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기는 어려운 소설이다. 편혜영 소설을 읽었을 때 평이하면서 다소 기이한 느낌, 평온하게 읽다가 문득 주뼛 뒷머리가 서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소설은 그와 비슷하면서도 거기서 한 걸음 더 노골적으로 나아간다. 젊을 때에는 이런 감정도 즐거울 수가 있었으나, 나이 드니 점점 이런 비정상성을 감당하기가 힘이 든다. 읽어도 젊을 때 느껴도 젊을 때.
일본은 마치 나라 국민 전체가 뭔가 강박증에 시달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영화나 드라마 모두 뭐라도 교훈을 주고 싶어 가르치고 싶어 안달을 한다. 거리는 세트장처럼 깨끗하다. 일본 소설도 그런 측면에서 별로 반갑지 않은데 특히 이 작가의 소설이 그렇다. 알라딘 홈피에 하도 선전을 해대어 오랜만에 골라봤더니 역시나다. 중간에 아내의 뺨을 남편이 때리는 장면이 나온다. 그걸 본인들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게 내게는 충격이었다. 아무리 극단적인 상황이라도 남성이 여성에게 폭력을 사용하는 게 쉽게 용인되는 건 이 시대 관점으로 납득할 수 없다. 결국 아직 일본은 그 시대에 머무르고 있는 게다. 발전이 없는 나라. 발전할 리가 없는 나라.
판타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리얼리티를 선호한다. 그래도 정유정 작가님에 대한 믿음으로 책을 예약구매했고 받은 날 다 읽었다. 작가님 특유의 무시무시한 속도감이 살아있다. 아기자기한 이야기도 넘쳐난다. 내가 이 작가님의 소설을 늘 기다리는 이유다. 소설은 무엇보다 재미난 이야기여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그게 판타지 말고 리얼리티 기반이면 더 좋겠다. 다음 소설은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