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왜 이렇게 가슴이 뛰지?"

초록머리가 아기처럼 잎싹의 날갯죽지에 얼굴을 묻었다. 몸을 떨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감격한 모양이었다.

"왜 안 그렇겠니. 저렇게 아름다운 무리를 본 적이 없으니."

잎싹은 이상하게 마음이 평온해지는 걸 느꼈다. 청둥오리가 생각나서 빙그레 웃음까지 나왔다.

'이 친구야, 난 이제야 다 알았어.'

청둥오리는 아기를 데리고 저수지로 가라고 했다. 그 말뜻을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제야 알게 되었다. 청둥오리는 아기가 자라서 날기를 바랐고, 자기 족속을 따라가기를 바랐던 것이다.

잎싹은 날개를 벌려서 다 자란 초록머리의 몸을 꼭 안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부둥켜안고 있었다. 초록머리의 부드러운 깃털과 냄새를 느끼며 몸을 어루만졌다.

어쩌면 앞으로 이런 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소중한 것들은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것을 알기 떄문에 잎싹은 모든 것을 빠뜨리지 않고 기억해야만 했다. 간직할 것이라고는 기억밖에 없으니까. (159~162페이지)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을 보고 인정해야 하는데,

사실은 그게 잘 안 되기 때문에 마음 아픈 일이 생기는 것 같다...

나와 같은, 혹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몸부림치는 일들.

발버둥치면서 영역 밖을 힘들게 건너가는 순간들.

소중한 것들을 소중한 줄 모르고 지나가는 시간을 기억하고 싶을 때마다

이 책의 이 구절을 생각하게 될 것만 같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을 기다리면서,

좋은 구절 새기고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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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1 15: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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