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사형 집행 레시피 - 제3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이석용 지음 / &(앤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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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선고는 물론이고 사형 집행은 더더욱 진행되지 않는 나라. 사형 집행이 단순한 의미도 아니고, 외교적인 이유도 있다고는 하니 쉬운 문제는 아닐 테다. 범죄자에게 사형을 선고한다고 해서 범죄가 줄어드느냐고 묻는다면,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범죄심리 전문가의 말을 떠올려보자면, 연쇄살인을 일으킨 범죄자를 만났을 때 그가 물었단다. 자기 사형이 선고되는 거냐고. 아무 잘못 없는 이들을 잔인하게 살해했으면서, 정작 자기 죽음은 겁나는 거였구나 싶은 게, 어쩌면 본보기라도 이런 잔혹 범죄에 사형 선고가 필요한 건 아닐까 생각했다.


집권 3년 차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을 쓸고 있는 와중에 사회적 이슈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얼마나 일을 못 했으면, 한번 떨어진 지지율이 오르지도 못하고 임기 끝나가는 시기에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까. 어지간히 일을 못 하는 대통령인가 보다. 대통령과 주변인들은 지지율 상승을 위해 시나리오를 짠다. 바로 오랫동안 없었던 사형 집행을 이뤄내는 것.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이보다 더 큰 이슈는 당분간 없을 것이고, 무너진 지지율 회복에도 분명 효과가 있을 거로 여긴다.


그동안 사형 선고는 있었지만, 사형 집행은 없었던 세월이 얼마나 길었던가. 뉴스를 장식하는 잔혹 범죄를 접할 때마다 사형 선고를 운운하지만, 정작 사형 선고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니 사형 집행을 떠올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거야말로 정부가 준비한 깜짝쇼가 될 테다. 정부 관계자들이 사형수 60여 명 중 사형 집행의 주인공 3명을 선발하는 작업을 한다. 인권을 외치는 이들에게 대항할 인간미 넘치는 장면도 연출하려고 계획한다. 사형 집행 전날 사형수가 원하는 음식으로 최후의 만찬을 제공하는 게 바로 그거다.


소설은 이 치밀한 계획과 이 계획에 참여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흘러가는데, 이게 참 묘하다. 정부 관계자들이야 자기네 원하는 지지율 회복이 목적이라지만, 그 구성에 모인 사람들 각자는 또 자기만의 목적이 있다. 참관인으로 선발된 기자는 특종이 목적이겠고, 일반인 위원은 자기를 알리는 게 원하는 일이다. 그 외의 사람들, 정부 관계자들이야 자기 맡은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기도 하고, 정치적 목적을 이뤄내는 게 궁극적 바람이다. 그 중심에 요리사 X’가 있다. 철저하게 신분을 감춰주는 것을 조건으로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를 책임진다. 가장 궁금하고 가장 뜬금없이 주인공처럼 비치는 인물로 보였던 요리사 X. 그가 만든 음식을 먹고 분위기를 바꾸고, 절대 입을 열지 않았던 피해자들이 숨겨진 장소를 말하는 등 사형수들은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자기만의 방식으로 마지막 모습을 장식하고 떠난다.


읽다 보면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에 얽힌(?) 비밀이 드러나지만, 물론 처음부터 그걸 알 수는 없다. 그저 막연하게 이거 뭐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의문과 요리사가 만들어준 음식을 먹고(보고) 사형수들이 보인 반응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었다. 한 명의 사형수가 음식을 먹고 떠나갈 때마다, 요리사는 말이 없었다. 그런데도 별다른 요구나 설명이 없었는데도 사형수의 마음을 깊게 건드릴 수밖에 없는 음식을 제공하며 그들의 마지막에 다른 모습을 보이고 가게 하는 능력을 갖춘 이의 정체가 궁금했던 거다. , 결말을 보면 다 알게 되지만, 읽는 내내 이 궁금증으로 소설의 몰입감은 저절로 높아진다.


특이한 소설이라는 생각에 읽기 시작했는데, 등장인물 각자의 사연과 목적 있는 사형 집행 참여에 놀랍기도 했다. 소설의 끝부분에 다다라야 이 조각들이 모여 소설이 완성되는 느낌이다. 사형 집행의 찬성과 반대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설 수 없는 마음이 갈팡질팡하다가, 사형수의 잔인함에 눈을 뜰 수 없을 때는 사형 집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다가, 이 모든 선택은 각자의 이익과 목적에 따라 달라지는 의견일 수도 있겠다는 씁쓸함까지. 어느 것 하나도 완벽하게 한쪽으로 치우치지 못하는 마음이었던 거다. 그러면서 소설 속에서 묻는 것들을 생각한다. 아무리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사형수에게 인권이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지, 혹시라도 잘못된 판결로 억울하게 사형수가 된 건 아닌지. 웃으면서 읽었는데, 추리 소설이 아닌가 싶을 만큼 반전이 있고, 대한민국의 현실과도 맞닿은 이야기에 더 어려웠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죽음에서까지 쓸모를 찾는 등장인물들에 오늘을 사는 우리의 이기심이 그대로 담긴 것 같아서 서늘했다. 사형제도의 존폐를 따지는 것 역시 각자의 이익을 계산하며 이뤄지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절대 가볍지 않은 주제로 소설을 즐기게 하면서 상당히 깊은 고민을 남기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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