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면하는 마음 - 나날이 바뀌는 플랫폼에 몸을 던져 분투하는 어느 예능PD의 생존기
권성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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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는 톡파원 25를 보면서 랜선 여행의 재미를 느끼고, 화요일에는 벌거벗은 세계사를 보면서 재미있게 하는 역사 공부의 시간에 빠진다. 목요일에는 한블리보면서 블랙박스 속 다양한 사고에 혹시 모를 일을 배운다. 금요일에는 나 혼자 산다보면서 혼자인 삶의 하루를 공감하듯 바라보고, 토요일에는 내 사랑 유느님의 놀면 뭐하니를 기다린다. 많은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놀란다. 이런 것을 만들어내는 이들은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할까 싶어서 말이다.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가 나오는지, 단순한 재미만이 아니라 인간미까지 철철 넘치게 하는 장면을 어떻게 뽑아내는지. 그러면서 생각했다. 예능이란 단순히 웃음을 던져주는 게 아니라, 웃음의 바탕이 되는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거라고.


미안하지만, 나는 저자의 이름을 이 책으로 처음 들었다. 어디선가 봤던 톡이나 할까프로그램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정도였다. 그런데도 이 낯선 이름의 저자가 하는 말이 듣고 싶었던 이유는 그가 말하는 피디의 이야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TV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 정도로 여겼던 것이, 내가 이 분야의 생리를 얼마나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알겠더라. 그동안 저자가 겪은 방송계 이야기, 일의 시행착오, 방송하면서 얻은 팁, 거기에 방송국 생활을 직접 겪고 싶은 이들을 위한 조언까지 아낌없이 풀어낸다. 그는 드라마와 시사교양 그 어디쯤 예능이 있다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예능의 위치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르게 보면 예능이 자기 맘대로 해도 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가 예능 피디로 살아오면서 느낀 많은 것이 이 범위 안에 고스란히 살아있는 듯하다.


한 프로그램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게 피디라고 한다. 그의 역할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탄탄한 구성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고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기도 하는 게 프로그램이라는 말에 헛웃음이 났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이 장면이 만들어지기까지 완벽한 구성이 있던 게 아니었어? 한편으로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애드립의 매력을 생각하면, 어쩌면 주먹구구식의 방송이 더 진솔하고 인간미 넘치게 다가오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니 피디의 역량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마지막까지 편성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피디의 책임까지 확실히 감당하고 있다. 그가 전하는 현장감 넘치는 에피소드 역시 예능의 한 장면이었다. 상암동 이야기를 시작으로, 프로그램 제작을 꿈꾸는 이들에게 좀 더 현실적인 조언까지 아끼지 않는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물론 어디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는지, 낯선 것에서 시작해서 익숙해져도 끊임없는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이 되는 비결, 직업 특성상 자기관리는 기본으로 갖춰야 하는 것까지 현장의 경험을 생생하게 전한다.


가끔은 요즘 흐름을 예능에서 발견할 때가 있다. 피디는 그 흐름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채고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것도 서슴지 않아야 한다. 동시에 이 흐름이 너무 빠르고 다양해서 생기는 우려도 있지만, 언제나 그 안에서 존재할 진실에 바탕을 두고 만든다면 누구라도 빠져들 만한 프로그램이 되리라.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면서도 거짓이 되지 않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 이게 그의 역할이기도 하다. 그런 맥락으로 이어지는 게 톡이나 할까였던가 보다. 말하기의 다른 방법으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카톡을, 화려한 삶 이면의 속마음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좋은 인터뷰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것에 한 포인트 다르게 함으로써 새로움을 표현한다. 이게 예능이고, 시청자들의 시선을 계속 붙잡고 있는 매력이 된다.


사실, 예능 피디는 뭔가 달라도 아주 달라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마음으로 펼쳤는데, 그 다름을 눈을 씻고 찾아보려는 것보다 오히려 인간다움에 더 마음을 빼앗긴 것 같다. 프로그램 뒤의 사람들을 보는 느낌,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 익숙한 것에서 새로움을 찾는 과정 등 일상의 모든 순간에 시선을 두고 사는 것만이 답인 듯하다. 그러다 보면 더 깊고, 더 멀리, 더 넓게 보는 눈으로 사람의 마음을 더 잘 읽게 되겠지. 그가 이런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앞으로 그가 보일 또 다른 프로그램 역시 기대된다. 시원하게 웃음에 담긴 진솔한 이야기들이 와닿지 않을 수는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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