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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멎는 밤(feat. 코골이) -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작지만 무서운 침묵
유제원 지음 / 좋은땅 / 2025년 8월
평점 :
같이 사는 사람이 코를 곤다. 처음부터 그랬냐고?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어쩌다 한 번씩. 그냥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어쩌다 한번 코를 골았던 게 점점 빈도수가 높아지는 듯하다. 원래 비염이 있는 사람이고 갑작스러운 코골이가 무슨 문제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병원에 가보기도 했다. 새벽부터 줄 서서 접수해야 만날 수 있는 의사가 있는 곳이었다. 온전히 하루를 비우고 기다림에 지쳐 쓰러져갈 즈음 의사와 대면했다. 비염은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다르게 반응할 수 있고, 현재 환자 상황이 크게 어떤 치료를 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이어진 코골이 상담. 콧속에 무슨 통로가 있단다. 이게 숨을 쉬는 것과 연관된 건데, 그 구멍이 양쪽의 크기가 다른 상태이고, 그것 때문에 코골이가 심해지거나 얕아질 수 있었을 거라고. (남편은 오래전에 큰 사고를 당했고, 그때 거의 전신 수술에 가까운 치료를 받았는데, 그 사고로 코뼈도 부러졌던 터라 코가 곧지 못하다) 그러면서 가능하면 어느 쪽으로 옆으로 누워서 자는 게 편한 잠을 이룰 수 있다고 조언해주었다. 이 사람의 코골이 역시 지금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정도도 아니라고 판단되니 조금 더 지켜보자는 것. 궁금하면 수면다원검사도 해볼 수 있지만, 그것까지도 마구 추천할 정도는 아니라는 거다. 결론은 지금의 코골이가 심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거다.
사실 옆에서 같이 자면서 견딜 수는 있다. 이 사람이 눕기만 하면 코를 고는 것도 아니고, 본인의 컨디션에 따라 가끔 소란스러울 뿐이니까. 조금 피곤하다거나, 술을 한잔 정도 했을 때나. 순전히 궁금증 때문에 만났던 의사가 저 정도의 언급을 하니 이게 심각한 건 아닌가 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 제목을 보고 갑자기 심각해졌다. ‘숨이 멎는 밤’이란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작지만 무서운 침묵이라니. 어쩌면 좋으냐. 많은 사람이 코골이를 단순하게 여긴다고 한다. 나부터도 그랬으니까. 아버지도 평생 코를 골았고, 제부도 눕기만 하면 코를 고는 사람이라,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겼다. 반대로 생각하면 코를 골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까, 이 차이를 분명하게 알아차려야 했을 건데, 왜 코를 안 고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까.
저자는 피곤해서 그렇다는 말을 믿고 있으면 진짜 병을 놓칠 수 있다고 말한다. 반은 맞고 반은 위험한 말이라고. 단순하게 보면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 술 한잔한 날에 코골이가 심해질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것은 일시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변화일 수 있단다. 하지만! 이게 매일, 몇 년째, 숨이 멎거나 다시 쉬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는 수면무호흡증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고, 온몸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병이라고 말이다. 여기에 몇 가지 오해를 확인해봐야 한다. 살이 쪄서 그렇다고, 마른 사람은 괜찮다고 여기거나, 애가 코를 고는 건 크면 괜찮다고 그냥 넘어가선 안 되는 신호다. 진짜 문제는 이런 문제를 가볍게 여기는 마음. 그러니 앞서 말한 증상이 심해지고 반복된다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고 치료하면 훨씬 좋아질 수 있다고 하니 잘 살펴보길 바란다.

그래서 코골이는 못 고치나요? 아니다. 고칠 수 있단다. 맞춤형으로. 코골이의 원인은 너무 많고,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치료가 효과적이라고 할 수 없기에, 코골이 원인에 따라 맞춤 전략으로 치료하는 게 핵심이다. 가장 먼저는 생활 습관을 잘 조절하여 좋아질 수 있다. 양압기 같은 기구를 사용할 수도 있고, 구개확장기 같은 구강 장치를 이용할 수 있다. 때로는 수술적 치료도 필요할 수 있다. 어떤 방식이든 전문적인 진단으로 치료 방법까지 이어져야 한다. 얼마나 다행인가.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치료할 수 있는 병이고, 생활 습관 개선으로 기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니, 시도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생활 습관 개선으로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건 당연하다. 수면의 질이 일상생활의 질을 높여준다는 건 이미 알고 있기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으로 편한 잠을 이루기 어렵다면 주저하지 말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숨이 멎는 밤을 지속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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