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회 정치 상황을 이탈리아의 그것에 대충 끼워 맞추었다. 제목을 보고는 이탈리아 정치 상황을 주로 논증하고 우리 나라 정치 상황을 풀어 쓰는 것으로 기대했는데 내용은 정반대 순서였다. 이탈리아가 비슷하다는 건 알겠는데 그게 그 논리에 맞춘 논거만 끌어와서 그런건지 여부는 논거가 충분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 이탈리아로 가는 길로 뚜벅뚜벅 우리가 걸어가는 게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될 거라는 것인지 이탈리아에서 포퓰리즘 정치인이 득세하는 것이 그 나라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그래서 우리나라도 계속 그 길로 가면 이렇게 될 거라는 등의 논술도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없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호텔 화장실 들어갔는데 휴지도 없고 비데도 아니고 물도 안 내려가서 황당한 기분.
내가 공지영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 책에 다 있다. 접근하기쉬운 문체,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 깊은 상념과 성찰의 순간들. 긴장을 늦출만한 순간에 정신 번쩍 나게 양념처럼 들어가는 “사람냄새”나는 장면들. 계속 글을 써주시면 좋겠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기행문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