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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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읽었던 책인데 다시 보게 됐다. 죽음 앞에서 정말 이런 마음일까 싶어 한동안 멍했다. 삶의 어느 순간에 만나면 좋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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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식상한데 계속 보게 된다. 알면서도 궁금해진다. 왜 그래야했는데? 언제쯤 어떻게 밝혀질 거여?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이 이제 4회 남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박보검 때문에 몇 번 봤는데, 한 번 안 보니까 계속 안 보게 된다. 이미 그 흐름을 눈치 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못 봐도 내용 다 알아서 기대감이 떨어지기도 하고. 오직 화초도령의 미모 때문에 보기 시작했던 거니까. 사실 보다 보니, 그 시간에 하는 다른 방송을 더 챙겨보느라고 그랬다. 월요일에는 <냉장고를 부탁해>를 보다가, 화요일에는 엄마가 <집밥 백선생>을 본다고 해서... 그럼 다시보기나 재방송을 보면 되지 않느냐고? 이상하게 본방송이 아니면 집중이 잘 안 되더라. 재미도 떨어지는 것 같고. 뭐, 어디까지나 그렇게 느껴진다는 느낌적인 느낌.

 

 

 

 

 

 

 

 

 

 

 

아, 이걸 얘기하려고 시작한 건데 말이 삼천포로 가네. 어쨌든, <구르미 그린 달빛>도 남장여자 소재다. 이런 소재가 처음이 아니었으니까 새롭지는 않은데, 뻔히 알면서도 보게 되는 이유는 그 신분이 어떻게 드러나느냐 하는 게 궁금해서다. 여자 주인공의 남장이 드러나는 계기가 좀 자연스러웠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보게 된다. 과하지 않게, 억지스럽지 않게. 그런데 그 전에, 꼭 이런 감정이 따라온다. '너는 남자인데, 너에게서 여인의 모습이 보여... 나는 남자인데 왜 남자인 너를 자꾸 신경 쓰게 되는 거지? 네가 다른 남자 직원(내관)들과 함께 웃는 것도 싫어! 왜 자꾸 내 눈에 거슬리는 거야? 나의 성 정체성을 의심하게 하지 마란 말이야!'

 

 

아이고 귀여워라. 나는 이영을 보면서 그동안 봤던 남장여자 소재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들이 떠올랐다. <성균관 스캔들>의 이선준(박유천),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최한결(공유), <미남이시네요>의 황태경(장근석) 등등. 뭐, 더 많겠지만 제대로 본 것이 이것뿐이라 기억도 여기가 한계다. <성균관 스캔들>과 <커피 프린스 1호점>은 드라마를 보기 전에 이미 소설로 다 읽어버려서 그 긴장감이 덜 했다. 그런데도 참 설레면서 봤더랬다. 어떡하지? 언제쯤 밝혀지려고 저러나? 큰일 나겠어. 아니지. 오히려 쟤(여주인공) 정체가 드러나면 더 좋은 거 아니야? 다 드러내놓고 그냥 사랑하면 되잖아. 문제될 게 없네? 됐어, 이제. 이렇게 간단한 걸 가지고 고민할 게 뭐 있다고. 이제 4회 남은 <구르미 그린 달빛>도 그렇게 흘러가면 되지 뭐, 암. 이후로 안 봤다고 뭐 크게 아쉬울 건 없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딱 그때,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다시 틈을 비집고 들어온 건 클로에 크뤼쇼데의 『여장 남자와 살인자』였다. (이 책을 읽고 좀 실망스러웠던 건 주인공의 여장 모습이었다. 나는 정말 아름다운 미모의 여자를 상상했던 거다. 이건 이따가 다시 얘기하기로 하고) 주인공 폴은 사랑하는 여자 루이즈와 결혼한다. 하지만 곧 전쟁에 참전하고 공포에 휩싸인다. 자기 눈앞에서 죽어가는 병사를 본 끔찍한 기억은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그를 괴롭힌다. 아, 정말 그렇겠구나. 그 끔찍한 장면을 바로 코앞에서 직접 봤으니 얼마나 무서웠을까. 사랑하는 아내를 다시 보고 싶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를 벗어나고 싶었을 거다. 자기를 둘러싼 모든 것이 공포였겠지.

 

도저히 그 상황에서 버틸 수 없었던 그는 스스로 손가락을 자르고 야전병원에 입원한다. 일부러 손가락을 낫지 않게 하면서 오랫동안 입원 상태로 있는데, 그것도 끝이 있는 법. 그는 곧 전쟁터로 소환된다. 하지만 폴은 다시 그 전쟁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탈영한다. 헉. 탈영이라니. 그렇게 힘들었던 거구나. (그나저나 여장 남자는 언제 나오는 거지?)

 

탈영한 그는 자유로웠을까? 아니다. 탈영 후 그는 수배자가 되고 또 다른 감옥에서 생활한다. 파리에서 아내 루이즈를 만나지만 그는 호텔 방에 숨어 지내는 신세가 되고, 부부는 점점 경제적으로 궁핍해진다. 루이즈의 수입만으로는 생활할 수가 없던 거다. 어느 날 폴은 술 한 병이 간절했는데, 밖으로 나갈 수가 없어 고민하다가 아내의 옷을 입고 여자 차림으로 술을 사가지고 온다. '아싸~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않았어! 이거 별거 아니구만~'

 

그때부터 폴은 감옥에서 해방되는 길을 찾게 된다. 바로 여장을 하고 살아가는 것! 아내의 도움을 받아 제모를 하고 화장을 하고 여자 옷을 입는다. 여자가 하는 행동을 따라하고 점점 완벽한 여자로 살아간다. 아내와 같은 직장에 취직했는데도 아무도 그를 의심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완벽해, 라고 생각할 즈음. 그는 다른 즐거움을 찾는다. 낮에는 직장의 여직원들과 어울리며 웃음을 흘리고, 밤에는 숲으로 들어가 다른 사람들과 성적 쾌락을 즐긴다. (이거 이거 정신 못 차렸구만. 어쩌려고 저러나? 아내가 버는 돈으로 굶어죽을 것 같아서 취직했다며? 그것도 여장을 한 채로? 근데 이렇게 흥청망청 해도 돼?)

 

시간은 흐르고 전쟁도 끝났다. 전쟁이 끝나고 다시 십여 년이 지난 후 폴의 수배령도 풀린다. 아, 이젠 정말 자유롭겠군. 더 이상 여장하면서 답답하게 보내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 폴의 표정을 상상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데서 터져 나왔다. 이건 내가 그동안 이런 소재의 드라마를 보면서도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거였는데, 폴 때문에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폴은 전쟁의 공포가 여전했고, 눈앞에서 죽어간 동료의 잔인한 모습을 잊을 수도 없었다. 게다가 그가 여장으로 살아온 시간은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내가 그의 변한 모습을 보면서 정신 못 차리고 흥청망청 하는 걸 나무랐던 순간이 다시 보인다. 물론 그의 그런 행동이 잘 한 건 아니겠지만, 그가 앓고 있는 정신적인 문제까지 보지 못했던 거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닐 텐데.

 

 

이때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최한결의 대사가 내 머릿속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최한결은 고은찬(윤은혜)을 향한 감정이 혼란스러워 멀리하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결국 자기감정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그러면서 고은찬에게 입을 맞추며 고백한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말할 거니까, 잘 들어. 너 좋아해. 니가 남자건 외계인이건 이젠 상관 안 해. 정리하는 거 힘들어서 못해먹겠으니까 갈 때까지 가보자. 한 번 가보자."

뭐 대충 이런 대사였는데, 문득 이 대사에서 그가 고민했을 수많은 시간이 보이는 거다. 자기 성정체성을 의심하면서 수도 없이 생각했을 거다. '내가 남자를 좋아하나? 아닌데? 나는 여자를 좋아했는데? 왜 이러지?' <구르미 그린 달빛>의 이영도, <미남이시네요>의 황태경도 그랬을 거다. 남자인 내가 왜 자꾸 남자에게 끌리지? 뭐 이런 고민을 계속 했겠지. 여자 주인공은 각자의 사정이 있기에 남장을 했겠지만, 그게 누군가에게는 말하기 어려운 큰 고민을 선사했을 거란 생각을 못하게 된다. 『여장 남자와 살인자』의 폴은 그 반대의 경우이기도 하지만, 그가 다른 상대를 좋아해서 하는 고민은 아니다. 그가 겪은 전쟁의 참혹한 상황과 눈앞에서 목도한 죽음, 거기에 그가 살고자 선택했던 여장의 모습이 더해져 계속 그를 괴롭히는 거다. 전쟁이 끝나고 그가 다시 남자로 돌아왔음에도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심하게 그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는 여기서 위 드라마의 남자들과 다른 고민을 한다. 그 상황을 끝내는 법을 찾는 거다. 그리고, 찾았다.

 

 

내가 여자로, 남자로 태어나 살아가는 모습이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다른 것들이 보인다. 내가 가진 사고와 다르게 가는 마음이 나타났을 때 오는 혼란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되지 않지만, 정말 힘들겠구나 싶은 이해를 가지고 싶어졌다. 그동안은 그냥 웃으면서 보는 드라마와 소설이었을 뿐인데, 이제는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예를 들면 이렇게 외치면서 보게 되겠지. '여자 주인공 너! 남장 하지 마. 쟤(남자 주인공)가 얼마나 혼란스러울지 알아? 모르지? 하긴 알면서도 그러면 너 정말 나쁜 애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 순간을 버틸 수 있는 게 남장 밖에 없다고 해도, 다시 생각해. 남장만 빼고 하란 말이야~!'

 

 

4회밖에 안 남은 <구르미 그린 달빛>은 아무래도 화초도령 때문에 봐줘야겠다.

너무 재미있지는 않지만, 뭐, 세자 저하와 라온의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의 완결을 봐줘야 할 것만 같은 기분... 응?

(근데 원작 소설에서 결말은 어찌되나? 소설에서는 이영과 라온이 연결 되나? 원작을 안 봐서 비교를 할 수가 없네. 참고로 말하자면 <커피 프린스 1호점>은 드라마가 더 좋았고, <성균관 스캔들>은 원작도 드라마도 좋았음.)

 

 

 

(사진출처 : 여장 남자와 살인자 도서 상세페이지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74522322)

 

『여장 남자와 살인자』에 한마디 더 보태자면, 이 이야기는 실화라고 한다. 도서 상세페이지와 책 뒷 표지에 그 주인공 폴의 실제 사진이 있는데, 음... 내가 상상했던 여인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냥 체격 좋은 마담? 남자 아닐까 하면서 얼굴을 봤는데, 아마 그건 내가 이 내용을 다 알고 사진을 봤기에 그럴 지도 모르겠다. 저 모습 그대로 '나, 여자예요.' 라고 말한다면, 그냥 음, 이런 외모의 여자구나, 하는 끄덕임도 보낼 수 있겠다. 그가 여장한 외모는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그의 고뇌를 듣고 보니 그런 모습도 받아들일 수 있을 듯...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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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노트 ㅣ 블로노트
타블로 지음 / 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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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타블로 라디오 듣던 때가 생각난다. 처음에는 적응 안 되어 듣기 불편하더니 점점 익숙해져서 좋았다. 그때 한 코너처럼 들려줬던 블로노트도 생각나고... 짧은 글이 모여 강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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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반윙클의 신부
이와이 슌지 지음, 박재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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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영상을 먼저 생각하게 하는 소설인데, 소개된 내용을 읽다 보니 그 파국의 현장에 내가 있는 듯하다.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괜찮을까? 어쩌면 그 파국의 순간이 그녀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할지도 모른다. 날아오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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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새기도 전부터 무슨 소리가 들린다. 잠은 다 잔 것 같아서 가만히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더라. 일기예보에서 비가 온다고 하더니, 정말 비가 내리는구나...

 

올 한해, 비가 그리운 계절이 이어진다. 여긴 7월 초에 이틀 정도 폭우가 쏟아지더니 두 달이 넘도록 비가 내리지 않았다. 비를 싫어하는 내가 비를 기다릴 정도였으니 정말 심했다. 그러다 9월 중순이 지나면서 빗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사실 입맛만 버린 것처럼 내려서 더 갈증이 난다고, 엄마가 그랬다. 여름 수도요금이 평소의 2배 이상 나왔다. 여름이라 욕실에서 사용한 것도 더 많았고, 빨래도 더 자주 돌렸다. 무엇보다 엄마의 텃밭에 하루도 빠짐없이 물을 줬다. 정말 손바닥만 한 텃밭에 물기가 없어 쩍쩍 갈라지는 걸 보니 물을 주지 않을 수가 없더라. 얘네들이 잘살아서 커가는 모습에 엄마가 한없이 기뻐했는데, 가뭄에 타 죽어가는 걸 보니 엄마도 덩달아 시들시들해지는 기분이 드는가 보다. 그러니 오늘 새벽의 빗소리에 깬 잠이 하나도 아쉽지 않다. 주말까지 내릴 거라고 하니, 조금 넉넉하게, 그렇지만 비 피해는 없게, 그렇게 계속 내렸으면 좋겠다. 지금 내리는 이 비 때문에 밖에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며칠 미뤄져 피곤해졌지만, 그래도 괜찮다.

 

 

엊그제 저녁에 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갔다가 서가를 돌고 있는데, 거기서 본 책이 <뷰티 인사이드>이었다. 요즘엔 영화나 드라마가 나오면 포토에세이도 같이 나오는 경우가 많더라. 나도 이 영화를 상영관에서 봤다. 별 기대 없이 봤는데, 이 영화 좋았다. 포토에세이를 보니 영화의 장면들이 떠오르면서 괜히 입가에 웃음이 배시시 걸린다. 가슴으로 들어왔던 대사들이 하나씩 등장할 때마다 다시 보인다. 그때 그랬지, 얘네들이 걱정되긴 했는데 달콤해서 부러웠어, 동시에 불안했지, 어떻게 될까 봐 계속 떨리는 마음으로 봤었어...

 

 

 

 

 

 

 

 

 

 

 

 

 

매일 자고 일어나면 외모가 바뀌는 남자. 고등학생 때부터 그랬는데, 그런 그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사람은 그의 엄마와 그의 절친 상백이뿐이다. 어제 만난 내 친구가 오늘 보니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게 상상이 되지도 않고, 또 이해한다고 해서 매일 마주하는 그 ‘다른’ 얼굴이 금방 적응되지도 않을 듯하다. 아마 부모의 자리에서 보듬어야 할 당연함과 친구의 자리에서 익숙해진 시간의 힘일 테다. 어쨌든 그렇게 변신하는 남자 우진은 숨은 듯 살아가면서 가구를 만든다.

 

 

거의 십년을 외롭게 살아가던 우진이 가구 편집숍에서 이수를 만나 한눈에 반한다. 그녀에게 고백도 하고 싶고 데이트도 하고 싶은데, 그의 외모가 걸린다. 좀 더 멋진 모습일 때 고백하고 싶은데, 또 고백하고 나서는 어떡할까. 매일 변하는 그의 모습을 어떻게 설명하지? 나중 일은 나중에 고민하고 일단 그는 고백한다. 정말 멋진 모습으로 일어났을 때. ^^ 그녀에게 고백하고 같이 밥을 먹고 내일 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그는 그녀를 만나는 동안 잠을 자지 않는다. 자고 일어나서 변한 모습을 감당할 수 없기에 날을 새며 그녀와 만난다. 그러다 정말, 어휴 ㅠㅠ 그렇게 잠을 참다가 깜빡 졸아버리는데... 그의 외모가 변했다. 그녀와의 약속 시각은 이미 넘겨버렸고, 그는 변한 모습으로 그녀 앞에 설 수 없었다. 그렇게 헤어지듯 서로가 만나지 못했던 시간이 흐르고,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 다시 고백한다. 자기의 상황에 대해서, 믿을 수 없겠지만 설명해야만 했다.

 

 

나는 여기서 이수의 태도가 궁금했는데, 아마 현실이라면 나는 선뜻 그 앞에 다시 나타나지 못했을 것 같다. 그가 한 말이 사실인지 궁금하고 또 확인해보고 싶었을지는 몰라도, 그를 계속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쉽게 못 했을 것 같은데... 이수는 그의 변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더라. 그녀는 정말 그의 모든 것을 이해했을까?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을까? 결국, 앓던 게 터져버렸다. 아무리 마음이 다가가도 걸리는 게 있기 마련이더라. 이수를 위해서 우진은 헤어지자고 말하고 사라진다.

 

 

시간이 된다면 한 번 더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계속 궁금하고 고민이 되더라.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좋아하고, 그러다 또 헤어지고... 그렇게 헤어지는 이유는 참 많고 다양한데, 이런 상황과 이유는 또 처음이라 어떻게 하는 게 좋은 걸까 계속 고민했던 거다. 내가 너를 좋아하니까 이 정도 쯤이야 괜찮아, 견딜 수 있어, 하는, 보통 이런 마음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도 그렇고 내 주변의 사람들을 봐도 헤어지는 경우 대부분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다. 그때 내가 당연하게 이해했던 일들이 더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되어 끝나는 거였다. 비슷하구나 생각하면서도 반복하기도 하는 일. 이해할 것 같으면서도 알 수 없는 일. 너무 궁금해서 같은 사람과 일곱 번 만나고 일곱 번 헤어졌던 친구 커플에게 물어본 적도 있다. “너희는 어쩌다가 일곱 번이나 다시 만나니?” 그때 대답을 했던 남자 사람 친구는 그녀와 일곱 번째로 헤어졌을 때 이렇게 말했었다. “이런 게 좋아서 다시 만났는데, 이런 게 싫어서 다시 헤어지게 되더라. 이상하지?” 그래, 이상했다. 다시 만나는 이유와 헤어지는 이유가 똑같은 것도 웃음 나고, 게다가 그 똑같은 이유를 일곱 번이나 반복했던 그 녀석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이해는 내 몫이 아니므로 뭐, 상관없었다. 그런데 십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일곱 번을 반복한 건 아직도 이해 못 하겠다.

 

 

이 영화를 보면서 그 친구 커플이 참 많이 생각났는데, 그건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들려온 이수의 대사 때문이었다. 다시 우진을 찾아간 이수는 말한다. 너를 못 보고 사는 게 더 힘들었노라고... (정확하진 않지만 뭐 대충 이런 대사였다) 그 친구 커플도 그랬을까? 헤어지는 이유를 분명히 알았는데도, 안 보고 사는 게 더 힘들어서 몇 번씩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했던 걸까?

 

 

정말 좋게 본 영화이지만, 나에게 이 영화가 쌍 엄지 추켜들고 최고를 외친다거나, 오랜 시간 기억에 남아 애틋해진다거나 하는, 그런 영화는 아니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기억에 남을 것 같은데, 그 이유는 어디선가 본 이 영화의 영화평 때문이다. 영화가 괜찮았어도 포토에세이는 별로 관심 없는 분야인데도 굳이 이 책을 꺼내서 본 이유이기도 하다.

 

 

평소 궁금했던 영화가 있으면 그냥 보는 편이고 굳이 다른 이의 평점을 찾아보지도 않는다. 그 영화를 먼저 본 주변 사람들에게 가끔 묻긴 한다. 그 영화 어땠어? 괜찮았어? 음, 그렇구나, 정도...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나는 굳이 이 영화를 보려고 하지는 않았다. 근데 안 보려고 하니까 괜히 궁금한 거다. 볼까? 말까? 주변 사람들 평은 그냥 쏘쏘... 그러다 하루 상영 횟수가 1~2회 정도였던 끝물에 보게 되었는데, 영화 예매를 하기 직전까지도 고민하던 차에, 어느 사이트에서 이 영화의 실관람객의 영화평을 보게 된 거다. 딱 한 줄. 한 문장.

 

 

그냥, 너랑 봐서 좋았다...

 

 

그렇구나. 영화의 장르도 내용도 재미도 다 필요 없는 거였다. 누구랑 봤느냐에 따라 그 영화의 평도, 기억도, 다르게 남는 거였는데...

 

 

그럼 이 영화를 혼자 보면 어떤 느낌이라고 적어야 하나?

 

그래서 예매했다.

 

그리고

 

 

그냥, 혼자 봐도 괜찮더라, 라고 나도 실관람객 후기를 쓰고 싶었으나, 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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