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모텔
백은정 지음 / 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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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모텔을 이용할 일이 거의 없었고, 심지어 모텔을 다녀본 지도 20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몇 달 전 옆자리의 젊은 남자 동료가 무슨 축제에 간다고 숙소 찾는 걸 도와달라고 해서 같이 보고 있는데, 숙박 앱으로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많이 놀랐다. 가격도 예상과 다르게 많이 올랐지만(당연하지, 세월이 얼마나 흘렀더냐), 예전의 모텔이 아니었다. 일부러 호텔을 찾지 않아도 될 만큼(물론 호텔을 이용해야만 하는 상황과 이유도 분명 있다) 깔끔하고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사진만으로 그 숙소의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지만, 어차피 직접 가서 미리 확인할 수 없다면 이 방법만으로 숙소를 정해야 한다. 주변의 교통정보는 물론이고 편의시설까지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소요시간이나 거리까지 알려주니 이건 단순한 숙박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셈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 정말 편해졌구나 싶은 마음이 앞섰다.


그러다가 모텔 운영자의 속내를 들으니 마음이 이상하다. 모텔은 단순히 숙박업소로만 생각해서는 안 되겠구나 싶고, 내가 일상에서 이용하는 많은 장소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 손님으로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게 이렇게 당연할 수가 없다. 물론 그중에는 진상 고객도 있고, 원칙을 지키지 않는 모텔 사장도 있을 테다. 그 가운데 지킬 것은 지키면서 장사하고자 하는 모텔 사장이 여기에 있다.


서른다섯 개의 객실을 운영하며, 방마다 손님을 받는 저자는, 그 방에 남겨진 이야기를 담았다. 많은 이유로 사람들은 모텔에 드나든다. 모텔은 여행자의 숙소가 될 수도 있고, 연인의 데이트 장소로 선택받기도 한다. 불륜 관계의 사람들이 만나는 장소가 되기도 하고, 직장인의 출장에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공간을 애정으로 가꾸면서, 생업을 이어나간다. 처음 서툴렀던 운영 방식에서 좌충우돌, 우여곡절도 여러 가지. 이제는 7년 차 베테랑 모텔 운영자가 되었다. 우아하게 들어와서 객실을 엉망으로 만들고 도망친 고객을 잡으러 가기도 하고, 연락도 없이 갑자기 그만둔 직원의 빈자리를 채우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다. 미성년자 혼숙을 확인하지 못해 당황스러운 결과를 맞닥뜨리기도 하고 말이다. 성희롱하는 손님도 있거니와 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온 취객은 모텔 로비에 소변을 보기도 하는 게 모텔에서 일하는 이가 마주하는 일상이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 감정노동이 심하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 이상의 것을 본 기분이다. 그러면서 모텔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사연 같은 이야기에 잠시 빠져들기도 한다. 사랑을 나누려고 모텔에 오는 어느 불륜 남녀는 무조건 잘못인 걸까. 잘못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닐까. 타인의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니, 모텔 종사자로 그냥 자기 임무만 다하면 되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프런트 안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저자의 말처럼 그들의 사랑에 풍경이 되어 그들의 이야기를, 사랑을 그리고 상상한다. 그렇게 그들을 관찰하며 인간을 이해하는 태도를 쌓아가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처음에는 버럭 화부터 났던 일도, 점차 차분하게 다른 식으로 해결 방법을 찾는 걸 보면 말이다. 모든 인간을 다 이해하면 살아갈 수는 없지만, 이해의 노력은 가능한 일이고, 그들의 사랑 역시 다 다른 모습이기에 사랑의 다양한 형태마저 받아들이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일을 펼친다.


읽으면서 재밌기도 했고, 몰랐던 세계의 한 부분을 엿본 것 같아서 놀랍기도 했다. 자영업자의 비애를 느끼기도 했고, 때로는 억울하게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일까지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다 보니, 보이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은 분야였음을 알게 된다. 가끔 지나갈 때마다 봤던 이 지역 터미널 근처의 모텔들, 우연히 밤에 근처를 지나가다가 마주한 분위기를 생각하면 무서움과 취객들이 먼저 떠오른다. 많이 소란스럽고, 고성에 싸우는 사람들도 여러 번 봤다. 나에게 모텔의 이미지는 그 정도였는데, 한 발짝 거리를 두고 바라봤던 이 지역 터미널 근처의 모텔들이 이제는 다르게 보일 것 같다. 어떤 모습으로 그곳에 드나들더라도, 그들 각자의 상황과 이야기가 있던 거라고.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 사람이 있었다. 저자 역시 자기 일에 자부심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당당해 보였고,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들 속에서도 긍정적으로 마무리하며 더 나은 모텔을 만들고자 애쓰는 게 바로 베테랑 모텔 운영자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흔하고 쉽게 접할 수 없는 그곳의 이야기를, 손님이 아니라 운영자의 고뇌를 들으면서 알아가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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