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근대, 다시 읽는 해방 전前사 - 이덕일 역사평설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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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하 사회주의, 아나키즘, 쇼화육군, 일제하 조선부호, 일제군국주의 이럻게 다섯가지 주제의 평설 모음집이다.
머리글 속 선언적 주제(거대한 구조적 문제의 지적)의 완벽히 소화는 부족할지 모르나
지금껏 감춰진 사실을 드러내 소개하기와 큰그림 그리기를 위한 맥락짚기에는 성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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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박열이다- 일왕 폭살을 꾀한 어느 아나키스트의 뜨거운 삶의 연대기
김삼웅 지음 / 책뜨락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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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 불온한 조선인 혁명가- 일왕 부자 폭살을 꿈꾼 한 남자의 치열하고 뜨거운 삶과 사랑
안재성 지음 / 인문서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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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가네코 후미코 옥중 수기, 2022 서울국제도서전 <다시, 이 책> 선정작
가네코 후미코 지음, 조정민 옮김 / 산지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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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채호 다시 읽기- 민족주의자에서 아나키스트로
이호룡 지음 / 돌베개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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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앞에서 - 한 사학자의 6.25 일기
김성칠 지음 / 창비 / 199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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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느끼기 힘든 현장 체험담을 본다. 

격량하는 실제 우리 역사의 숨가쁜 전개 상황과 그 틈바구니에서 빚어지는 인간 군상들의 다양한 행태와 대응들 그리고 인간 관계의 비정한 모습들을 여실히 본다.

'매천야록'을 남긴 구한말 매천 황현은 한일병탄의 소식을 듣고 절명시를 남기고 음독자결 하였다. 그 시들 중 하나의 마지막 행 내용이 다음과 같다.

"難作人間識字人(난작인간식자인

인간세상 지식인 노릇하기 참으로 어렵구나"

김성칠 선생의 '난작인간식자인' 할 수밖에 없었던 세월 동안의 고스란한 일기 기록이다.


47p. 1946.04.22.

신문기사의 허위보도라고 하면 반드시 어떠한 사실을 날조한 경우에만 한하지 않고 어떠한 사건의 연속 중에서 일부분을 고의로 묵살해버린다거나 그와 반대로 강조해서 표현하는 것은 독자의 판단을 어긋나게 함에 있어서 허위보도와 조곰도 다를 것 없을 것이다.


106p. 1950.07.15.

다른 목적으로 모였던 회합이 곧잘 궐기대회로 변하여 그 자리에서 의용군을 뽑아 보내게 되므로 백성들은 이제는 다 눈치를 알아채고 무슨 모임이든지 집회에는 노인이 아니면 여자로 판을 친다. 젊은 남자가 몇 명씩 끼긴 하지만 이는 다 충분히 신분이 보장되는 사회자나 및 그 프락치들이다.

...... 전에 북에서 나온 사람들이 날마다 모임으로 세월을 보낸다하여 얼마쯤 과장한 표현이거니 하고 들었으나 겪어보니 바이 빈말이 아니다.


189p. 1950.09.01.

그도 외력(外力)의 침략을 받은 결과라면 울분을 던질 상대라도 있지만, 남의 장단에 놀아나서 동포끼리 서로 살육을 시작한 걸 생각하면 더욱 가슴이 어두워진다. 지금 세계의 어디에 좌우의 알력이 없으리요마는 하필 우리가 그 가장 혹심한 피해자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213p. 1950.09.16.

이렇게 백성을 다 죽인 후에 독립은 해서 무얼 하며 통일을 한들 무얼 합니까하던 김의사 형의 말씀이 생각난다.


251p. 1950.10.16.

그리고 어리석고도 멍청한 많은 시민(서울시민의 99% 이상)은 정부의 말만 믿고 직장을 혹은 가정을 사수하다 갑자기 적군(赤軍)을 맞이하여 90일 동안 굶주리고 천대받고 밤낮없이 생명의 위협에 떨다가 천행으로 목숨을 부지하여 눈물과 감격으로 국군과 UN군의 서울 입성을 맞이하니 뜻밖에 많은 남하한 애국자들의 호령이 추상같아서 정부를 따라 남하한 우리들만이 애국자이고 함몰 지구에 그대로 남나 있는 너희들은 모두가 불순분자이다하여 곤박(困迫)이 자심하니 고금천하(古今天下)에 이런 억울한 노릇이 또 있을 것인가.


268p. 1950.11.12.

“...... 그러나 그 정치가 허위의 선전만을 일삼고 인간을 인간으로 다루지 아니하는 그 무자비성(無慈悲性)에 있어서는 참으로 정이 떨어졌습니다.

하여튼 이때까지의 경향으로 보아 이북의 양심적인 분자들은 많이 대한민국을 그리워해서 남하하였고 이남의 이상주의자들은 인민공화국에 절대의 기대를 가지고 많이들 월북하였는데 이들이 다같이 커다란 실망을 품고 있지나 않을까 합니다. 그러나 이미 다시 어디로 갈 곳은 없고 해서, 말하자면 정신적인 진퇴유곡(進退維谷)에 빠져 있지나 않을까요. 이들에게 무슨 열너줄 방책이라도 있다면 나는 목숨을 내어놓고서라도 일해보겠습니다마는 ......”


284p. 1950.11.21.

(동해) 바다의 고기들은 이 한난류의 교차란 사실을 이용하여 저들의 족속을 늘리고 있는데 어찌하여 뭍의 사람들은 미소 세력의 교차를 좋도록 이용하지 못하고 이 때문에 도리어 동족상잔의 비극을 자아내고 있을까. 사람이 물고기보다도 영리하지 못하기 때문일까.


290p. 1950.11.29.

나라가 망하려면 인사행정만이 두드러지게 보인다는 말이 있더니, 이즈음 대한민국에선 부느니 감투바람뿐인 감이 있다.


292p. 1950.12.03.

오늘날 이 세상에선 ‘3만지라야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무슨 소린고 했더니, 밖에서 보아 있는지 만지 한 마을에 집인지 만지 한 집을 지니고 사람인지 만지 할 정도로 처신하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자비한 좌우의 항쟁이 남긴 시골 사람에의 교훈이다.


293p. 1950.12.04.

중공군의 대량 참전이 전해지고 UN군의 평양 철수가 소문만에 그치지 아니한 어제오늘 원자탄을 쓰느냐 않느냐 하는 문제가 항간의 이야기거리로 되어 있다. 서울신문은 하루빨리 원자탄을 써야만 한다고 강경히 주장하고 있다.

무슨 소리를 한댔자 세계에서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니까 마음 내키는 대로 아무런 말이라도 하는지는 모르지만 남이 만들어놓은 원자탄을 우리 땅에 제발 써주십사 하는 태도는 그래도 명색이 일국의 대신문으로서 취할 바 태도가 아닐 것이다. 아무리 사세가 다급하기로서니, 이는 동족상잔의 전쟁을 버르집음(작은 일을 크게 부풀려 떠벌리다)과 그 마음씨에 있어서 다를 바 없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될 수만 있으면 원자탄 같은 건 다시는 살인의 무기로는 쓰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 세계의 양식(良識)일 것이다. 그것을 하필 우리 땅에 던져서 동족상잔의 무기로 써줍소사 하는 마음보는 이해하기 어려운 노릇이다.


300p. 1950.12.15.

미 대통령 트루먼이 UN군은 여하한 사태에 당면하여도 절대로 한국에서 철퇴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하여 모두들 얼마쯤 안도의 빛을 보인다. 동족상잔의 전쟁을 일으켜서 마침내 외세를 끌어들이고, 그 결과는 외국 군대가 언제까지나 있어주어야만 마음이 놓이지, 그렇지 않으면 불안해 견딜 수 없다는 이 나라의 몰골에 술이라도 억백으로 퍼마시고 얼음구멍에 목을 처박아 죽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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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소설로 그린 자화상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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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억만을 바란다는 것은 이땅의 백성들에겐 허용되지 않는 욕심일 것이다.

좋았던 싫었던, 좋든 싫든 이렇게 많은 기억들을 내장할 수 있었던 성장기 역사 앞에 숙연해진다. 박완서 선생을 닮아 책 속 가득 오밀조밀한 수많은 사연들과 한 줄 허투루 하지않고 매 문장마다 정성 담긴 감성, 흐름, 옛정취에 대가의 글쓰기를 느낀다.

박완서 선생(1931-2011)의 명복을 빈다.

 

90p. 하여 선한 사람 악한 사람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 사는 동안에 수없는 선악의 갈림길에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115p. 면서기나 동서기만 되어도 반말을 일삼던 하급관리들, 멀리서 그 번쩍거리는 칼빛만 보아도 오금이 저려 죄 없이도 뺑소니칠 궁리부터 하던 순사들, 쇠사슬을 발목에 찬 죄수들을 짐승처럼 잔혹하게 다루던 간수들, 살기와 오기가 충천하던 일본 병정들, 가정방문 와서 일본말을 한마디도 못 하는 어머니를 야만인 보듯 경멸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일본인 선생 등등, 유년기와 소녀기의 의식을 짓누르던 일제의 지긋지긋한 악봉을 열거하자면 한이 없다.


135p. 책을 읽는 재미는 어쩌면 책 속에 있지 않고 책 밖에 있었다. 책을 읽다가 문득 창 밖의 하늘이나 녹음을 보면 줄창 봐 온 범상한 그것들하곤 전혀 다르게 보였다. 나는 사물의 그러한 낯섦에 황홀한 희열을 느꼈다.


215p. 자식의 안전을 위해 법에서 금하는 불온한 사상을 두려워하면서도, 자식이 위험을 무릅쓰고 하는 일이니만치 뭔가 위대한 일이라고 믿고 싶은, 가장 우리 엄마다운 이중성이었을까? 

  하여튼 엄마의 태도는 뜻밖이었다. 나는 이런 엄마를 보고 당시의 유행어를 빌려 우리 엄마야말로 수박 빨갱이였다고 버릇없이 놀려 먹곤 했지만 엄마는 꽤 오래도록 남몰래 외롭게 전향의 후유증을 앓았다.


260p. 단박 압록강까지 밀고 올라갈 만큼 승승장구할 때 승자가 과연 그렇게까지 모질게 굴 필요가 있었을까. 승리의 시간은 있어도 관용의 시간은 있어선 안 되는 게 이데올로기의 싸움의 특성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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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10 - 제3부 불신시대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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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으로 종신대통령을 꿈꾼 박정희는 10.26으로 결국 그의 꿈을 이뤘다.

그러나 이어지는 더욱 엄혹한 군사정권을 마주하게 됐고 끝난줄 알았던 박정희의 꿈은 또다른 모습으로 계속을 준비한다.


95p. 더러 공무원들을 대할 때마다 기분이 언짢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왜 그리 불친절하냐고 한마디하고 싶었지만 그냥 참고 돌아섰다. 그런 말을 한다고 고쳐질 그들이 아니었다. 자기들이 대단히 높은 자리에나 군림하고 있는 것처럼 길들여진 그 못된 버릇은 달리 고칠 도리가 없는 그들의 고질병이었다. 공무원들이란 국민의 세금으로 먹여살리는 무리들이었다. 그러므로 그들에게는 국민에 대한 봉사의 의무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들은 국민 위에 군림하여 제나름의 권력 횡포를 자행하는 존재들로 둔갑해 있었다. 그것은 군대에서 폭력 행사를 당연시하는 것과 함께 일제 식민지시대의 악습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못된 행태였다. 총독부 시절에 일본인 공무원들이 조선 식민지 백성들 위에 얼마나 무도하게 군림했던가. 그 못된버릇이 세월 따라 고쳐지기는커녕 독재권력이 길어지면서 더 심해져가고 있는 양상이었다. 독재권력은 정권 유지를 위한 한 세력으로 공무원 집단을 이용하고, 공무원들은 그 우산 아래서 멋대로 부정 부패하며 횡포를 일삼고 있었다. 그건 더없이 잘 어울리는 공생 관계였다.


236p. "하아, 이런 쑥맥을 봤나. 정치인들이 제일 잘 쓰는 두 가지 말이 뭔지 너 알지? 자기들 입장 다급해지면 말 못하는 '국민' 멋대로 팔아먹고, 즈네들 의리 없고 비겁하게 굴어 지탄받으면 '정치는 현실이다' 하고 뻔뻔스럽게 변명해 버리잖잖냐. 정치만 현실인 줄 아냐. 사업은 더욱더 현실이다.


242p. "좋아, 자본을 댄 기업주의 권한을 충분히 인정해. 또 기업주들이 바치는 노력도 다 인정해. 그렇지만 기업주들은 자기네가 투자한 자본의 몇 배의 이익을 얻어야 만족하는 거지? 백 배? 천 배? 만 배? 그게 아니잖아. 무한정, 영원히 이익을 보려고 욕심부리고 있어. 그게 말이나 돼? 노동자들은 최저생계비도 못 되는 임금을 받으며 혹사당하고 있는데 기업주들만 무한대의 치부를 하고 있는 게 말이 되느냔 말이야. 봉건적 착취주의지. 올바른 자본주의란 분배를 통해서 자본과 노동의 수평적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거야. 자본 없는 노동은 있을 수 없다고? 그 말 옳아. 그러나, 노동 없는 자본이 있을 수 있어? 자본과 노동이란 기업이라는 기차가 달리게 하는 두 줄의 레일이야. 그 비중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망해. 기업이 망하지 않게 하려면 기업인들은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분배를 해야 하고, 기업의 주인이 자기 혼자라는 잘못된 생각도 뜯어고쳐야 돼. 자기가 투자한 자본보다 수천 배, 수만 배를 빼먹고도 기업 자산은 또 수천만 배로 커졌는데 어찌 그게 다 자기 거야. 그 절반은 노동으로 그 자산을 키워낸 노동자들의 것이지. 그 몫을 찾기 위해서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당연한 거야. 이젠 일방적 착취의 시대는 자났어. 또, 노조가 존재해야만 자본과 노동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그 토대 위에서 천민자본주의가 아닌 올바른 자본주의가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거야. 빨리 의식을 고쳐"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읽으며 시대적 격절감으로 당장 어찌 해볼 수 없는 안타까움과 한계감에 마음만 동동거리며 저리고 쓰리곤 했다. 그러나 '한강'은 지금 시대와도 이어지는 관계성을 읽어내며 어떻게든 뭐라도 할 수 있는 방도를 찾을 수 있겠다는 안도로 조금이나마 책읽는 마음이 편했다.

이로써 조정래 선생에게 진 마음 빚을 조금이나마 덜었다. 

부디 저자 조정래 선생의 건강과 평안을 빌고 더좋은 글을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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