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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가 온다
박철홍 지음 / 영림카디널 / 2022년 11월
평점 :
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41 : 물류가 온다, 박철홍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뉴스앵커 : 국내 1위이자, 세계 6위였던 한진해운이 끝내 파산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이 뉴스는 2017년 전세계를 뒤흔들었던 한진해운의 파산 결정 뉴스이었다. 세계 10위권 안에 당당히 들어가던 한국의 물동량을 상당 부분 담당하던 굴지의 기업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파산선고를 한 것이다. 이후 전 세계에서 물류 대란과 법적 소송이 줄이었고, 한동안 그 여파는 계속되며 모두에게 충격을 안겼던 사건이다. 이 사건의 내막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00년대 이후 세계 부동의 1위 해운업체인 머스크 MAERSK가 공격적으로 경영 방침을 바꾸면서 촉발이 되었다. 2008년도 금융위기 이후 침체에 빠진 물류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던 머스크사가 다른 경쟁사와 "동맹"을 맺으며 이전과는 비교도 안되는 물량으로 덤핑 공세에 나선 것이다. 이유는 비록 손실을 감수할지라도, 후발 주자들과 경쟁사들이 해당 업종에서 파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 "치킨게임"의 시작을 알리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온갖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을 무렵, 한진해운에서는 오너가 사망하고 그 상속인인 최은영 회장이 자리를 이어받게 된 것이 화근이었다고 관계자들은 여전히 밝히고 있다. 신임 회장이 누적되는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서두른 나머지, 적정 용선료(배를 빌리는 비용)의 향후 변화를 예측하는데 실패하고 장기계약을 한 결과, 한 해에만 수조원의 손실을 계속 감내해야 하는 나락으로 떨어져 이후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함에도 불구하고 파산에 이른 안타까운 사건이다.
문제는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그때까지 지속되던 무역의 흐름이 일시적으로 멈추고, 전 세계가 초비상에 들어간 일이었다. 화주와 선주, 그리고 선박을 둘러싼 모든 업계에서 일제히 대란이 벌어져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국제적인 법적 분쟁마져 이루어지면서 "물류"라는 것이 얼마나 전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지를 실감하는 사건이었다. (이후로도 코로나 펜데믹에서도 유사한 사태가 관찰된다.)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의 경제활동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비의 핵심에는 내가 물건을 고를 수 있도록 "그곳"에 있어야 하거나, 내가 고른 물건이 나에게 "전달"이 되어야 모든 것이 가능한 구조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그 "흐름"이 막히는 순간 일상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제서야 그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2. 저자의 의도...


저자는 현재 종합물류업체 용성의 대표이사이자, 관련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분이다. 따라서 일선에서 물류혁신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고 있고, 일선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출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 물류 시장의 지각변동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신규 후발주자로 입지를 키워가는 중이라고 밝히고도 있다. 여기서 잠깐 소개하자면, 한국은 인구수에 비해 이커머스로 대표되는 온라인 마켓 시장이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나라이다. (국민 1인당 사용횟수로 환산하면 연평군 54회 이상인 수치이다!) 90년대의 인터넷 보급 이후 폭발적으로 이커머스 시장은 성장해왔고, 스마트폰 보급 이후 다시 한번 도약하여 전 세계적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유통망을 자랑한다. 이 핵심에는 "물류"가 자리잡고 있지만, 서두에서 밝혔듯이 업계의 특성상 "인프라 산업" 내지는 "B2B 산업"의 속성이 강하여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진해운 사태와 같이 큰 규모의 시장 충격이 있어야 비로소 얼마나 우리 삶에 깊게 연관되어 왔는가를 실감할 뿐이다. 따라서 저자는 관련 업계의 최신 동향과 간략한 역사, 그리고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소개하며 대중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을 이 책의 목표로 하고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먼저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간략하지만 물류의 역사에 대해 소개한 대목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물류의 역사를 따로 생각해보는건 무의미한 일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경제활동을 시작한 이상, 물류는 필수적으로 동반될 수 밖에 없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도로망의 출현은 이를 반증하는 좋은 예시일 것이다.) 다만,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물류의 시작과 그 발전 단계에서의 중요 핵심을 언급하는 부분은 독자들에게 좋은 지점이라 생각한다. 더욱이 물류의 "효율화" 측면에서 필연적으로 "전쟁"의 역활을 지적하고, 이를 반추하는 것은 일반적인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것이다. 이 부분만을 따로 저서로 내도 될만큼 말이다.
또한, 현재 한국 시장을 둘러싼 각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은 경제에 관심있는 독자들은 참고할만한 지점이다. 현재 시장의 두 양대 세력인 쿠팡과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의 격돌은 흥미롭다. 쿠팡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아마존의 전략으로, 네이버는 "판매자"의 입장에서 쇼피파이의 전략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고, 두 업체의 진화 양상 또한 매우 다르다. 최종 승자의 여부와 상관없이 각 주체들의 이상과 그에 따른 시장의 반응은 흥미를 불러오는 지점이 존재한다. 더욱이 두 업체의 틈새를 비집고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전개되는 타 업체들의 노력도 눈여겨 볼만하다. 그리고, 아예 역직구 시장이나 글로벌 직구 시장의 진화도 매우 발빠르게 전개되고 있어 독자들도 소비 패턴의 변화에 참고할만하다.
마지막으로 AI를 비롯한 자동화 로봇의 물류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한 부분은 꼭 읽어봐야하는 주제이다. 어떤 현대적 상업의 분야이든 최근 화두는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유통을 실시간으로 하며, 재고를 최소화하는가"이다. 이미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각종 풀필먼트 산업은 현장에 자리잡은지 오래이고, 이를 "무인화"하는 양상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비용의 최소화를 떠나,, 점점 노동시장에서 외면받는 물류 업종의 특성상 전면적인 무인화는 최종 목표이며 이미 이를 상당부분 실현하고 있다. AI와 빅데이터를 이용한 재고의 최소화, 드론과 로봇을 이용한 효율적인 물류작업,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실시간 배송이 선을 보이고 있으며, 상당한 결과를 축적하고 있다. 머지 않은 시점에서 이 산업 현장은 몇몇 관리자나 개발인력을 제외하면 인간의 노동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급격한 변화를 각 국가별로 상세히 고대하고 현 주소를 진단하고 있다.
4. 아쉬운 부분...
이 책은 저자의 목표인 현 실태를 적시하는데는 충족한 저서라고 보인다. 그러나 물류의 역사에 대한 자세한 소개나, 각 국가별 향후 발전 양상을 비롯, 개발 현황을 자세히 소개하기에는 지면상 무리가 있다. 따라서 어디까지나 입문서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고픈 저자의 주제의식을 봤을 때, 합당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책의 문제점이 아니라, 향후 물류 산업에서의 "무인화" 추세이다. 비약적인 발전과 온갖 기술로 점철된 시장의 변화는 마치 혁신적이고도 선진적인 무언가를 연상케 하지만, 그 내면은 그렇지 않다. 결국 노동시장에서 인간의 "퇴출"을 의미하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다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으니 편리하겠지만, 그만큼 사회적으로는 댓가를 치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함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고용 부분에서의 변화는 필수적이며, 이런 거대 시장을 감내할 수 있는 대규모 자본만이 생존 가능할 것이므로 필연적으로 독점의 위험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미국의 이커머스 시장은 "아마존"으로 천하 통일된 것을 목격하고 있지 않은가!) 가격 결정권이 거대 자본으로 넘어가고, 경제적 양극화를 가져오기 쉬운 구조로 되어감을 꾸준히 지적하는 학자들도 존재함을 분명 알아야 한다.
5. 나오며...

끝으로 이러한 물류 전쟁의 끝에는 결국 국가 전략이 개입하게 된다. 일례로 우리는 최근 십년간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대해 수많은 뉴스와 담론을 들어왔다. 그에 따른 각종 사건과 부작용을 접하기도 하고, 정치권이나 경제계에서의 반응 또한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을 해왔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볼 때 이 현상의 가장 핵심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의 하위 분야라는 것이다. 군사적인 충돌도 이미 예건되어 있지만 (남중국해 분쟁 등)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인 압박이다. "적을 칠려면, 적의 지갑부터 노려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제적인 타격을 입히면, 타 문제에서 훨씬 수월한 경쟁이 가능하니 말이다. 더욱이 핵보유국인 두 나라의 특성상 전면전은 피할 것이므로, 결국 분쟁의 양상은 경제 분야에서 나타날 것이다. 그 핵심에는 원자재와 물류, 그리고 관세가 자리잡고 있다. 다시말해, 원료, 이동, 판매를 통제하면 피제재국가는 손을 써볼 겨를이 없다. 따라서 미국은 현재 전방위적으로 이 세가지를 추진하고 있으므로, 중국은 사활을 걸고 방어를 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고로 중국 물류의 핵심은 일대일로에 있음을 현재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물류는 한 국가의 사활을 건 생존 투쟁에 돌입할 만큼 중요한 목표이다. 이런 물류에 대해 독자들에게 친절한 소개를 한 이 책에 감사를 드리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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