기 넘는 법, 강윤희 등 공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이미지는 깊은 사실성의 반영이다.
 이미지는 깊은 사실성을 감추고 변질시킨다.
 이미지는 깊은 사실성의 부재를 감춘다.
 이미지는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어떠한 사실성과도 무관하다.

: 이미지는 자기 자신의 순수한 시뮬라크르이다.

<Jean Baudrillard>

현대 사회는 "이미지 소비"의 사회이다. 이 진부한 명제는 의외의 지점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데, 다름아닌 "법정"이다. 모 일간지에 따르면, 명예훼손 고소·고발 건수가 2010년 약 15,000건에서 2020년 기준 약 35,000건으로 10년 사이 두 배 이상으로 폭증하는 현상이 그것이다. 과거와 달리 인터넷과 유투브가 획지적으로 발전한 부작용으로 볼 수도 있고, 과거에 비해 달라진 법률 인식에 의한 변화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근본에는 실제 세계의 자신의 모습과 관계없이 온라인 상에서 비춰지는 자신의 "이미지(평판)"에 더욱 민감하게 생각한다는 흐름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만큼 이미지가 전례없이 중요하게 여겨지며, 이를 훼손하는 행위는 실제 세계에서의 위법행위로 동일하게 간주하고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따라서 사회 전 영역에서의 "이미지 관리" 내지는 "재고"는 하나의 사업영역으로까지 발전했다. 각 기업들의 "위기관리 대응"에 관한 비즈니스를 전문으로 표방하는 사업자들도 등장하고, 기존 법조계에서도 개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이 부분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분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일찍이 보드리야르가 "시뮬라시옹"으로 예건한 현대 사회의 특징이며, SNS가 더 확산되는 근래에는 더욱 더 확산되는 양상을 목격할 수 있다. 따라서 개안이건, 기업이던 간에 평판관리는 의식하게 되는 항목으로 실생활에 자리잡았다.  

2. 저자의 의도...


본 저서는 일선 현장에서 실제로 평판 관리 업무를 고민하고, 시행하고 있는 다양한 저자들이 모여 저술한 일종의 백서에 가깝다. 기업들이 고민하는 이미지 재고를 포함한 위기 관리에 필요한 각종 요소들을 알려주고, 다양한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법률적 검토에 관한 지식도 섹션을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끝으로, 이러한 평판 관리의 실제 방법으로 법률적 대응에 들어갈 때의 자세한 절차와 고려요소들을 순서대로 나열하여 실용적인 면을 극도로 강조한 책이다.

3. 인상적인 부분...

먼저 책을 읽어나가면서 눈에 띄는 건, 앞 장에 배치된 유명 기업들의 "이미지 재고" 성공 사례들이다. 최근들어 강조되는 "ESG 경영"의 조류는 각 기업들로 하여금 자신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했다. 지배구조부터 시작하여, 기업의 목표에 대한 정의, 고객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경영 문화까지, 전례없이 기업들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새로운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으면, 미래의 잠재적 고객들인 대중들에게서 외면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발로된 결과일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선도 기업들의 성공적사례를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자세히 그 배경을 설명하여 기업들로 하여금 고민의 지점을 짚어주는 대목이 보인다. 그간 "이윤추구의 효율성"만을 극단적으로 추구한 경영문화에 조금이나마 반성의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각 기업들의 오너나 CEO들은 반드시 참조하길 바라는 것이 개인적 희망이다.

또한 일반적인 대중들이 간과하거나 오해하기 쉬운 법률적 상식들을 최대한 바로 잡아주거나 새로운 사실들을 알려주는데 촛점을 최대한 맞춘 것이 흥미롭다. 더욱이 구구절절한 설명보다는 가장 간결하게 핵심 질문들로 나누어 문답형식을 취함으로써 마치 옆에서 상담을 해주는 것과 같이 친절한 배려를 한 점이 돋보인다. 게다가 질문들을 살펴보면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항목들 (예를 들어 위 사진에서도 보듯이 "남편의 외도를 직장에 알려도 될까요?" 와 같은)을 적시하여 몰입의 정도를 높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이나 개인 등 다양한 잠재 고객들을 바탕으로 그 필요성과 구체적인 행동 강령을 제시하기 위해, 매우 쉽고 다양한 도표나 그림을 활용하여 가독성을 높인 부분이 꽤 괜찮았다. 장황한 법률 용어나 문장을 최대한 배재하고, 독자들의 시각에서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쉽게 만들어, 실제 이와 같은 문제로 한번쯤 고민하는 독자들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배려한 측면이 엿보인다. 의외로 일반 독자들도 한두번쯤은 온라인 상에서의 불쾌한 경험이라던가, 사회 관계망 속에서 위의 사례들과 유사한 불합리한 처사로 고민해본 경험이 있을거라 사료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대응이나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각자에게 정신적인 피해를 끼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방해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의 실질적인 대처법을 알기 쉽도록 본 저서와 같이 전달하는 것은 꽤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하겠다.

4. 아쉬운 부분...

아쉽게도 이 책은 "백서"에 가까운 집필의도로 인해, 태생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다시말해, 실제 사례를 강조하고 구체적인 행동강령을 최우선의 목표로 하므로, "이미지" 자체에 대한 논의나 함의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미 기존의 철학서들이나 인문학적 저서에서 이와 같은 현상들을 수없이 다뤄온 측면이 있고, 저자들이 목표하는 것은 그 방법이지, 본질은 아니었으므로 큰 한계는 아니다. 다만, 이러한 측면에 만족을 하지 못하는 독자들은 다른 서적을 참조하면 그 갈증을 해결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5. 나오며...

다시 보들리야르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근래의 "사이버공간"부터 시작하여 "메타버스"라 통칭되기까지의 용어들의 전개들은 다만 그 거죽의 변화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결국 본질은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대중들은 세상을 인식하고 살아가는가에 대한 보들리야르의 날카로운 분석의 사족에 지나지 않는다. 더이상 사람들은 실제의 원본에 열광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미지"를 훨씬 더 선호하며, 반대로 그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실제의 세계가 대응하여 바뀌는 역전현상이 너무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미지를 소비하고 사는 시대이므로, 그 이미지에 대한 관리 또한 중요해진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우리 모두 그 흐름에서 비껴나서 살 수는 없다. 현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런 조류를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의 세상에서 이런 문제로 고민한다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평판위기넘는법 #한국경제신문 #한경무크 #법무법인원 #밍글스푼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a_seong_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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