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아주 사적인 독서』를 만나고 내가 다시 한 번 경험한 감정은 ‘지독하게도 고전을 읽지 않았구나.’ 하는 것이었다. 매번 책을 대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었고, 책을 구매할 때마다 고전을 구매하면서도 읽는 속도가 마음을 따라와 주지는 않았다. 그래서 점점 더 고전과 나의 책읽기에 대한 괴리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 책을 만나면서 다시 한 번 그 감정을 경험했다. 아, 이번 기회에 또 한 번 그 고전읽기에 도전해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받은 듯하다. ^^


이 책에서 소개된 책들이 총 7편. 그 중에 내가 읽어본 것이 아주 오래 전, 기억도 안 나는 어린 시절에 『주홍 글자』뿐이었다. 그마저도 사실 지금은 내용조차고 기억이 잘 안 난다. 아, 너무 오래되었구나. 그리고 또 한 가지 상기되는 말은, 아무리 유명한 고전이라도, 이미 어린 시절에 읽었던 것이라도 어른이 된 후에 읽으면 그 느낌이 사뭇 다르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뭐가 다를까? 아... (또 한 번 아쉬움의 한숨 소리) 어른이 되어 읽지를 않았으니 그 다른 점을 비교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 『아주 사적인 독서』가 더 반가운 일이다. 말 그대로 아주 사적인, 타인이나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만날 수 있는 책들의 소개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책, 나를 위한 메시지를 찾을 수 있는 책, 그래서 나의 만족을 더할 수 있는 책을 만나야 한다는 의미. 그래서 나는 『아주 사적인 독서』 속에 소개된 7편의 책을 가장 먼저 만나고자 한다.


<채털리 부인의 연인>
고백하건데, ‘노골적인 성 묘사와 비속어로 인해 많은 논란과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는 문구에서 먼저 꽂혔다고 말하고 싶다. ^^ 잘 몰랐던 이야기에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주제에 이야기 자체로 푹 빠져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먼저 제목을 눈에 담았었다. 저자 로렌스가 외설이나 의미 없는 성적 탐닉을 거부했던 사람이었다는데 굳이 이런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은 이유가 궁금해졌다. 이 책에서 그가 전하는 의미를 찾아보고 싶어졌다. 자극적인 호기심만을 만족시켜줄 게 아닌 그 안에 내포된 진짜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다. 주인공 멜러즈를 통해서 보이고 있다는 작가의 의도, 직접 읽어보고 찾아내야만 할 것 같아서 선택해본다. 그 다음에 내가 할 일은 나의 삶에 적용시키는 일이리라.


 

<주홍 글자>
약 160여 년 전의 미국, 엄격한 청교도적 사회에서 파장을 일으켰던 작품이라 했다. 간음하지 말라는 십계명을 어긴 한 여자, 헤스터가 가슴에 주홍글자 A를 달고 사는 벌을 받는 상황이 그려진다. 내용을 몰라서가 아니라, 어린 시절에 읽었을 때는 내가 찾지 못했던 그 무엇을 찾아보고자 한다. 헤스터와 그 간통의 상대인 딤스데일 목사, 헤스터의 전 남편인 칠링워스, 이 세 사람이 각각 표현하고 전달하고 있는 이야기의 내면을 보고 싶다. 상황 그 자체보다는 사람의 심리를 더 많이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기대감이 생긴다. 살아가면서 사람의 내면에 자리한 그 심리가 작용하는 힘을 더욱 많이 보게 되는데, 마치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만 같은 궁금증에 꼭 한번은 다시 만나고픈 책이다.


 

<마담 보바리>
오래 전에 소개글에서 봤던 줄거리는 단순했다. 남편에게 만족을 못했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어울린다는 것인데, 그렇게 단순하면 또 고전이 아닐 것만 같다. ^^ 지인이 말하기를, 이 작품은 알 듯 모를 듯 발견하는 그 심리묘사가 볼만하다고 했다. 거기에 여자이자 어른으로 사는 우리를 대입시키라고 했다. 생각과 다른 결혼생활이나 일상이나 만들어내는 것은, 단순한 듯 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감정들과 현실을 같이 볼 수 있다고 했다. 못 만난 고전들이 많아서 그런지 사뭇 다른 느낌들을 만나는 재미가 상당할 것 같아서, 그 안에 우리의 욕망이 있다고 하니, 더욱 찾아봐야 할 의무가 생기는 듯하다. ^^



 

<돈키호테>
그냥 좀, 웃긴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허무맹랑한 모험담이 아닐까 싶었다. 본의 아니게 영웅담이 만들어지고, 다시 그 영웅담을 확인하러 가는 여정이라니... 웃기지 않은가? 사는 게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 들 때 이 작품이 많이 생각나고는 했었다. 현실은 자꾸 변하고, 그 변화하는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는 내가 있다. 많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언제 어디서나 누군가가 읽고 싶은 고전의 목록을 물을 때마다 함께 했던 작품이다. 이번 기회에 다시 상기하게 되어 반갑다.



 

<햄릿>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라 내용만 알고 있었다. 고전이 주는 착각을 이 작품 역시나 주고 있었다. 읽지 않았으나 읽었다고 여겨지는 착각. 그러한 착각을 지우고자 몇 해 전에 만난 책이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아, 활자로 느끼는 그 섬세함과 감동이라니. 이래서 유명한 고전은 원작으로 먼저 읽어야겠구나 생각했다. 같이 소개된 앞의 책들이 여자의 사랑과 인생에 대한 것을 더 보고 싶은 목적이었다면, 「햄릿」은 그 모든 것을 아우른 인간에 대해 더 보게 할 것 같다. 남자, 특히 아버지의 힘과 여자들의 억눌림, 그리고 도덕에 관하여 볼 수 있다고 하니 그 유명세를 뒤로 하고 오직 하나의 작품으로만 대하고자 생각해 보게 된다. 결국 직접 읽는 이가 느껴야 할 것들만 보면 되므로...

 

<파우스트>
이 책의 제목을 떠올림과 동시에 드는 생각은 늘 이런 것이었다. ‘어려울 것이다...’ 싶은 마음. 사실 이 책을 만난 이들 대부분에게 쉽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한권의 책을 놓고 쉽다 어렵다 얘기하는 것이 어불성설일 수 있으나, 그래도 책을 만나기 전의 부담은 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에 그런 투정도 해본다. 괴테가 24세부터 쓰기 시작해 82세에 완성했다는 부분만 봐도 이 책의 분위기가 그려지기도 한다. 긴 시간동안 써 온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 읽고 나서 느껴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과 부담이 동시에 오기 때문이다. 내가 만나서 나만의 느낌을 갖는 것을 그 이후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신과 대등한 위치에 서려고 하는 인간의 욕망이라니, 이 얼마나 솔깃한 이야기인가 하는 호기심에 나도 파고들고 싶어진다.


 

돈 주앙... <석상 손님>
이런 작품이 있었나? 무지하게 들리겠지만 『아주 사적인 독서』에서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알았다. 이런 멋진 제목과 함께 할 내용이 무엇일지 궁금해 죽겠어서 찾아보니 돈 주앙의 프랑스식 이야기라고 하는 부분을 찾아냈다. 그동안 알아왔던 돈 주앙의 이야기와 다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주 사적인 독서』 안에서 더 자세하고 재미있는 부분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가장 먼저는 내가 직접 만나는 이 책에 대한 것일 테다. 내가 먼저 확인하고 나서 그 후의 이야기들을 모아서 들어보리라 생각한다.


 

<안나 카레니나>
그리고 곧 만날 영화를 위해 미리 만나고 싶은 고전 안나 카레니나. 웅장하면서도 보편적인 느낌에 부담 없이 만나보고 싶은 고전이다. 무엇보다 행복하지 못한 가정에 대한 이유를 만나보고 싶었다. 그게 인생의 많은 부분에 작용되는 시작이 아닐까 싶다.



『아주 사적인 독서』 이 한권의 책으로 다른 책, 특히나 그게 고전이라는 점에서 계속 마음에 담게 된다. 만나야 할 이유가 충분히 있는 책이다. 정해놓은 목록 그대로를 곧 만나게 되길 바라면서 한권씩 만나는 기대감을 키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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