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나온 황석영의 신작이라 기대했으나 왜 하드카버로 나와 비싼 값을 매겼는지 다소 의아한.. 그냥 평작이다. 누구는 감동을 받을 수도 있겠으나 그러기엔 너무 짧고, 축약되었다. 대충 써 갈겨 내려간 것이 아닌가 느꼈던 조정래의 허수아비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그 정도로 최악은 아니었다. 그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주인공이 어릴 때 살았던, 그리고 그곳을 탈출하고 싶어했던, 공부를 잘하고 운이 좋아 탈출에 성공했던, 그러나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던 우리 가난했던 70-80년대 시절. 나도 그런 어린 시잘을 보냈단 점에서 공감이 가기는 한다. 그런데 왜 황석영의, 여자에 대한 묘사는 이토록 수동적이고 신파적인가.
독특하면서 제법 흥미로운 책이기는 하나, 그래도 이런 책이 13쇄나 발행되었다니... 생각보다 박민규의 팬들이 많구나 싶다. 이런 감수성을 가진 작가로서, 세월호를 견디기가 참 힘들었겠다. 우리나라 소설이 인기가 없으면서도 근근히 명맥을 이어가는 이유를 이 소설에서 한 단면 볼수 있지 않나 싶다. 대중적이지 않지만 잃고 싶지 않은 매력을 숨기고 있는...?
드뎌 완독. 나는 사람에게, 사람의 삶 살이에 아무래도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 김훈의 글이 사람에, 사람의 구체적 삶에 머무를 때 더 마음이 간다. 아무리 탁월한 솜씨로 빚어진 글이라도, 경치나 사물에 관한 지루한 설명이 이어질 때는 끈기를 유지하기 어렵다. 그런 글은 유홍준 하나로 충분하다. 김훈의 글에서, 사람 냄새를 더 맡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