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직 늦지 않았다 - 마쓰모토세이초, 반생의 기록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9년 10월
평점 :
벌써 몇 달째 이 부분이 내 가슴속에서 떠나질 않고 있다.
잊혀지기는 커녕 점점 내 전체를 집어삼키고 있다.
내 삶에 대한 통철한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하루는 퇴근하고 집에 가는 도중에 귀중한 샤프를 그만 잃어버리고 말았다. 평상시처럼 늘 군화를 신고 기차 선로를 따라 왕복해서 출퇴근할 때였는데, 샤프가 없어진 것을 뒤늦게야 알고서 급히 되돌아가 찾아봤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자갈이 수북히 깔려 있는 선로에서 가늘고 작은 샤프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나는 이따금 지나가는 열차에 신경을 쓰면서 한 시간 가까이 허리를 구부리고 자갈 위를 뒤졌다. 이윽고 해가 져서 어두워지자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 선로 주변으로 달려가 찾아봤지만 샤프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샤프는 다시는 찾지도, 그 이후로 사지도 못했다. 그 뒤로는 신문사에서 쓰는 3B 연필을 사용했는데, 연필심이 너무 물러서 수첩에 쓰기에 적당하지 않았고, 또 너무 빨리 닳아서 칼을 가지고 다녀야 했다. 그런 식으로 퇴근한 뒤부터 매일 밤늦게 소설을 썼다. - P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