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기분이 우울하거나 삶이 무의미하다는 등의 표현을 쓰지만 그런 말로는 당시의 나를 표현할 수가 없었다. 끝없이 초조해하면서도 진흙탕 속에 기꺼이 몸을 던지고 싶은 절망적인 쾌감, 그런 자학적인기분이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각지를 돌아다녀도 내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았다. 처음에야 새로운 곳을 찾아가 책으로 읽었던 곳을 실제로 보는 즐거움이 있었지만, 점점 그런 일에 더 이상 의미를 느끼지 못하게 됐다.
... 취미는 현실을 도피하는 일시적인 수면제일뿐, 잠에서 깨면 다시 숨이 막힐 것 같은 현실속에 내던져있다.
사실 바라보던 곳이 어디였는 간에, 오리온 자리를 올려다보는 나는 절망과 슬픔과 고독에 빠져 있을 때가 많았다.
겨울밤, 춥고 습한 작업장에 앉아 있으면 나도 내 미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그 생활에서 벗어날 전망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