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상담소 - 뇌과학과 정신의학을 통해 예민함을 나만의 능력으로
전홍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민하다는 한마디로 그 감정을 다 설명할 수 없어서 막막할 때가 있다. 지금 내가 보이는 이 태도를 설명해야 하는데, 참 어렵기만 하다. 나는 예민함이 성격의 한 종류로 여겼는데, 그게 전부는 아니었던 거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예민함에 관해 정신의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설명한다. 불안, 우울, 분노, 트라우마 등 4가지로 나누어 사례를 들려준다.


저자는 전작에서 매우 예민한 사람의 특징을 보여주고, 그 예민함을 잘 극복한 사람을 소개했다. 이번에는 예민함의 정신의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사례를 들려주면서, 예민함에 관련한 여러 감정의 근원을 분석한다. 그리고 그 예민함을 나만의 능력으로 바꿔보는 실천법을 제시하며, 일상에 지장을 주지 않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예민함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순간이 올 수 있다니. 쉽게 상상이 되지 않지만, 기대되기도 한다. 나를 힘들게 하는 요소를 제거할 수 없다면, 이를 극복하고 싶어지는 건 당연하다. 특히 예민함은 대인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보니, 나 역시 이 성향을 더 잘 파악하고 장점으로 만드는 방법이 많이 궁금하기도 하다.


특히 사람마다 생각하는 속도의 차이가 있다라는 저자의 말을 많이 생각했다. 아마도 예민함은 이 지점에서 시작되는 듯하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이 속도의 영향은 더 크다. 저자가 소개하는 사례들 속에서 이 문제가 더 심각하게 다가온다. 어떤 상사는 성질이 너무 급해서 내 마음을 쪼그라들게 한다. 나의 마음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좋은 평가를 받고자 애쓰던 사람에게 찾아온 위기는 또 어떤가. 갑자기 사망한 남편의 빈자리 때문만은 아니겠으나 갑자기 찾아온 무기력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자다가 소리를 지르거나 온몸으로 폭력을 표현하는 남자의 사연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불안, 우울, 분노, 트라우마 4가지 내용이 다 특별했다. 읽으면서 나는 이 중에서 어디에 해당하는 예민함인가 찾아보기 바빴다. 감정 기복이 심하지는 않지만, 특히 소리에 민감해서 다른 사람보다 먼저 그 소리에 반응하기도 한다. 여러 명이 대화하면서 유독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과 오래 앉아 있지 못한다. 나와 다른 생각하는 사람이 세상에 무수히 많은데, 그에 관해 격한 반응을 보이면 감당하기 어렵다. 상대의 반응을 받아들이지 못해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한다. 아마 정식으로 진료를 받는다면 어떤 병명이 나올까 두렵기도 하다. 불안과 우울은 어떤 면에서 같은 근원을 가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닮았기도 했다. 감정의 불안은 점점 우울을 같이 불러오기도 하고, 이는 타인을 의식하는 삶이 아니라 나를 위한 삶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완화할 수도 있다.


많이 놀라웠던 건 트라우마였다. 혀가 아픈 영주 씨의 이야기는 정신병적 증상을 동반한 심한 우울증신체화 장애’, ‘감정표현 불능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녀가 느끼던 육체적 통증은 어딜 가고, 이름마저 낯선 이 병명들 앞에서 혹시 더 깊은 우울증을 겪는 건 아닐까 걱정되기도 했다. 사연을 듣고 보니 영주 씨에게는 큰아들을 잃은 사건이 있었고, 이 충격으로 영주 씨는 마치 아들이 계속 살아 있는 것처럼 행동하기에 이른다. 남편은 이런 영주 씨를 보다 못해 아들의 죽음을 아내 탓으로 돌렸다. 그때부터 영주 씨는 아들을 야단쳤던 자기 혀에 죄책감을 느끼고 혀의 마비 증상이 시작됐다. 이 상태에서 중요한 건 영주 씨의 혀를 마비시키고 통증을 느끼게 한 원인을 제거하는 거였다. 아들의 죽음이 영주 씨 탓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하고, 남편과 함께 소통하며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하는 게 치료의 방법이었다.


그렇다면 예민함은 그 사람의 단점이 되는 것일까? 아니다. 그저 성향의 하나로 인정하고, 예민함이 나의 일상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예민함으로 나를 피폐하게 하는 게 아니라, 예민함을 잘 활용해 능력으로 만드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예민한 사람들이 보는 세상이 고성능 카메라와 마이크를 장착하고 매우 복잡한 프로그램이 많이 설치된 컴퓨터와 같다고 말한다. 다른 이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기도 하고 듣지 못하는 것을 듣기 때문에, 기발한 생각들도 빛을 발한다고 말이다. 특히 섬세함을 요구하는 부분에서 그 역량을 뽐내기도 한다. 자기가 느끼는 예민한 만큼이나 타인의 감정을 더 잘 볼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민폐가 되는 것을 싫어해서 많은 사람과 관계 맺고 함께 해야 하는 조직 생활에서 장점이 될 수 있다. 남들이 나에게 했을 때 싫은 행동을 나 역시 다른 사람에게 하기 싫어지는 것과 같다. 자기의 예민함을 잘 조절한다면 삶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가장 주의 깊게 읽어야 할 부분이 예민함을 장점으로 만드는 방법이었다.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하다고, 트라우마의 원인을 찾아 극복하고, 좋은 생활 리듬을 만들어 무력감에 빠지지 않게, 자꾸만 파고드는 나쁜 기억을 끊어내는 방법 등으로 일상생활에서 혼자 해결 가능한 시도로 전환을 시킨다. 그리고 자신과 가족, 타인의 예민성을 이해함으로써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와 타인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의 심각성도 잊지 말아야 한다.


예민함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무슨 걱정인지도 모를 걱정부터 하면서 이 책을 펼쳐 들었다. 나의 예민함에 도움이 될 이야기를 듣고자 했던 다짐은 어디로 가고, 이 책과 관계없는 불안함이 먼저 밀려왔던 거다. 내일부터 시작될 운전면허 시험은 어떻게 할지, 학원 등록해야 하는데 원하는 수업이 없어서 어떻게 상담받아야 할지, 다음 주부터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자꾸 비가 와서 거슬린다는 등 그냥 주어진 대로 하면 되는 일을 걱정부터 한다. 피해갈 수도 없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인데, 어떤 상황에서도 불안이 먼저 나에게 달려든다. 오늘 하루 이 책에서 들려주는 나를 안심하게 하는 말들을 되새겨보고 있다. 하나씩 차근차근하면 된다고, 잘못해서 누가 뭐라고 할까 봐 걱정하기보다는 차분하게 하면 된다고. 이제는 예민하다는 성향에 불시로 끼어드는 불안이 문제의 시작이라는 걸 알고 나니, 나를 더 차분하게 하는 생각들을 찾게 된다. 지금 내가 느끼는 불안을 누그러뜨리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내일 아침 컨디션을 위해서라도, 이제 잠을 좀 자둬야지.



#매우예민한사람들을위한상담소 #전홍진 #한겨레출판 ##책추천 #심리 #불안

#하니포터6-매우예민한사람들을위한상담소 #하니포터 #정신건강 #예민함을장점으로만들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