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생각 10 - 기후위기 탈출로 가는 작지만 놀라운 실천들
박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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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일 오늘은 세계 일회용 비닐봉투 없는 날’, 환경과 자연보호를 위해 스페인의 국제 환경단체 가이아가 제안해 만들어진 날이라고 한다. 오늘 하루의 시간을 돌이켜보니, 다행히(?) 일회용 봉투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건, 일회용 비닐봉투보다 더한 낭비를 한 것 같아서 말이다. 주방 뒤쪽에 분리수거를 위해 공간을 마련해두었는데, 큰 비닐에 대충 담아두다 보니 지저분해 보이던 걸 참고 있었다. 나름 정리한다고 선택한 게, 분리수거함을 주문하는 거였다. 이것도 나중에 필요 없어지면 버리게 되고, 또 쓰레기가 될 텐데. 쓰레기를 버리겠다고 쓰레기가 될 물건을 사버렸다. 이런 반복이 지구를 죽이는 일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왜 자꾸 까먹고 반복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이미 이 책의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우리의 지구가 망가지고 무너져가는 이 상황을 그대로 보고 있을 수만은 없기에 해야 할 일을 말한다. , 솔직히 말하면 몰라서 못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알면서도 귀찮아서 안 하는 경우가 많고, 또 더 좋은 방법을 찾지 못해서 환경문제 해결에 더디게 다가가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기발한생각에 더 눈길이 간다. 이미 우리가 아는 방법으로 환경문제 해결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더 나은, 더 기발한 그 생각에 집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저자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했는데, 우리가 익히 아는 것도 있고 기발한 다짐으로 약속을 지키는 방법도 있다.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고, 보이는 것보다 마음을 더 보게 하는 선물 포장에, 물건 재활용은 습관이 되어야 한다. 오래된 도시의 방치가 아니라 재생에 관심 두고, 생태 도시와 생태 환경 만들기에 노력하는 것은 물론이다. 전자폐기물 늘리기에 힘쓰지 말고, 공정무역 등장의 의미를 새기고, 친환경 경제로 가치 소비에 참여해야 한다. 탄소 중립 사회에 더 관심 두고 우리의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 게 당연한 과제였다. 듣고 보니 어려운 말은 아니다. 너무 많이 들어와서 귀에 익숙하기까지 하다. 그런데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더욱더 기발한 생각에 빠져들어야 하는 이유에 오늘 날씨가 증거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하루, 한 해가 다르게 더워지는 여름과 이런 추위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놀라웠던 한파를 기억한다. 혹은 이게 겨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 포근해서 한겨울에 벌레와 해충이 자주 보이던 때도 있었다. 대한민국의 뚜렷한 4계절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으니, 뭔가 많이 변했다는 건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러니 저자의 설명과 공동의 과제처럼 주어진 다짐이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소비 행동이, 귀찮음으로 생긴 습관이 우리의 지구를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몇 번을 들어도 지나치지 않는다.


소개해준 여러 가지 현상과 방식이 다 중요하지만, 두 번째 장에서 들려준 포장지 없는 가게의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천연 수세미나 대나무 칫솔, 고체 치약 같은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알맹 상점. 개인 용기를 가져와서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담아서 사가는 시스템이 좋았다. 번거롭긴 하지만 쓰레기를 줄이는 확실한 방법이다. 요즘에 음식 포장하러 갈 때 일부러 집에 있는 밀폐 용기를 가져갈 때가 있다. 처음에는 포장 용기 값을 따로 받는 매장이어서 돈을 아끼려고 가지고 다녔는데, 그렇게 개인 포장 용기 가지고 다니니 내가 분리수거할 때 버리는 쓰레기도 줄어서 편해졌다는 걸 몸소 깨달았다. 음식 포장하러 갈 때 포장 용기 챙기는 일이 번거로워서 그냥 가면 그 후에 생기는 쓰레기는 앞에서 편했던 내 몸을 뒤에 불편하게 하는 일이 되니 똑같은 거 아닌가. 게다가 쓰레기가 생기니 지구가 병드는 속도에 내가 한몫하는 게 된다. 별 것 아닌데, 이게 습관이 된다면 일거양득이 되는 건 당연한 결과인 듯하다.


특히 포장지 없는 가게 이야기에서 더 반성하게 되는 건,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자는 틀에 박힌 이야기가 아니라, 지구가 보내는 경고를 그대로 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코로나 19 영향으로 음식 배달과 택배의 증가로, 쓰레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는 것도 알고 있다. 바이러스 전파를 막겠다고 쓰레기를 늘린 셈이다. 그래서 더 각성하게 된다. 제로웨이스트숍이 익숙해지고, 뉴질랜드 기업의 식용 그릇(먹을 수 있는 컵)이나 독일의 리컵시스템 등은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물론 가게로 포장지를 되돌려주는 방식이 생기기까지 했다. 우유 팩을 재활용해서 두루마리 화장지를 만들고, 폭탄을 재활용하여 액세서리도 만든다. 생각하지도 못한 것에서 우리 일상으로 되돌아오는 생활용품들이 많아서 놀랐다. 찾아보고 생각하고 노력하면 되는 일을 왜 이렇게 안 하고, 모른 척하고 살아왔는지 반성의 시간이 참, 깊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작은 환경문제들이 우리를 지치게 한다는 걸, 이제는 잘 안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도 안다. 일상의 불편함이 지구를 살리는 아이디어로 변한다는 게 이 책이 전하는 놀라움이다. 사실 아는 것도 있었지만 몰랐던 것도 많았기에, 이 책에서 소개해주는 기업이나 나라의 방법들이 신기하기도 했다. 미니멀리즘으로 지구의 쓰레기를 줄이는 참신한 방법들,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을 친환경 소비 생활, 재활용으로 쓰레기가 예술이 되는 놀라움과 상상력, 늘어나는 전자폐기물에서 광물을 뽑아내 재활용하는 방법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 방치된 산업시설을 도시재생으로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생태여행으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배우게 한다. 세계 환경문제를 우리 공동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걸 설명하면서, 일단 무엇이든 시도해 보는 게 우리의 과제임을 말한다.


며칠 전에는 비 오는 날씨에 꿉꿉함을 견디지 못해서 신상 제습기를 주문했다. 몇 년 동안 고민하다가 이제 겨우 주문했으니 충동 구매가 아니라고 정당화하면서, 몇 시간 틀어놨다고 방안이 뽀송뽀송해지는 걸 경험하고 신세계에 빠진 듯했다. 이걸 왜 이제야 샀을까 하며 신났었는데, 이 책 읽다 보니 진짜 내가 편해지자고 샀던 이런 제품들이 지구를 얼마나 힘들게 하고 있을까 고민하게 되더라. 비가 오고 날씨 흐리고 겨울의 흐린 날씨에 잘 사용할 것 같아서 좋더라만, 생각이 많아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옷장을 열고 입을 옷이 없다고 말하는 건 이제 금지어가 됐고, 예쁜 그릇에 눈길이 가면 그냥 남의 것 보는 것으로 만족, 일회용 물티슈가 아니라 걸레를 빨아서 청소하는, 작은 습관들이 나를 살린다는 교훈을 오늘 머릿속에 새겨 넣는다. 내가 조금 불편하면 되는 일이 지구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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