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 사랑 지상주의자. 이 사람의 소설에는 먹고 사는 일에 부대끼고 괴로워하는 사람은 등장하지 않는 것 같다. 그게 현실에서는 가장 중요하고 힘든 일인데. 돈 버는 일이 왜 이 사람들에게는 이리 쉽고 하찮은가. 그저 사랑, 사랑, 사랑만 중요하다. 비현실적이다. 기분 나쁘다.
2016년 및 그 이후에 예상되는 이러저러한 트렌드를 소개하는 책. 제법 흥미롭다. 보통 글을 쓰고 그 글을 책으로 내기까지 꽤 시간이 걸리므로, 출판시점의 최신 사정까지 책에 포함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 책은 내가 읽고 있는 지금 시점에 근접한 최신의 현상까지 대부분 반영되어 있는 점이 마음에 든다. 나는 어디서 돈을 벌 것인가.
오로지 손석희가 추천했다고 해서 골랐을 뿐,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썼다는 것만으로 나는 처음부터 삐딱했다. 읽으면서 빠져들었고 일요일 늦은 밤에 시작하여 월요일 퇴근 후의 늦은 밤에 끝냈다. 상식을 가진 합리적 보수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회의 부조리와 정의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가 쓴 중앙일보 칼럼을 모아 책으로 낸 것. 이 사람은 지난 대선 때 누구를 찍었을까. ˝조중동˝으로 분류되는 중앙일보의 현실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가 궁금해졌다. 이직 후 ˝영혼을 파니까 좋아요˝라는 후배의 질문에 ˝아버지니까˝ 내게는 영혼이 없다고 자조했다는 글을 보니 이 사람도 내면은 복잡할 듯 싶다. 그래도 이 정도 수준의 칼럼을 싣도록 허락하는 중앙일보라면 조동보다는 훨 낫기는 하다.
오랜만에 나온 황석영의 신작이라 기대했으나 왜 하드카버로 나와 비싼 값을 매겼는지 다소 의아한.. 그냥 평작이다. 누구는 감동을 받을 수도 있겠으나 그러기엔 너무 짧고, 축약되었다. 대충 써 갈겨 내려간 것이 아닌가 느꼈던 조정래의 허수아비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그 정도로 최악은 아니었다. 그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주인공이 어릴 때 살았던, 그리고 그곳을 탈출하고 싶어했던, 공부를 잘하고 운이 좋아 탈출에 성공했던, 그러나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던 우리 가난했던 70-80년대 시절. 나도 그런 어린 시잘을 보냈단 점에서 공감이 가기는 한다. 그런데 왜 황석영의, 여자에 대한 묘사는 이토록 수동적이고 신파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